국방부 내부문건 유출…변호인 "군당국이 수사 독립성 침해"
前수사단장 항명 수사 이르면 금주 종결…불구속 기소할 듯
해병대 채상병 사건을 경찰에 이첩했다가 항명 혐의로 입건된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 사건 수사가 종착역에 다다랐다.

3일 군 소식통에 따르면 군검찰은 이르면 이번 주 박 전 단장을 재판에 넘기고 수사를 종결할 것으로 알려졌다.

군검찰은 지난 8월 28일과 9월 5일, 9월 20일 세 차례에 걸쳐 박 전 단장을 소환 조사했다.

군검찰은 박 전 단장에 대해 청구했던 사전구속영장이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기각됐던 만큼 불구속 기소하는 쪽에 무게를 두고 막바지 법리 검토를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가운데 박 전 단장 사건에 대해 국방부 국방정책실이 작성한 내부 문건이 외부로 유출돼 논란이 일고 있다.

'해병대 순직 사고 조사 관련 논란에 대한 진실'이라는 제목의 12쪽 분량 문건은 총 11개 쟁점 사항을 국방부 입장에서 정리했다.

문건은 "군사법원법에 의거 민간 수사기관에 이첩하여야 하는 3대 이관 범죄(군내 성폭력범죄, 군인 등의 사망사건이 되는 범죄, 입대 전 범죄)에 대해 국방부 장관과 설치부대장의 지휘·감독 권한을 배제한다는 규정은 그 어디에도 없다.

따라서 법령상 이첩 업무를 수행하는 주체로 규정된 군검사나 군사경찰은 독단적으로 이첩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게 아니고, 당연히 직무상 상관의 지휘·감독에 따라 이를 수행해야 하는 것"이라고 명시했다.

前수사단장 항명 수사 이르면 금주 종결…불구속 기소할 듯
이는 대통령령인 '법원이 재판권을 가지는 군인 등의 범죄에 대한 수사절차 등에 관한 규정' 제7조에 법원이 재판권을 가지는 범죄를 인지한 경우 '지체 없이 대검찰청,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또는 경찰청에 사건을 이첩해야 한다'고 규정된 것과 배치된다.

아울러 군검찰이 지난 8월 30일 중앙지역군사법원에 제출한 박 전 단장 구속영장청구서에 국방부 장관이 '혐의자를 특정하지 말라'고 지시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지만, 해당 문건은 지시 사실이 없다는 주장을 폈다.

문건은 "일각에서는 전 수사단장에 대한 구속영장청구서에 기재된 내용에 근거하여 특정인을 혐의자에서 제외하라거나 수사자료는 법무관리관실에서 최종 정리해야 한다는 등의 장관 지시가 있었다고 주장하고 있다"라고 썼다.

이어 "하지만 영장에 기재된 내용은 군검사가 해병대 부사령관의 진술서를 바탕으로 요약한 것으로 확인되었고, 당시 국방부 회의에 참석했던 해병대 부사령관은 장관의 지시사항을 추후에 복기하는 과정에서 장관의 지시사항과 법무관리관의 법리설명을 혼동하여 모두 장관 지시로 잘못 진술한 것으로 확인됐다"라고 설명했다.

만약 해병대 부사령관의 진술이 잘못된 게 사실이라 가정하더라도, 피의자의 인신 구속 여부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구속영장청구서에 오류가 있었다고 국방부 스스로 인정한 셈이 된다.

前수사단장 항명 수사 이르면 금주 종결…불구속 기소할 듯
국방부는 유출된 문건이 국회 등 외부기관 보고용은 아니며 내부회람 용도로 작성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국방부 실·국장들과 정책자문위원들이 이번 사안에 접근할 때 우리 입장을 일목요연하게 파악할 수 있게끔 내부 참고자료로 작성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박 전 대령 측은 국방정책실이 이런 문건을 작성한 것 자체가 수사 개입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김정민 변호사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문건 작성 과정에서 군검사와 수사와 관련한 이야기를 나누지 않았을 리 없다"며 "국방부 김동혁 검찰단장과 유재은 법무관리관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고발된 상황에서 국방부가 수사 독립성을 침해하면서까지 방어 논리를 개발한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고 주장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