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오스 유니세프 소장 인터뷰…"작은 도움이 큰 변화 만들 수 있어"
"개도국 발전에 교육 중요…코로나19 학업 부진 해소가 최대 과제"
"어린시절 유니세프 가방 받은 반기문처럼 라오스 아이들도…"
"전쟁이나 재해가 건물이나 도로를 파괴할 수는 있지만 건강한 아이들의 영혼과 두뇌를 부술 수는 없죠."
21일(현지시간) 라오스 비엔티안에서 만난 피아 브리토 유엔아동기금(UNICEF·유니세프) 라오스 사무소장은 유니세프가 인프라 구축보다 아이들의 교육을 우선시하는 이유를 묻자 이렇게 답했다.

브리토 소장은 개발도상국의 발전을 위해 아이들의 교육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면서 "아이들의 두뇌는 가장 강력한 사회간접자본이며 대체가 불가능한 자원"이라고 강조했다.

브리토 소장은 2020년 8월 유니세프 라오스 국가사무소의 소장으로 부임해 현지 구호와 지원 계획을 총괄해왔다.

미 컬럼비아대에서 발달 심리학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그는 유니세프의 글로벌 유아발달 부서 수석 고문을 맡는 등 관련 분야 전문가다.

브리토 소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학교가 문을 닫으면서 발생한 아이들의 학업 부진 해결을 가장 시급한 과제로 꼽았다.

브리토 소장은 "아이들은 소중한 1년, 2년을 잃어버렸다.

다시 학교가 문을 열어도 지체된 아이들의 교육을 정상 궤도로 돌려놓는 것은 라오스에서는 더 어려운 문제"라고 지적했다.

"어린시절 유니세프 가방 받은 반기문처럼 라오스 아이들도…"
유니세프는 교육용 디지털 플랫폼인 '캉빤냐 라오'를 개발해 아이들의 학업을 도왔다.

'캉빤냐 라오'는 라오어로 '라오스의 지식창고'라는 의미로, 아이들이 부모가 보유한 스마트폰 등을 이용해 교육 프로그램을 내려받아 집에서도 교육을 받을 수 있게 한 프로그램이다.

일부 학교에는 태블릿 PC와 같은 전자기기를 제공하고 교사들에게 플랫폼 활용법을 교육했다.

다시 학교가 문을 열자 지원받은 태블릿PC를 이용해 보조 프로그램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었다.

브리토 소장은 "이 프로그램의 가장 큰 특징은 라오스의 전체 교육 커리큘럼이 모두 포함돼 있다는 것"이라며 "최소 수십 만명 이상의 라오스 시민들이 이 플랫폼을 통해 교육받을 수 있었다"고 전했다.

그러나 라오스의 열악한 인터넷 보급률과 통신비 등은 여전히 작지 않은 숙제로 남아있다.

브리토 소장은 "우리는 캉빤냐 라오의 온라인 버전과 오프라인 버전을 나눠 개발했다"며 "현재는 통신사와 협력해 적어도 캉빤냐 라오에 접속할 때만은 무료로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게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브리토 소장은 2015년 인천 송도에서 열린 세계교육포럼에서 반기문 전 유엔(UN) 사무총장과 만난 일화를 들려주며 그를 유니세프 지원의 모범 사례로 꼽았다.

그는 "반기문 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첫 가방이 유니세프가 지원해준 가방이었다며 유니세프의 지원을 통해 자신의 삶이 어떻게 변화했는지를 들려줬다"고 돌아봤다.

브리토 소장은 "반 전 총장의 이야기로 우리는 열악한 환경 속의 아이라도 작은 도움만 있다면 큰 변화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며 "그러한 변화야말로 유니세프가 일으킬 수 있는 가장 거대한 파도"라고 말했다.

유니세프는 한국 내 민간 후원자 6명을 라오스로 초청해 현지의 열악한 교육 환경과 단체의 지원 방향을 설명했다.

기자도 지난달 17일부터 6일간 동행 취재했다.

"어린시절 유니세프 가방 받은 반기문처럼 라오스 아이들도…"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