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게임] 대만에 발목 잡혀 잘 된 적 별로 없는 한국 야구
국제 대회에서 한국 야구가 대만에 발목 잡혀 좋은 성적을 거둔 경우는 거의 없다.

2004년 아테네 올림픽 출전권이 걸린 2003년 삿포로 아시아선수권대회가 악연의 출발점 격이다.

한국은 연장 10회 접전에서 대만에 4-5로 패해 아테네행에 실패했다.

2006년 도하 아시안게임도 야구팬의 기억에 '참사'로 남았다.

6개 나라가 참가해 풀리그로 우승팀을 가린 이 대회에서 우리나라는 대만에 2-4로 져 그해 초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4강 진출의 감동을 한 순간에 날려버렸다.

[아시안게임] 대만에 발목 잡혀 잘 된 적 별로 없는 한국 야구
대만에 무릎 꿇으면 한국 야구는 한없이 꼬인다.

이에 반해 대만을 첫 경기에서 잡으면 자신감을 얻어 잘 풀어간다.

두 나라의 묘한 관계를 대회 관계자들도 잘 알아 흥행 제고를 위해 두 팀의 대진을 꼭 중요한 길목에 배치한다.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 2014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한국 야구는 대만을 예선에서 크게 꺾고 결승에서 또 눌러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은 극히 예외다.

이날처럼 대만의 무명 투수에게 꽁꽁 묶여 1-2로 패해 슈퍼 라운드에서 1패를 안고 출발했다가 일본이 대만을 잡아준 덕에 세 팀이 2승 1패로 나란히 동률을 이룬 끝에 관련 규정에 따라 한국과 일본이 결승에 진출했다.

한국은 일본을 따돌리고 아시안게임 3연패를 달성했다.

[아시안게임] 대만에 발목 잡혀 잘 된 적 별로 없는 한국 야구
류중일 대표팀 감독과 선수들은 2일 중국 사오싱 야구·소프트볼 스포츠센터 1구장에서 벌어진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조별리그 2차전에서 대만에 0-4로 완패한 뒤 5년전의 '데자뷔'를 기대했다.

'한 번의 기회는 올 것이다'라는 게 패배 후 선수단의 공통된 생각이었다.

그러려면 슈퍼 라운드에서 일본과 중국을 꺾고, 일본이 대만을 잡아주는 기적을 바라야 한다.

그러나 '최약체' 타선으로 평가받는 한국 타선이 정교한 일본 투수들의 공을 때려 승리로 연결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대만이 한국을 열심히 연구한 것처럼 '현미경 분석'이 트레이드 마크인 일본은 더욱 한국을 세밀하게 뜯어봤을 것이다.

[아시안게임] 대만에 발목 잡혀 잘 된 적 별로 없는 한국 야구
류중일 감독은 "대만 선수들이 미국프로야구 마이너리그에서 공부를 많이 하고, 타자들도 변화구에 속지 않았으며, 수비도 탄탄해져 이젠 경계해야 할 팀이 됐다"고 대만 야구의 발전을 인정했다.

3번 타자로 출전한 노시환은 "대만 투수 등의 공이 전체적으로 빨랐고 힘이 좋았으며 컨트롤도 좋아 실투하지 않았다"며 "그래서 타자들이 더욱 힘들었다.

준비를 잘못한 탓"이라고 자책했다.

대만 야구는 아시아 3등에서 벗어나려고 한국 야구대표팀이 피부로 느낄만큼 서서히 성과를 내는 중이며, 일본은 올해 WBC 세 번째 우승을 차지했을 정도로 실력이 탄탄하다.

투타에서 힘 한 번 쓰지 못하고 대만에 완패한 이날 경기는 앞으로 나아가지는 못할망정 뒷걸음질 치면서 요행이나 바라는 한국 야구의 현주소가 어디인지 또 한 번 노출한 안타까운 순간이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