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년간 관측 통해 제트의 11년 주기 세차운동 관측"
한중일 참여 '동아시아 우주전파관측망' 주도
천문연 "M87 블랙홀, 팽이처럼 흔들리며 회전한다"
한국천문연구원을 포함한 국제 공동 연구팀이 블랙홀 제트의 세차운동이 11년 주기로 일어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 연구 성과는 국제적 과학 저널인 네이처에 28일 0시 발표됐다.

28일 한국천문연구원에 따르면 전 세계 45개 기관 연구원 79명이 참여한 국제 공동 연구팀은 2000년부터 지난해까지 동아시아우주전파관측망(EAVN), 초장기선 어레이(VLBA), 한일 공동 우주전파관측망(KaVA), 동아시아·이탈리아 우주전파관측망(EATING)으로 얻은 관측 자료를 분석해 M87 초대질량블랙홀 제트의 방출 방향이 주기를 가지고 회전하고 있음을 발견했다.

제트는 기체·액체 등 물질의 빠른 흐름을 말하는데, 노즐 같은 구조를 통과하며 밀도가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물질이 방출돼 만들어진다.

블랙홀 주변의 강력한 자기장, 부착원반, 또는 부착원반에서 나오는 방출류가 블랙홀의 상호 작용을 통해 강력한 제트 방출 현상이 발생한다.

연구팀은 지난 23년간 얻은 M87 블랙홀의 초장기선 전파간섭계(VLBI) 데이터를 분석했고, 슈퍼컴퓨터를 활용한 시뮬레이션 연구를 수행했다.

그 결과, 블랙홀의 회전축이 부착원반의 회전축과 나란하지 않아 제트의 세차운동이 발생하고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세차운동이란 회전하는 천체의 회전축이 원을 그리며 움직이는 현상이다.

세차운동의 존재는 M87 블랙홀이 실제로 회전하고 있다는 분명한 증거라고 천문연 측은 설명했다.

M87 블랙홀은 2019년 사건지평선망원경(EHT)을 이용해 인류 사상 최초로 관측한 블랙홀이다.

이번 연구에서 천문연 한국우주전파관측망(KVN)은 동아시아우주전파관측망의 일원으로 대부분의 관측에 참여했고, 세종시의 22m 전파망원경도 일부 관측에 힘을 보탰다.

천문연 한일공동상관센터(KJCC)는 연구에 사용된 총 170회의 관측 데이터 가운데 123개의 데이터를 상관 처리했다.

노현욱 천문연 박사후연구원은 "우리가 주도적으로 운영하는 전파관측망과 상관처리센터에 힘입어 한 천체를 오랜 시간 지속해 관측할 수 있었다"며 "앞으로 EAVN 주도로 계속될 M87 모니터링에서 기존에 발견하지 못했던 블랙홀의 새로운 현상들이 발견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