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정부가 중국 기업에 내준 리튬 매장지의 채굴권을 취소했다. 최근 리튬을 포함한 핵심 광물을 두고 글로벌 자원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멕시코도 자원 국유화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는 분석이다.

26일(현지시간) 멕시코 현지 매체들에 따르면 멕시코 광업국(DGM)은 지난달 중국 기업 간펑리튬이 보유한 자국 내 최대 리튬 매장지 9곳의 채굴권을 취소한다고 통보했다. 보도에 따르면 멕시코 광업국은 “간펑이 2017년부터 2021년까지 리튬 사업과 관련해 최소 투자 금액을 충족하지 못했다”고 취소 이유를 통보했다.

간펑은 중국 최대 리튬 기업이다. 리튬이 전기차 배터리의 필수 재료로 등극하면서 테슬라 등 글로벌 전기차 관련 기업을 고객으로 두고 있다. 간펑은 수년 전부터 남미 등 리튬 주요 매장지의 광산들을 공격적으로 사들여왔다. 멕시코에서는 자국 내 최대 리튬 광산인 소노라주 광산 등을 자회사를 통해 소유하고 있다.

간펑은 멕시코 광업국의 채굴권 취소 통보에 대해 “자의적이고 근거 없는 결정”이라며 멕시코 경제부(SE)에 행정심판을 청구했다고 밝혔다. 최소 투자 여건을 상당히 초과하는 투자를 했고, 그 근거를 제시했는데도 취소 결정이 내려졌다는 주장이다.

리튬 산업을 국유화하려는 멕시코의 광업법 개정안이 이번 조치에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가 나온다. 광업법 개정안은 리튬을 전략 자원으로 규정하고, 멕시코의 리튬 탐사 및 채굴, 상업화를 정부가 독점하는 내용이 골자다. 지난해 4월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이 발의한 이 법안이 의회에서 가결될 당시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간펑의 채굴권을 거론하며 리튬 관련 계약을 다시 들여다보겠다고 말했다. 이후 지난해 8월 멕시코 정부는 리튬 국유화 사업을 위해 국유기업 리티오멕스를 세웠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에 따르면 멕시코의 리튬 매장량 추정치는 약 170만t으로 전 세계 매장량의 3% 수준이다. 다만 업계에서는 멕시코의 리튬 채굴 역량에 대한 의문도 나온다. 현지 매체 멕시코뉴스데일리는 “멕시코 리튬 매장지는 점토층에 있어 가공이 어려운 만큼 광업 전문가들은 국유기업이 리튬을 효과적으로 채굴할 수 있을지 의구심을 제기하고 있다”고 전했다.

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