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김포시 고촌읍에 들어서는 '고촌센트럴자이' 아파트 공사현장. 후분양 아파트로 외관이 거의 완성된 상태다. / 사진=김하나 기자
경기도 김포시 고촌읍에 들어서는 '고촌센트럴자이' 아파트 공사현장. 후분양 아파트로 외관이 거의 완성된 상태다. / 사진=김하나 기자
"바로 옆에 3년 된 아파트도 연초에 5억원에 매매됐거든요. 브랜드 대단지도 4억원 후반대에 거래됐고요. 지금 분양해서 당장 내년 6월에 입주인데 8억원 넘게 나온다니 너무하네요", "(김포골드라인) 고촌역까지 빨리 걸어도 20분은 넘습니다. 역세권도 아닌데 전용면적 84㎡ 분양가가 8억원 이상이라니 심합니다", "오랜만에 나오는 아파트라지만 분양가가 두배가 됐는데, 아무도 통제를 안하나요? 후분양이다 공사비 올랐다 등은 핑계 아닌가요?"….

경기도 김포시 예비 청약자들이 뿔났다. 합리적인 가격에 새 아파트 분양을 기대했지만, 예상을 뛰어넘는 지역 최고가의 분양가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전에 공급됐던 아파트 분양가와 비교하면 두배에 달하는데다, 주변 새 아파트 시세를 훌쩍 넘었다. 이러한 고분양가에 대해 김포시는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2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내달 분양을 앞둔 '고촌센트럴자이'의 분양가가 3.3㎡당 2500만원가량으로 책정돼 국평으로 불리는 84㎡의 분양가는 8억원 중반대가 될 전망이다. 이는 김포시 최고 분양가가 될 전망이다. 아파트 분양홍보관이 차려진 고촌읍 일대의 상가에는 예비청약자들이 꾸준히 몰려들고 있다. '분양가가 8억원 이상'이라는 소문이 나면서 이를 확인하려는 방문자들이 대부분이다. 상담사들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며 말끝을 흐리고 있지만, 어느정도 동의는 하고 있다.

고촌센트럴자이는 고촌읍 신곡6지구 A3블록에 들어서는 1297가구의 아파트다. 일레븐건설이 시행하고 GS건설이 시공중이다. 전용면적별로는 △63㎡ 79가구 △76㎡A 32가구 △76㎡B 117가구 △84㎡A 522가구 △84㎡B 386가구 △105㎡ 161가구 등이다. 실수요자들이 선호하는 국평(국민평형) 비중이 높은데다 주변 새 아파트들과 어우러지다보니 관심이 높았다. 재당첨 제한 및 실거주의무가 없고, 전매제한은 6개월이다. 입주 전 분양권 전매가 가능하다는 얘기다.
김포한강신도시 일대 전경.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김포한강신도시 일대 전경.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분양'을 기준으로 하면 2018년 이후 5년 만에 김포에서 나오는 새 아파트다. 공교롭게도 당시 공급됐던 아파트는 고촌센트럴자이와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둔 '캐슬앤파밀리에'였다. 당시 분양가는 3.3㎡당 1200만원대로 전용 84㎡를 기준으로 하면 4억원 초반대였다.

예비청약자들은 속이 타는 이유는 시차를 체감할 수 없어서다. 분양으로는 오랜만이라고 하지만 '입주'를 기준으로 하면 시차가 길지 않다. '캐슬앤파밀리에 1단지'(2255가구)는 선분양을 통해 2020년 11월 준공된 아파트이고, 고촌센트럴자이는 내년 6월 준공될 예정인 후분양 아파트기 때문이다. 두 아파트의 입주기준 시차는 3년 6개월에 불과하다. 만 4년도 안돼 분양가가 두배 오르게 됐으니, 대기했던 억울함(?)을 호소하기도 한다.

고촌에서 세입자로 살고 있는 김모씨는 "김포 집값이 폭등했던 게 2020년인데, 당시 풍선효과에 새 아파트 효과까지 맞물려 (전용 84㎡ 기준으로) 8억원을 찍은 적이 있었다"면서도 "역세권 아파트라고 하더라도 올해 7억원대 거래는 손에 꼽을 정도인데, 8억원 중반대에 분양하는 건 너무 배짱 아니냐"고 반문했다. 2020년 고촌에서는 8억원대에 거래가 나왔지만, 거래된 가구수는 많지 않다는 설명이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김포에서 거래된 전용 84㎡ 최고가는 운양동 '한강신도시 반도유보라 6차'로 지난 7월 7억7000만원에 매매됐다. 최근 기준으로는 지난달 걸포동 한강메트로자이3차가 7억500만원에 거래됐고, 고촌읍에서는 '고촌행정타운 한양수자인'이 6억7700만원에 손이 바뀌었다. 이들 3개 단지는 김포골드라인 역세권 아파트로 꼽힌다. 신곡6지구 일대에서는 6억원 초반대에 매매거래들이 있었다.

가격차이가 크다보니 공인중개사들은 미분양을 우려하고 있다. 미분양이 발생하면 최근 반등했던 집값이 다시 위축될 수 있다는 것이다. 고촌읍 아파트 상가의 A공인중개사는 "우리(주변 공인중개사들)도 7억원대로 예상하고 있었는데, 시세를 훨씬 뛰어넘다보니 놀랐다"며 "바로 옆에 인천 검단신도시에서는 5억원대에 아파트가 분양가가 나오면서 이것도 비싸다고 난리인데, 여기는 어찌될지 걱정이다"라고 말했다.

김포시청 관계자는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는 곳도 아니고, 민간이 정하는 분양가에 대해 심사나 제한을 할 권한이 없다"며 "사업자측에서는 아직 공식적으로 분양가 내용을 주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사실상 분양가를 통제할 수단이 없어졌다고 입을 모은다. 수도권에서는 최근 지역내 최고 분양가를 경신하는 아파트들이 쏟아지고 있다. 더불어 규제가 심했던 시기를 피해 분양을 미루다가 후분양을 통해 높은 분양가를 책정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그럼에도 분양가 상승에 대한 우려로 시장에 나오는 아파트마다 계약이 완료되고 있다.

서울 동대문구 이문동의 ‘래미안 라그란데’는 지난 23일 전 가구 계약을 완료했다. 분양가는 3.3㎡당 평균 3285만원, 전용 84㎡ 기준으로는 10억~11억원대였다. 약 4개월 전 인근에서 분양간 ‘휘경자이 디센시아’(3.3㎡당 평균 2945만원)보다 3.3㎡당 300만원 이상 높아 고분양가 논란이 일었지만 다 팔려 나갔다.

광진구 ‘구의역 롯데캐슬 이스트폴’도 전용 84㎡ 최고 분양가가 14억9000만원에 달했지만 일반분양 물량 631가구가 모든 계약을 완료했다. 관악구 ‘서울대벤처타운역 푸르지오’도 전용 84㎡ 10억 2950만원의 분양가에도 최근 완판 소식을 알렸다. 경기 광명시 ‘광명센트럴아이파크’가 무순위 계약 5일 만에 다 팔렸다. 전용 84㎡ 최고 분양가가 12억7200만원인데다 옵션 등을 포함하면 13억원에 달하는 분양가였다.

김하나 한경닷컴 기자 ha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