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어 사용자 입장료 할인 혜택에 "이탈리아인에 대한 인종차별"
"좌파 관장 해임하라" 伊 여당 의원, 박물관장 사퇴 요구 논란
이탈리아의 강경 우파 성향의 여당 하원의원이 최근 이탈리아인에 대한 인종 차별을 이유로 박물관장 해임을 요구해 논란이 되고 있다.

안드레아 크리파 동맹(Leag) 부대표는 이번 주 온라인매체 아파리 이탈리아와 인터뷰에서 북부 토리노에서 이집트 박물관을 운영하는 크리스티안 그레코 관장을 공격했다.

크리파 부대표는 그레코 관장이 "이탈리아인과 기독교인에 대한 이념적, 인종차별적 방식으로 박물관을 운영하는 좌파 관장"이라며 "우리는 그를 쫓아내기 위해 모든 것을 할 것이며, 자진 사임하지 않으면 (젠나로) 산줄리아노 문화부 장관에게 해임을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레코 관장은 2018년 2월 박물관의 소장품이 아랍 최대 국가인 이집트에서 도굴된 유물이라는 점을 인정하고 아랍어 사용자들에게 입장료 할인을 해줘 우파 진영의 강한 반발을 샀다.

우파 정당들은 박물관으로 몰려가 항의 시위를 벌였다.

그때 시위를 벌였던 인물 중에는 조르자 멜로니 현 총리가 있다.

멜로니는 이 프로모션을 "멍청한 아이디어"이자 "이탈리아인들에 대한 역차별"이라며 그레코 관장을 성토했다.

당시 멜로니가 이끄는 이탈리아형제들(Fdl)은 성명을 내고 집권에 성공할 경우 그레코를 비롯해 다른 박물관 관장들을 교체하겠다고 밝혔다.

이집트 박물관은 국립 박물관이 아니기에 정부에 관장 교체 권한이 없음에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하지만 FdI는 2018년 3월 총선에서 득표율이 4%에 그치며 집권에 실패했고, 그레코 관장에 대한 위협은 엄포에 그쳤다.

그렇게 잊히는 듯했던 이 문제는 FdI가 지난해 9월 조기 총선에서 정당 득표율 26%를 기록하며 제1당으로 도약하는 반전 드라마를 쓰면서 다시 한번 수면 위로 떠올랐다.

Fdl는 동맹, 전진이탈리아(FI) 등과 우파 연정을 구성해 집권에 성공했고, 멜로니는 이탈리아 사상 첫 여성 총리가 됐다.

우파 진영에서 또다시 공격이 들어오자 그레코 관장은 지난 21일(현지시간) 일간지 라스탐파와 인터뷰에서 "이탈리아 정치인들은 해외와는 달리 박물관 운영 방식과 관장 선정 방식에 간섭한다"며 반발했다.

그는 네덜란드에서 일했던 경험을 언급하며 "해외에서 7년간 일하는 동안 정치인을 만난 적이 없다"고 했다.

그는 지난해 이집트 박물관 입장객이 90만명 이상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이전 수준보다 6.3% 증가했다며 자신이 교체될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야당에서도 그레코 관장을 비호했다.

최대 야당인 민주당(PD)의 로라 볼드리니 하원의원은 "크리파 부대표의 발언은 권위주의적인 사고의 표현"이라며 "국가와 민주주의를 불안하게 만드는 접근 방식"이라고 비판했다.

중도 좌파 성향의 정당인 아치오네의 다니엘라 루피노 하원의원은 "존경받는 이집트 학자인 그레코 관장을 이슬람과의 종교 전쟁에 이용하려는 것은 정치적 싸움이 얼마나 저급한 수준까지 갈 수 있는지 많은 것을 말해준다"고 말했다.

그는 같은 논리라면 로마 시민에게 판테온 입장료를 면제해 다른 이탈리아인을 차별한 산줄리아노 장관도 사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