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단체들이 미리 합의한 공동정책이면 단체장이 바뀌더라도 뒤집을 수 없는 ‘구속력 있는 공공협약’ 제도가 마련된다. 복수 지자체가 함께 재정을 투입하는 사업은 정부가 ‘공동협력 특별교부세(교부금)’를 지급하는 등 지자체 간 협력을 유도하기로 했다.

행정안전부는 이런 내용을 담은 ‘2024 지방재정운용방향’을 오는 22일 부산에서 열리는 2023 지방재정전략회의에서 지자체들에 공유한다고 21일 밝혔다.

기피시설 이전과 문화·체육시설 유치 등 복수 지자체가 협력해야할 일이 늘고 있다. 그러나 지자체장이 새로 선출되거나 유불리가 바뀌면 기존 협약이 파기되는 사례도 많아졌다. 대표적 사례는 서울시의 도봉면허시험장 이전이다. 서울시는 2021년 시험장을 옮기기로 경기 의정부시와 협약을 맺었는데, 지난해 지방선거 이후 의정부시가 파기했다. 구속력 있는 공공협약 제도를 만들면 이런 일을 원전적으로 막을 수 있다.

행안부는 2개 이상 지자체가 공동·협력사업을 추진할 땐 특별교부세로 사업비를 과감히 지원하고, 중앙투자심사 기준도 완화해줄 예정이다. 광역시·도의 경우 300억원 이상, 시·군·구는 200억원 이상 재정을 투입하는 사업을 벌이려면 행안부 산하 중앙투자심사위원회를 반드시 통과해야 한다. 공동사업의 경우 이 기준을 대폭 낮춰주는 식이다. 폐기물 처리장 등 기피 시설을 유치하는 지자체엔 교부세를 추가로 지원하기로 했다.

지자체가 예산을 쓸 때 재량권도 강화할 계획이다. 연도별로 다른 세수를 평탄화하기 위해 마련한 통합재정안정화기금의 사용 한도(현행 60%)를 없애고, 지방채 발행 시 용도 제한도 장기적으로 폐지할 계획이다. 지자체가 조례를 통해 지방세를 깎아주는 ‘조세감면’도 폭넓게 허용하기로 했다.

다만 행안부는 국민 안전 등 필수적인 기능에 공백이 없도록 6개 ‘우선 사업(지방하천 정비, 소하천정비, 교통환경 개선, 위험도로 구조개선, 상수도시설 확충, 범죄예방)’을 정했다. 사업 추진이 미흡한 지자체의 보조금을 떼 우수 지자체로 돌릴 예정이다.

이상민 행안부 장관은 “지방이 주도적으로 재정을 운용하는 동시에, 주어진 권한에 맞게 책임성을 제고하는 방안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김대훈/이상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