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J "바이든 행정부, 협상 재개 위해 제재 적극 집행하지 않아"
"美정부, 對이란 제재 일부러 느슨히 해 이란 원유 수출↑"
미국 행정부가 그간 이란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들이기 위해 대이란 제재를 느슨하게 집행하지 않은 결과 이란의 원유 수출이 늘고 있다고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SJ은 전·현직 미 정부 관리 등 소식통들을 인용, 조 바이든 행정부가 최근의 미국-이란 수감자 맞교환 협상 이전부터 대이란 제재를 적극적으로 집행하지 않겠다는 정책적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며 이같이 전했다.

이번 협상 과정에서 이란군이 걸프 해역에서 외국 유조선을 위협 또는 나포하거나, 미국이 이란 유조선을 나포하는 등 긴장을 높일 행동은 삼가자는 양측의 양해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수년간 이란의 원유 수출량은 증가세를 보였다.

몇몇 애널리스트들에 따르면 현재 이란 원유 생산량은 일간 300만 배럴을 넘겼고 수출량은 일간 200만 배럴에 육박하고 있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전 행정부가 2018년 이란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를 파기하고 이란 원유 수출에 제재를 가한 이후 최대 수준이라고 WSJ은 지적했다.

특히 이란산 원유의 최대 고객인 중국을 향한 수출량은 작년 일간 100만 배럴 미만에서 올해 일간 140만∼160만 배럴로 늘었다고 관련 업계가 전했다.

미국의 제재 대상인 이란 국영 유조선회사(NITC)의 한 임원은 WSJ에 그간 지연 등 아무 문제 없이 중국으로 원유를 수송해왔다고 말했다.

대이란 제재 집행 담당 부서인 국토안보부 산하 국토안보수사국(HSI)은 최근 1년 이상 이란 원유 수송을 단 한 건도 압류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미 공화당 등은 이란이 제재를 피해 원유를 수출할 때 쓰는 '유령 유조선'에 필요한 인증서 등을 발급해주는 작은 나라들 상대로 한 발급 차단 로비를 하는 등 모든 외교적 수단을 미 행정부가 쓰지 않고 있다면서 제재 집행을 강화하도록 압박하고 있다.

실제로 원유시장 브로커와 거래상들에 따르면 이란산·러시아산 원유 등을 몰래 실어 나르는 유령 유조선 규모가 수년 전 60척 수준에서 이제 300척 이상으로 늘어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해 조니 언스트(공화·아이오와) 상원의원은 "바이든 행정부는 유화적 자세를 끝내야 한다"며 제재 집행 강화를 촉구했다.

이에 대해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의 한 대변인은 성명을 내고 "미국은 모든 이란 관련 제재를 엄격한 준수하는 자세를 유지하고 있으며 그렇지 않다는 주장은 거짓"이라고 밝혔다.

미 국무부도 대이란 제재 집행을 위해 모든 수단을 활용하고 있다며 "우리의 정책은 바뀐 바 없다"고 강조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집권 이후 전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파기한 2015년 이란 핵합의를 복원하려 시도했다.

그러나 작년 11월에 바이든 대통령이 이란 핵합의 복원 협상이 사실상 '죽었다'고 언급하는 등 대화 진전이 없다가 최근 한국에 묶인 이란 자금의 동결을 해제하고 양국이 수감자를 맞교환하는 데 성공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