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플랫폼 '에브리타임'은 왜 반지성주의 요람이 됐나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나임윤경 교수 "거짓 정보들이 득세하는 반지성주의 현장"
청년들의 시대감각 다룬 신간 '공정감각' "'에브리타임'은 진리를 탐구하고 신봉하는 줄로 알려진 대한민국의 대학교에 넓은 반경으로 똬리를 틀고 앉아 수능점수와 내신등급의 차이가 '별것 아님'을, 다만 심증이 아니라 물증으로 정확하게 보여주는 반지성주의의 현장이다.
반지성주의의 관점에서 한국 대학교의 학생들은 놀랍도록 같은 위치에 있다.
"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장을 지낸 나임윤경 연세대 문화인류학과 교수가 신간 '공정감각'에서 내린 한국 대학생들에 대한 진단이다.
학문의 전당이자 지성의 요람에서 공부하는 대학생들이 '능력주의의 신화'에 포획되고, 큰 목소리, 빈말, 가짜뉴스에 영향받으면서 반지성주의자가 되어가고 있다는 얘기다.
그 실상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곳이 대학생 플랫폼 '에브리타임'이다.
' />
에브리타임은 2011년 출시된 대학생 온라인 플랫폼으로, 현재 대학에 재학 중인 20대가 가장 많이 사용하는 익명 커뮤니티다.
397개 대학에서 658만명이 가입했고, 작성된 게시물 수도 17억 5천만개가 넘는다.
책에 따르면 에브리타임에 올라온 게시물 가운데 상당수는 비정규직, 대학 서열화, 성소수자 논쟁에 관한 것으로 채워졌다.
가령, D 대학교에 올라온 게시물을 보면 비정규직의 정규직화가 골자인 일명 인국공(인천국제공항공사) 사태와 관련한 글들이 많다.
"노력 안 한 사람이 성공했다는 사실에 분노하는 것" 등의 주장이 잇달았으며 비정규직, 고졸, 전문대 출신 취업자들을 향한 혐오 표현도 짙었다.
C 대학에선 학력 관련 혐오 표현이 빈번했다.
이른바 수능점수에 따른 '서열'이 낮다고 생각하는 대학, 여대, 지방대, 전형이 다른 입학생, 분교 등에 대한 혐오 글을 흔히 볼 수 있다.
게시물의 또 다른 특징은 노골적인 여성 혐오다.
책에 언급된 천관율과 전한울이 쓴 '20대 남자: 남성 마이너리티 자의식의 탄생'에 따르면 또래 여성에게 주눅 들며 성장한 지금 20대 남성들의 특징은 "짝짓기 시장에서 가장 상처받은 집단"이라는 것이다.
20대 남성 4명 중 1명꼴인 이들은 자기 성별은 가장 이타적으로, 상대방 성별은 가장 이기적으로 평가한다.
이런 혐오 표현의 난립 속에 PC(정치적 올바름) 게시글은 주목받지 못하고 있고, 심지어 삭제되고 있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여론을 하나로 수렴하는 행위" 또는 "사회적 이슈에 대한 언급 혹은 이와 관련한 행위" 제한이라는 에브리타임 내부 규정에 따라서다.
설사 글이 살아남는다 해도 글쓴이들은 '신상 털기' '모욕 주기' '과거 행적 까발리기' 등 다양한 방식의 사이버 폭력에 시달린다.
저자는 "다양한 목소리가 표출되고, 이견들이 경합하는 곳이라야 담론이 만들어지고, 이른바 '시대정신'이라는 것이 구성될 수 있을 텐데, 애초에 다른 목소리와 이견은 썰리고 삭제되고 퇴출당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결과적으로 대학 내 에브리타임 역시도 다른 많은 플랫폼처럼 소수의 가짜, 거짓, 짜깁기 정보들이 득세하고 목소리를 높일 수 있는 반지성주의의 현장이 되어 있다"고 비판했다.
책에는 나임윤경 교수의 글과 에브리타임이 민주적 공론장이라 생각해 글을 올렸다 삭제된 학생들의 원본 글이 함께 실렸다.
비정규직 문제, 파업, 남녀 갈등, 학벌 서열화, 능력주의와 같은 첨예한 사회문제에 대한 20대의 다양한 앵글을 엿볼 수 있다.
저자는 "이들의 발언이 삭제되는 것도 문제이지만 삭제되지 않고 남은 혐오 발언들이 지금 20대의 생각을 '과잉 대표'하는 것 역시 문제"라고 말한다.
문예출판사. 368쪽.
/연합뉴스
청년들의 시대감각 다룬 신간 '공정감각' "'에브리타임'은 진리를 탐구하고 신봉하는 줄로 알려진 대한민국의 대학교에 넓은 반경으로 똬리를 틀고 앉아 수능점수와 내신등급의 차이가 '별것 아님'을, 다만 심증이 아니라 물증으로 정확하게 보여주는 반지성주의의 현장이다.
반지성주의의 관점에서 한국 대학교의 학생들은 놀랍도록 같은 위치에 있다.
"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장을 지낸 나임윤경 연세대 문화인류학과 교수가 신간 '공정감각'에서 내린 한국 대학생들에 대한 진단이다.
학문의 전당이자 지성의 요람에서 공부하는 대학생들이 '능력주의의 신화'에 포획되고, 큰 목소리, 빈말, 가짜뉴스에 영향받으면서 반지성주의자가 되어가고 있다는 얘기다.
그 실상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곳이 대학생 플랫폼 '에브리타임'이다.
' />
에브리타임은 2011년 출시된 대학생 온라인 플랫폼으로, 현재 대학에 재학 중인 20대가 가장 많이 사용하는 익명 커뮤니티다.
397개 대학에서 658만명이 가입했고, 작성된 게시물 수도 17억 5천만개가 넘는다.
책에 따르면 에브리타임에 올라온 게시물 가운데 상당수는 비정규직, 대학 서열화, 성소수자 논쟁에 관한 것으로 채워졌다.
가령, D 대학교에 올라온 게시물을 보면 비정규직의 정규직화가 골자인 일명 인국공(인천국제공항공사) 사태와 관련한 글들이 많다.
"노력 안 한 사람이 성공했다는 사실에 분노하는 것" 등의 주장이 잇달았으며 비정규직, 고졸, 전문대 출신 취업자들을 향한 혐오 표현도 짙었다.
C 대학에선 학력 관련 혐오 표현이 빈번했다.
이른바 수능점수에 따른 '서열'이 낮다고 생각하는 대학, 여대, 지방대, 전형이 다른 입학생, 분교 등에 대한 혐오 글을 흔히 볼 수 있다.
게시물의 또 다른 특징은 노골적인 여성 혐오다.
책에 언급된 천관율과 전한울이 쓴 '20대 남자: 남성 마이너리티 자의식의 탄생'에 따르면 또래 여성에게 주눅 들며 성장한 지금 20대 남성들의 특징은 "짝짓기 시장에서 가장 상처받은 집단"이라는 것이다.
20대 남성 4명 중 1명꼴인 이들은 자기 성별은 가장 이타적으로, 상대방 성별은 가장 이기적으로 평가한다.
이런 혐오 표현의 난립 속에 PC(정치적 올바름) 게시글은 주목받지 못하고 있고, 심지어 삭제되고 있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여론을 하나로 수렴하는 행위" 또는 "사회적 이슈에 대한 언급 혹은 이와 관련한 행위" 제한이라는 에브리타임 내부 규정에 따라서다.
설사 글이 살아남는다 해도 글쓴이들은 '신상 털기' '모욕 주기' '과거 행적 까발리기' 등 다양한 방식의 사이버 폭력에 시달린다.
저자는 "다양한 목소리가 표출되고, 이견들이 경합하는 곳이라야 담론이 만들어지고, 이른바 '시대정신'이라는 것이 구성될 수 있을 텐데, 애초에 다른 목소리와 이견은 썰리고 삭제되고 퇴출당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결과적으로 대학 내 에브리타임 역시도 다른 많은 플랫폼처럼 소수의 가짜, 거짓, 짜깁기 정보들이 득세하고 목소리를 높일 수 있는 반지성주의의 현장이 되어 있다"고 비판했다.
책에는 나임윤경 교수의 글과 에브리타임이 민주적 공론장이라 생각해 글을 올렸다 삭제된 학생들의 원본 글이 함께 실렸다.
비정규직 문제, 파업, 남녀 갈등, 학벌 서열화, 능력주의와 같은 첨예한 사회문제에 대한 20대의 다양한 앵글을 엿볼 수 있다.
저자는 "이들의 발언이 삭제되는 것도 문제이지만 삭제되지 않고 남은 혐오 발언들이 지금 20대의 생각을 '과잉 대표'하는 것 역시 문제"라고 말한다.
문예출판사. 368쪽.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