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100달러, 금리 17년 최고…'FOMC 결과 미리 공개'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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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주식 : 다우 -0.31%, S&P500 -0.22%, 나스닥 -0.23%
◆미국 채권 : 국채 10년물 4.367%(4.8bp), 2년물 5.097%(3.3bp)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결과 발표를 하루 앞둔 뉴욕 금융시장은 19일(미 동부시간) 전날에 이어 관망세를 이어갔습니다. 아침 한때 브렌트유가 배럴당 95달러를 넘는 등 유가가 폭등하면서 뉴욕 증시의 주요 지수는 하락세로 출발했습니다. 오후 들어 유가가 잠잠해지자 반등했지만, 이번엔 금리가 걸림돌이 됐습니다. 아침에 유가와 동반 상승하던 채권 금리는 유가가 주춤한 가운데서도 오름세를 이어갔습니다. 결국,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17년 내 최고치로 마감했습니다. 주가는 소폭 하락세로 거래를 마쳤습니다.
월가 컨센서스를 종합해보면 9월 FOMC 결과는 다음과 같을 것입니다.
① 기준금리 동결
기준금리는 5.25%-5.50%로 유지할 것입니다. 경제 데이터가 Fed가 바라는 방향으로 둔화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고용은 올해 초 월 50만 개 넘게 늘었던 월별 신규고용은 이제 10만 개 후반대로 감소했습니다. 비록 헤드라인 소비자물가(CPI)는 유가 상승으로 인해 소폭 반등하고 있지만, 근원 CPI는 최근 3개월간 전월 대비 상승률을 연율로 환산하면 2.4%에 그칩니다. 금리 상승세가 지속하면서 금융여건도 빡빡해지고 있습니다. 시카고상품거래소의 Fed 워치 시장에서는 금리 동결에 99%로 베팅하고 있습니다.
② 추가 인상의 문 열어놓을 것
기준금리는 동결하지만, 추가 인상 가능성은 살려 놓을 것입니다. 인플레이션이 둔화하고는 있지만, 여전히 높은 탓입니다. Fed의 물가 벤치마크인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물가는 7월 4.24%로 여전히 목표의 두 배가 넘습니다. 게다가 최근 유가 상승세를 보면 인플레이션이 계속 둔화할지도 확신하기 어렵습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추가 인상'이라는 통화정책 옵션을 유지할 필요가 있습니다. 씨티는 "예상보다 훨씬 더 강력한 성장, 타이트한 노동 시장, 인플레이션에 대한 상승 위험은 여전히 매파적으로 편향된 위험을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UBS는 "파월 의장은 데이터 의존성을 다시 한번 강조하면서 '적절하다고 판단되면 금리를 추가 인상할 준비가 되어 있다'라고 말할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③ 점도표/ 2023년 금리 전망치 유치
6월 점도표에서 2023년 말 기준금리 전망치로 제시한 5.625%는 그대로 유지할 것입니다. 한 번 더 올릴 가능성을 살려두는 것입니다. JP모건과 씨티, 도이치뱅크, 골드만삭스 등이 그렇게 예상합니다. 하지만 아슬아슬합니다. 웰스파고, UBS 등은 인플레이션 둔화 추세를 반영해 현재 기준금리 수준인 5.325%로 낮출 것으로 전망하지요. 이런 예상에는 자신감이 없습니다. 웰스파고는 "2023년 말 기준금리 중앙값을 5.375%로 낮춰도 놀라지 않을 것이지만 5.625%로 유지돼도 놀라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JP모건도 "기준금리 전망치 중앙값은 기존처럼 한 번 더 인상을 가리킬 것으로 믿지만, 더는 인상이 없음을 나타낼 좋은 기회가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관측했습니다.
④ 2024년 금리 전망치 유지
월가가 가장 주시하는 것은 '얼마나 더 올릴까'가 아닙니다. '내년 언제부터 금리를 내리고 얼마나 내릴까'라는 것입니다. 지난 6월 점도표에서 2024년 중앙값은 4.625%였습니다. 지금 기준금리를 기준으로 하면 내년에 75bp 인하한다는 얘기입니다. 하지만 시장은 내년 5~6월부터 금리 인하를 시작해 최소 100bp 내릴 것을 예상합니다. 골드만삭스 등 대부분은 이 전망치를 유지할 것으로 내다봅니다. 매파적인 씨티도 "2024년 중앙값은 유지될 것"으로 관측했습니다. 물론 그러면서도 "위험은 상향으로 치우쳐 있다. 그렇게 되면 '더 높은 금리를 더 오래 유지하겠다'(higher for longer)라는 메시지는 강화될 것"이라고 덧붙였지요. 반면 뱅크오브아메리카는 "2024년 중간값은 기존 전망(6월)보다 25bp 더 높은 4.875%로 올라갈 것으로 보며, 훨씬 더 큰 상승 폭이 나타날 위험도 있다"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⑤ 성장률 높이고 실업률, 인플레 전망 낮추고
Fed는 경제전망(SEP)에서 지난 석 달간 데이터를 반영해 올해와 내년 국내총생산(GDP) 전망치를 높이고, 실업률과 인플레이션 전망치를 조정할 것입니다. 골드만삭스는 2023년 GDP 성장률 전망치는 기존 1%→2.1%로 높이고, 실업률은 4.1%→3.9%, 근원 PCE 인플레이션은 3.9%→3.5%로 낮출 것으로 관측하고 있습니다.
사실 내일 FOMC가 이대로만 나온다면 시장은 반길 수도 있습니다. 추가 인상 가능성을 열어놓는다고 해도 11월까지는 경기와 물가가 추가 둔화하여 더 금리 인상은 없을 것으로 보는 투자자들이 다수이니까요.
다행히 유가는 오전 11시가 넘어가자 반락했습니다. 결국, WTI는 전날보다 0.31% 하락한 배럴당 91.20달러로 거래를 마쳤습니다. 브렌트유도 0.10% 내린 배럴당 94.34달러로 마감했습니다. 뉴욕타임스(NYT)는 "미국과 사우디가 한·미, 미·일이 맺은 군사협정과 유사한 상호 방위조약을 논의하고 있다"라고 보도한 데 따른 것입니다. 양국 관계가 개선되면 사우디가 원유 공급을 늘릴 수도 있지요. 그동안의 급등으로 많은 이익을 본 트레이더들이 일부 차익실현 매물을 내놓았습니다. 다만 사우디의 에너지 장관인 압둘아지즈 빈 살만 왕자는 어제 OPEC+ 감산을 옹호하면서 "에너지 시장은 변동성을 제한하기 위해 가벼운 규제가 필요하다"라고 말했습니다.또 중국 수요, 유럽 성장과 중앙은행들의 긴축에 따른 불확실성이 남아있다고 설명했습니다. UBS는 "그의 발언은 수요가 충분히 안정적이라고 믿을 때만 공급을 늘릴 것을 암시한다"라고 분석했습니다.
8월 주택 착공 건수가 전월 대비 11.3% 감소해 팬데믹 초기인 2020년 6월 이후 최저로 줄어든 것도 금리 상승에 영향을 미쳤습니다. 3개월 만에 두 번째 감소입니다. 7%대에 머무는 모기지 금리 탓이지요. 주택 공급 부족은 주택 가격이 크게 떨어지지 않고 버티는 이유 중 하나입니다. 그런 상황에서 착공 건수가 줄고 있는 것이지요. 다행히 미래 주택 공급을 가늠하는 신규주택 착공 허가 건수는 전월보다 6.9% 늘어났습니다. 시장 예상(1.5% 감소)을 상회했고, 지난해 10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입니다.
10월 1일 연방정부의 폐쇄 가능성이 치솟고 있는 겁니다. 데드라인이 약 열흘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오늘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 등 공화당 하원 지도부는 30일간 추가로 재정을 지원하는 임시예산안을 절차 투표에 부쳤다가 철회했습니다. 내년 예산안을 구성하는 12개 세출법안 가운데 가장 중요한 국방법안도 냈다가 다시 철회했고요. 공화당 내에서조차 합의가 안 된 탓입니다. 공화당 내 강경파들은 2024 회계연도 정부 지출을 작년 수준으로 줄이지 않는 한 거부하겠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게다가 상원을 지배하는 민주당의 척 슈머 상원 원내총무는 "공화당이 제멋대로 만든 예산안은 상원에 도착하는 즉시 기각하겠다"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연방정부는 1976년 이후 20번의 폐쇄를 겪었습니다. 평균 기간은 8일이었습니다. 하지만 최근 정치적 양극화가 심각해지면서 폐쇄 기간이 길어지고 있습니다. 가장 최근 폐쇄는 2018년 12월부터 시작해 2019년 1월까지 역대 최장기간인 34일간 지속했습니다.
미국 자동차노조(UAW)의 파업도 아무런 진전 없이 5일째 이어졌습니다. 특히 금요일인 22일 정오까지 협상에 진전이 없으면 파업을 확대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현재는 3개수, 3개 공장에서 1만3000명이 파업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UAW의 조합원은 14만5000명에 달합니다.
사실 폐쇄됐던 연방정부가 다시 문을 열고 나면 경제적 효과는 사라집니다. 그래서 증시는 일반적으로 이를 무시합니다. LPL리서치에 따르면 20번의 연방정부 폐쇄 기간 S&P500 지수의 평균 수익률은 0.04%입니다. 폐쇄 이후 예산이 통과되면 이후 1개월, 3개월 평균 수익률은 각각 1.17%와 2.64%입니다.
UAW의 파업 영향도 파괴적이지는 않습니다. 캐피털 이코노믹스는 "거대한 미국 경제에 비하면 자동차 3사 파업의 영향은 적다. 미국 경제에서 자동차 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0.7%이며, 빅3의 비중은 0.3%보다 적다. 전면 파업이 일어나도 그 영향은 여전히 제한적일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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