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바닥치자 유가·금리 폭등…FOMC 핵심은 '점도표'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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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주식 : 다우 -0.83%, S&P500 -1.22%, 나스닥 -1.56%
◆미국 채권 : 국채 10년물 4.334%(4.4bp), 2년물 5.037%(2.3bp)
9월 15일은 15년 전 월가의 투자은행 리먼 브러더스가 파산 신청한 지 15주년이 되는 날입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던 순간입니다. S&P500 지수는 리먼이 파산 신청하기 전 금요일인 2008년 9월 12일 종가부터 2009년 3월 9일까지 46% 폭락했습니다. 하지만 그 금요일부터 지금까지 15년 동안을 따지면 380.8% 올랐습니다. 연평균 수익률이 11.0%에 달합니다.
중국 경제 반등은 치솟고 있던 유가 상승세를 더욱 부추겼습니다. 오후 4시 40분께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1.09% 오른 배럴당 91.14달러, 브렌트유는 0.55% 상승한 94.22달러에 거래됐습니다. 모두 작년 11월 이후 최고치입니다. 3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면서, 6월 중순부터 석 달간 30% 이상 급등했습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현재 원유 선물시장을 보면 9월물이 근월물인 10월물보다 배럴당 84센트 높은 '백워데이션' 현상이 발생했습니다. 지금 공급 부족이 있다는 뜻입니다.
오안다는 "배럴당 100달러가 멀지는 않았지만 높은 유가로 인해 경제 전망에 위험이 생기면서 소비자 태도가 바뀔 수 있다. 원유 시장은 한동안 빡빡한 상태를 유지할 것이지만 유가를 세 자릿수로 보내려면 새로운 촉매제가 필요할 수 있다"라고 관측했습니다.
이런 유가 상승은 인플레이션 우려를 건드렸습니다. 그러자 금리가 올랐습니다. 뉴욕 채권 시장에서 미 국채 금리는 종일 상승세를 보였습니다. 오후 4시 40분께 국채 10년물은 4.4bp 오른 4.334%, 2년물은 2.3bp 상승한 5.037%를 기록했습니다.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저항선으로 여겨지던 4.3%를 넘어 약 한 달 전 도전했던 16년 내 최고치 근처까지 올라갔습니다.
골드만삭스가 이달 1000명의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벌인 설문조사(Marquee quick poll)를 보면 투자자들은 미국이 경기 침체를 피할 것으로 보지만 여전히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를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응답자의 거의 절반은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가 7월 4.2%에서 올해 말까지 3.6% 아래로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는데요. 그러면서도 대부분은 경직된 인플레이션이 주요한 위험 요인이라고 답했습니다. 골드만삭스의 오스카 오스툴런드 시장 분석 글로벌 헤드는 "시장에서는 미 경제의 연착륙 내러티브가 그대로 유지되려면 인플레이션 하락이 이어지고 소비 데이터의 약화가 없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라면서 "특히 최근 유가 상승세가 확대되면 인플레이션과 소비 데이터 모두에 압력이 가해질 수 있다는 점을 주의해야 한다”라고 덧붙였습니다.
오늘 발표된 경제 데이터에는 유난히 인플레이션 데이터가 많았습니다.
▶8월 수입 물가는 0.5% 증가해 예상(0.3%)이나 7월(0.1%)보다 높았습니다. 에너지 가격이 6.7% 상승한 게 가장 큰 요인입니다. 수출 가격도 1.3% 높아졌습니다. 2022년 5월 이후 가장 큰 상승 폭이기도 합니다.
▶미시간대 9월 소비자심리지수 조사에서는 9월 단기(1년) 인플레이션 기대치는 전달 3.5%에서 3.1%로 하락해 2021년 3월 이후 최저를 기록했습니다. 5년 기대치도 3.0%에서 2.7%로 떨어져 2020년 12월 이후 최저였습니다. 소비자 기대가 낮아진 것은 긍정적이죠. 지수 자체도 1.8포인트 낮은 67.7로 예상치 69.2보다는 낮았습니다. 웰스파고는 "소비자 신뢰는 악화의 초기 징후를 보인다. 미시간대 지수는 두 달 연속 하락했는데, 이는 소비자가 경제 환경에 대해 점점 더 걱정하고 있음을 나타낸다. 동시에 소비자는 인플레이션이 냉각되고 있다고 더 확신한다"라고 분석했습니다.
전반적으로 데이터는 혼조세를 보였지만, 인플레이션이나 경기 측면에서 마음을 놓을 수 있는 건 아니었습니다. 데이터가 뚜렷한 방향성이 없었는데도 금리가 저항선을 뚫고 올라가자 투자자들은 얼어붙었습니다. 뉴욕 증시의 주요 지수는 아침 소폭 하락세로 출발한 뒤 계속해서 내림 폭을 키웠습니다. 결국, 다우 지수는 0.83%, S&P500 지수는 1.22% 내렸고, 나스닥은 1.56%나 떨어졌습니다. AXS 인베스트먼트의 그레그 베석 CEO는 "이번 주 CPI, PPI 등 인플레이션 데이터가 예상보다 뜨거웠지만, 투자자들은 Fed가 여기에 기반해 다음주 금리를 인상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무시했다. 그러나 현재 나오는 추가 데이터와 지속적인 지정학적 압력 등을 소화한 결과 오늘 투자자들은 뒤로 물러나 숨 고르기를 하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습니다.
자동차 3사 동시 파업은 이번이 처음이지만 UAW는 14만5000명의 조합원 중 우선 1만2000여 명만 파업하는 등 새로운 전술을 쓰고 있습니다. 포드 브롱코 등 가장 수익성이 높은 모델을 만드는 공장에서만 파업을 시작한 것이죠. 그러면서 언제든지 확대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노조는 당장 임금을 20% 올려주고 4년에 걸쳐 40% 인상해달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많은 정규직 근로자의 임금이 시간당 약 32달러가 됩니다. 주 4일, 32시간 근무도 요구하고 있습니다. 업체 측은 비용 증가에 따른 경쟁력 저하를 이유로 최대 20%의 인상안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내일 협상을 벌일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다음주 핵심 이벤트는 Fed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입니다. 19일부터 회의를 시작하고 20일 오후 2시 회의 결과를 내놓습니다. 기준금리는 5.25~5.5%로 동결할 것입니다. 8월 고용은 적당히 냉각됐고, 8월 CPI를 보면 예상보다는 살짝 높았어도 인플레이션 둔화 추세는 이어지고 있습니다. 매파인 크리스트퍼 월러 이사도 "통화정책을 좀 더 신중히 진행할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시카고상품거래소의 Fed 워치 시장에서는 다음주 금리 동결 확률을 97%로 베팅하고 있습니다.
▶FOMC는 정책 금리가 최종 금리에 가까워 지면서 긴축 속도를 늦춰왔다. 우리는 FOMC가 20일 회의에서 금리를 5.25~5.50%로 그대로 유지할 것으로 예상한다.
▶지난해 3월 이후 누적적으로 525bp를 올린 것을 고려하면 경제 활동은 상대적으로 양호하다. 3분기 GDP 성장은 연율 3% 이상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노동 시장과 인플레이션에 대한 최근 데이터를 보면 긴축 효과가 더 분명하게 보인다. 월별 신규고용이 월 20만 개 미만으로 둔화하였을 뿐만 아니라 노동 공급이 회복되고 인건비가 냉각되고 있다. 근원 CPI는 8월 3개월 연율로 2.4% 상승했는데, 이는 2년여 만에 가장 느린 속도였다.
▶지난주 월러 이사, 로리 로건 댈러스 연은 총재 등 매파도 다가오는 회의에서 금리를 유지하는 데 동조했다. 시장은 FOMC가 9월 이후에 더욱 긴축할 의향이 있는지 단서를 찾는 데 관심을 둘 것이다. Fed는 '들어오는 데이터가 이를 뒷받침한다면 추가 긴축이 가능하다'라는 신호를 보낼 것으로 예상된다.
다음주 Fed뿐 아니라 일본 영국 스위스 브라질 중국 터키 등의 중앙은행도 통화정책회의를 합니다. 미국의 경제 데이터는 주로 주택 관련 데이터가 몰려서 나옵니다. 18일 9월 NAHB 주택시장지수, 19일 주택 착공 건수와 허가 건수, 21일 기존주택판매 수치가 발표됩니다. 주택 수요가 여전히 견고한지 알 수 있을 겁니다. 20일 장 마감 뒤에는 페덱스가 실적을 발표합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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