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의 사진가] 그림 흉내내던 사진, 독립시킨 스티글리츠
정장 차림의 위층 사람들은 무심한 표정으로 먼 곳을 바라보고 있다. 남루한 행색의 아래층 사람들은 지친 표정이 역력하다. 미국 근대사진의 아버지로 불리는 앨프리드 스티글리츠(1864~1946)가 1907년 대형 여객선의 일등 선실과 삼등 선실을 한 프레임에 담은 작품 '삼등선실'의 풍경이다.

당시 세계 최대 산업국가로 부상한 미국의 계층 간 차이를 시각적으로 드러낸 이 장면은 현대 사진의 전환점과 같은 작품이었다.

스티글리츠는 20세기 초 우아하고 고상한 그림을 흉내 내던 사진을 회화로부터 독립시킨 인물이다. 그 출발점은 1893년 촬영한 ‘종착역’이었다. 한겨울 도심에서 마차를 끄는 말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수증기를 찍어 회화에서 보여줄 수 없는 역동성과 현실감을 담아냈다. 이 같은 사진을 확산하기 위해 스티글리츠는 1902년 ‘사진분리파’를 결성하고, 이듬해 ‘카메라 워크’를 창간했다. 이어 그는 대표작 ‘삼등선실’을 촬영해 평범한 일상에서도 미적 완성도 높은 작품을 담을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또한 뉴욕에 갤러리291을 열어 마티스, 피카소 같은 작가들의 작품을 미국에서 전시하는 등 미국 예술의 발전을 이끌었다.

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