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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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내년 외국인력 도입 규모를 역대 최대 수준으로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가운데, 외국인 근로자의 '임금 체불' 문제는 갈수록 악화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임금체불 문제에 대한 해결책 없이 무턱대고 도입 규모만 확대했다가는, 정책 효과가 반감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3일 박대수 국민의힘 의원실이 고용부로부터 받은 ‘5년간 사업장 규모별 외국인 근로자 임금체불 현황’에 따르면 2019년부터 2023년 7월까지 최근 4년 7개월간 외국인 근로자 임금체불은 5670억원에 달했다.

체불금액은 2019년 1216억8200만원→2020년 1287억7100만원→2021년 1183억5100만원→2022년 1223억2400만원→2023년 7월 기준 761억3700만원으로 조사됐다. 2021년을 빼면 매년 1200억원 웃돈 셈이다. 지난해 체불 금액은 전년도 대비 20억원 가까이 늘어났다.

체불은 대부분 중소 영세 사업장에서 발생했다.

체불 접수 건수를 기준으로 사업장 규모별로 분석한 결과, 5인 미만 사업장이 절반을 넘게 차지한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전체 접수 건수 1만6075건 중 5인 미만 사업장에서 접수된 건수는 8317건(51.7%), 5~29인 사업장이 6429건(39.9%)을 차지해 30인 미만 사업장이 전체 90% 이상을 차지했다. 올해도 7월까지 현황을 기준으로 6862건 중 3598건이 5인 미만 사업장에서 발생했다.

임금체불 금액을 기준으로 지난해 임금체불 현황을 분석한 결과 5인 미만 사업장이 540억원으로 전체 체불금액 1223억2400만원 중 44%, 5~29인 사업장이 546억원으로 44.6% 차지했다. 올해도 7월까지 현황을 기준으로 5인 미만 사업장이 43%, 5~29인 사업장이 47%를 차지하고 있다.

한 노사관계 전문가는 "인력 부족으로 외국 인력 수요가 높은 곳은 대부분 영세 소기업 사업장"이라며 "이번 체불 현황은 외국인력 도입 사업장들 가운데 한계 기업 비중이 높다는 점을 방증하고 있다"고 말했다.

게다가 최근 경기 악화 상황 감안하면 ‘30인 이하’ 영세 사업장의 임금체불 문제가 쉽게 해결될리는 만무하다.

게다가 정부는 지난달 24일 규제혁신전략회의에서 기업의 비전문외국인력(E-9 비자) 고용 한도를 두 배 늘리고 내년에는 역대 최대 수준인 12만명까지 확대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상태다.

새롭게 도입되는 외국인 근로자들 역시 대부분 중소영세 사업장에 배치될 가능성이 높다. 이런 상황에서 외국인 임금체불 문제를 타개하지 못하면 불법체류자가 더욱 늘어나고 정부의 외국인력 증대 정책 효과 반감될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고용부는 "고용허가제로 입국한 외국인 근로자(E-9, H-2)의 경우 임금체불보증보험에서 보험금(최대한도 4백만원)을 우선 지급하고, 이후 체불액에 대해서는 간이대지급금을 통해 지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박대수 의원은 “외국인 근로자들은 중요한 인력인 동시에, 본국에 귀환해서는 한국에 대한 이미지를 전달하는 '손님'"이라며 "도입 확대 전에 영세기업들에 대한 체불 방지대책을 마련해 주는 게 급선무”라고 지적했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