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혜택의 역습
최근 MZ세대 근로자들이 어떤 기업에 입사할지 선택하는 중요한 기준 중 하나는 어떤 복지혜택을 주는지이다. 노동조합과 근로자들은 임금 뿐 아니라 각종 복지혜택의 확대를 요구해 왔고, 기업들은 경쟁이라도 하듯이 각종 복지혜택을 확대해 왔다.
그런데 최근 이러한 복지혜택을 악용하여 문제된 사례들이 늘고 있고, 순수하게 복리혜택으로 제공한 제도들이 점점 근로조건으로 인정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1. 퇴직자 복리혜택

세계 최대 자동차 회사였던 GM은 자동차 호황기를 거치며 무섭게 성장했고, 퇴직자 및 그 가족들의 생활과 의료를 보장하는 파격적인 복지제도를 시행했다. 이로 인해 2000년 초반 직원과 퇴직자 및 그 가족에게 지급하는 의료보험이 매년 60억 달러(약 7조8000억원)에 달했고, 퇴직자에게 지급할 연금이 600억 달러로 당시 GM시가총액의 4배를 넘었다. 결국 GM은 2009년 미 연방정부에 파산보호를 신청했고, 가까스로 회생했다.

국내 A사도 장기근속한 퇴직자에게 자사 제품의 25% 할인 혜택을 평생 제공하는 파격적인 복지혜택을 주고 있다(해당 제품 원가가 80% 정도이므로, 사실상 퇴직자에게 팔면 팔수록 손해가 발생하는 구조이다). 다만, A사는 재직 중 중징계를 받거나 재직 중 또는 퇴직 후 회사에 손실을 입히거나 경영진이 이런 혜택을 주는 것이 적절치 않다고 판단할 경우 지급하지 않는다는 규정을 두었다. 그런데 회사를 상대로 각종 무의미한 소송을 제기한 일부 퇴직자들에게 해당 혜택을 부여하지 않자, 이들은 이러한 복지혜택을 허용하지 않는 것이 불합리한 차별이라고 주장하면서 국가인권위원회에 제소를 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A사가 이들에게 퇴직자 복지혜택을 허용하지 않는 것이 국가인권위회법상 평등권 침해의 차별행위에 해당한다는 판단을 했다.


#2. 의료비 지원혜택

상당수 대기업들은 근로자들이 병원을 이용할 경우 특정 병명에 한해 의료비를 지원하고 있는데, 근로자들이 실손보험에 가입하여 실손보험에서도 보상이 되는 병명이면, 회사로부터 의료비를 지원받음과 동시에 보험회사로부터 실손보험금도 수령할 수 있다. 이런 경우 근로자들은 특정 병명의 경우 병원에서 치료를 받으면 받을수록 별도의 금전적 이익을 얻게 된다.

최근 B사 근로자들 일부가 위와 같은 회사의 복지혜택을 이용하여 회사가 지원하지 않는 항목의 치료(도수치료)를 받았으면서도 회사에 제출하는 진료내역서에는 도수치료가 기재되지 않도록 병원에 요청하여, 회사에는 도수치료가 기재되지 않은 진료내역서를, 실손보험사에는 도수치료가 기재된 진료내역서를 제출하여, 수천만원의 금전적 이익을 받은 사실이 드러나 징계해고 등 중징계를 받았다.


#3. 선택적 복리후생

과거 전통적 복리후생으로 식대, 출퇴근 차량(교통비), 하계휴가비 등이 있었고, 최근에는 개별 근로자들의 선택권을 존중하여 ‘선택적 복리후생’을 도입하는 회사들이 많다. 예컨대, 복지포인트(예컨대 年 100만 포인트)를 제공하여 정해진 사용처(또는 사용처 제한없이)에서 근로자들이 원하는 상품이나 서비스를 받고 복지포인트로 결제하는 것이다.

세계적 컨텐츠 회사 C는 코로나19로 인해 재택근무가 늘자 일정 한도 내에서 재택근무에 필요한 디지털 기기를 구매할 수 있도록 했다[참고로, C회사는 근로자와 회사 간 신뢰를 중시하여 회사의 룰을 정하지 않고 근로자에게 무한 자율을 주되, 그에 따른 책임을 묻는다]. 그런데 특정 근로자가 재택근무에 필요한 디지털 기기를 구매했는데, 게임용 최고급 모니터·키보드·헤드셋을 구매한 것이 드러났다. 해당 근로자는 게임용 디지털 기기는 특별한 것이 없고 사양이 좋은 것일 뿐이므로 업무를 위해 구매했다고 주장했으나, 해당 근로자는 결국 퇴사하게 되었다.


#4. 재택근무

근로자들의 근무장소를 지정하는 권한은 원칙적으로 사용자에게 있으므로, 대부분 근로계약서에 근무장소(예컨대 본사)를 정하면서 ‘기타 회사가 정하는 장소’를 기재한다.

최근 IT기업들을 위주로 재택근무를 허용해 왔고, 디지털 장비가 발달함에 따라 단순 자택근무가 아니라 지방이나 해외를 돌아다니며 업무와 여행을 하는 소위 ‘디지털 노마드(Digital Nomad)’족이 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의 확산과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방침으로 인해 IT기업들 뿐 아니라 일반 기업들도 재택근무를 전격 허용했고, 재택근무의 유용성에 대해 긍정하는 분위기였다. 그러다가 재택근무의 경우 업무 퀄러티 저하와 직원들간 의사소통의 문제, 재택근무시 주식투자나 심지어 투잡(Two Job)을 하는 등 각종 문제가 제기되었고, 코로나19 확산이 멈추고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되자 기업들은 다시 오피스 근무로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 세계적 기업의 CEO인 일론 머스크도 테슬라 직원 및 트위터 직원들에게 재택근무(원격근무) 금지를 선언했고, 세계적 컨텐츠 기업인 월트디즈니도 주4일 사무실 출근을 하는 재택근무 축소 지침을 시행했다.

출퇴근 시간의 절약, 완전 자율 복장, 상사의 눈치를 보지 않는 근무환경 등의 장점에 익숙해진 일부 근로자들은 회사가 재택근무를 취소하고 오피스 근무를 명하자 퇴사를 하기도 하고, 오피스 근무 명령이 부당전보에 해당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재택근무 축소나 폐지에 따라 노조 가입률이 늘기도 했다.

이처럼 회사가 의무가 아닌 복지혜택의 일환으로 제공한 제도들이 악용되거나 이러한 복지혜택의 축소나 폐지가 퇴사로 이어지거나, 회사를 상대로 한 제소 등 기업들에게 부정적 방향으로 되돌아오는 경우가 있다. 기업들이 특정 복지혜택을 처음 도입하거나 확대할 때에는 자의로 혹은 근로자들의 요청에 따라 선의로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복지혜택으로 지급했던 식대, 복지포인트, 교통비 등이 통상임금이라고 주장하며 추가 금원을 요구하면서 각종 소송이 제기되고, 이러한 복지혜택을 축소하거나 폐지할 경우 임금 미지급, 취업규칙불이익 변경 절차 위반 등으로 대표이사가 형사처벌을 받기도 한다. 또한, 복지혜택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을 경우 이를 악용하는 사례로 인해 모럴 해저드(Moral Hazard)가 발생하여 감사, 징계 등 별도의 인력과 비용이 투입되는 경우도 많다. 따라서 기업들은 복지혜택의 도입이나 확대가 근로자들을 위한다는 단순한 선의의 판단보다는 해당 제도를 도입할 경우 임금이나 근로조건으로 인정되어 추가 비용을 부담할 리스크, 해당 복지혜택의 축소나 폐지가 자유로운지, 해당 복지혜택의 악용에 대한 관리 리스크는 없는지 등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검토가 필요하다.

이광선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