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만 해도 한국엔 겉멋에 취한 컬렉터가 많았다. 올해 ‘한국국제아트페어(KIAF)-프리즈 서울’에선 미술시장과 작품을 꼼꼼히 분석하고 똑똑하게 투자하는 ‘진짜 컬렉터’가 많이 보이더라.”

지난 6~10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KIAF-프리즈에 참가한 해외 갤러리는 모두 이렇게 입을 모았다. 작품의 가치를 제대로 따지지 않고 경쟁적으로 사들이던 작년과 달리 중장기적인 안목을 갖고 투자하는 미술 애호가들이 모이는 아트페어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는 얘기다.

KIAF를 찾은 홍콩 갤러리 오라오라의 헨리에타 추이렁 대표는 “시장 침체기는 결단력 있는 컬렉터에겐 오히려 기회”라며 “좋은 작품을 합리적인 가격대에 갖기 위해 ‘공부하는 컬렉터’가 한국에 많아진 걸 느꼈다”고 말했다. 특히 ‘블루칩’ 작가와 작품을 미리 찍어놓고 구매하는 사례가 늘어났다고 그는 전했다. 추이렁 대표는 “한국 컬렉터들이 스웨덴 작가 주리 마크쿨라의 작품을 홍콩 아트바젤에서 미리 본 뒤 KIAF가 오픈하자마자 사러 왔다”고 설명했다.

KIAF-프리즈 서울의 공동 개최에 대한 호평도 있었다. KIAF에 수차례 참석한 독일 갤러리 페레즈프로젝트의 하비에르 페레즈 대표는 “두 아트페어의 공동 개최는 서울이 아시아 현대미술의 새로운 허브로 발전하는 데 큰 힘이 되고 있다”며 “누군가는 ‘도박’이라고 하겠지만, 현대미술 생태계에서 아트페어끼리 힘을 합치는 건 효과적인 전략”이라고 했다. 일본 타케 니나가와 갤러리의 오너이자, 아트페어 '아트위크 도쿄'의 공동 창업자 니나가와 아쓰고 대표도 “KIAF-프리즈 동시 개최는 바쁜 일정에 치이는 전 세계 컬렉터들에게 ‘원스톱 쇼핑’ 기회를 제공하는 좋은 전략”이라고 했다.

미술시장 침체기가 곧 회복세로 돌아설 것이란 예측도 나왔다. 니나가와 대표는 “미술시장에 기복이 있지만, 아시아에는 컬렉터층이 탄탄하게 형성돼 있고, 새로운 세대의 컬렉터도 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싱가포르에서 온 에미 유 STPI 대표는 “과거에 비해 미술시장의 상승기와 하락기 간격이 점차 짧아지고 있다”고 했다.

이선아/최지희 기자 mymasak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