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김운용·故 이건희·박용성 회장 2002∼2005년 동시 활동
이기흥 회장 정년 연장·박인비 선수위원 당선에 '3명 시대' 달려
김재열 회장 가세하면 18년만에 한국 IOC위원 3명…지속가능성은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서 우리나라를 대변하는 한국인 IOC 위원 3명의 시대가 18년 만에 다시 열린다.

IOC는 8일 집행위원회를 열어 김재열(54) 국제빙상경기연맹(ISU) 회장 겸 삼성경제연구소 사장 등 8명을 신규위원 후보로 추천했다.

IOC 최고 의결 기구는 총회이지만, 총회 안건 등 각종 사안을 사전에 조율하는 집행위원회의 파워가 더 세다.

따라서 오는 10월 15∼17일 인도 뭄바이에서 열리는 141차 IOC 총회 투표에서 김 회장은 이변이 없는 한 새 IOC 위원으로 선출될 것으로 보인다.

집행위원회의 추천이 총회에서 거부당한 사례는 거의 없다.

이러면 고(故)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사위인 김 회장은 삼성가(家)의 대를 이어 IOC 위원이 되는 영예를 누린다.

또 우리나라는 故 김운용 전 IOC 부위원장, 이건희 회장, 박용성 전 두산그룹 회장이 나란히 활동하던 시절에 이어 두 번째로 한국인 IOC 위원 3명 시대를 맞이한다.

현재 한국인 IOC 위원은 이기흥 대한체육회장, 유승민 위원 두 명이다.

이 회장은 국가올림픽위원회(NOC) 대표 자격으로 2019년 6월 134차 IOC 총회 투표에서 신규 위원으로 선출됐다.

2004 아테네 올림픽 탁구 남자 단식 금메달리스트인 유승민 위원은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기간 열린 선수위원 투표에서 당선됐다.

유 위원의 임기는 2024년 파리 올림픽까지 8년간이다.

김재열 회장 가세하면 18년만에 한국 IOC위원 3명…지속가능성은
IOC 위원의 정원은 115명이다.

위원은 개인 자격(70명), 국가올림픽위원회(NOC) 대표·종목별 국제연맹(IF) 대표·8년 임기 선수위원(이상 15명씩)으로 이뤄진다.

태권도의 세계화를 주도하고 1986년 IOC에 입성해 2005년까지 활동한 김운용 부위원장과 1996∼2017년 IOC 위원을 지낸 이건희 회장은 개인 자격으로 선출됐다.

박용성 회장은 국제유도연맹(IJF) 회장 자격으로 IOC 위원이 돼 2002∼2007년 재임했다.

세 한국인 위원이 동시에 활동한 시간은 2002∼2005년으로 3년간이다.

김운용 전 부위원장은 체육 단체 공금 유용 혐의로 기소돼 사임했고, 박용성 회장은 그룹 경영 매진을 이유로 IJF 회장에서 물러나 IOC 위원 자격을 자동으로 잃었다.

급성 심근 경색으로 오랜 기간 투병하다가 2020년 별세한 이건희 회장은 대외 활동이 어려워지자 2017년 IOC 위원직을 사퇴했다.

세 명의 거목이 차례로 물러난 뒤 한국인 IOC 위원은 1∼2명에 불과하다가 IOC 집행위원회가 김재열 회장을 신규 위원으로 천거하면서 우리나라는 2024년 8월 초까지 짧은 시간이나마 3명 위원 시대를 18년 만에 맞게 됐다.

김재열 회장 가세하면 18년만에 한국 IOC위원 3명…지속가능성은
10일 현재 99명의 IOC 현역 위원 중 프랑스가 4명으로 가장 많고, 중국·일본·이탈리아(이상 3명)가 뒤를 잇는 점을 볼 때 한국인 IOC 위원이 3명으로 늘어나면 그만큼 국제 스포츠 무대에서 우리나라의 외교력이 신장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삼성그룹 내부의 사정과는 별개로 김재열 회장의 IOC 위원 선출이 삼성의 국제 스포츠 외교 무대 복귀로 해석될 여지가 다분하다는 점도 비상한 관심을 끈다.

무려 12명의 하계 종목 IF 대표가 IOC 위원도 겸직하는 것과 달리 동계 종목 IF 수장 중에서는 국제봅슬레이스켈레톤연맹(IBSF)의 이보 페리아니(이탈리아)만이 IOC 위원으로 활동 중이어서 지난해 비유럽인으로는 최초로 ISU 회장에 선출된 김재열 회장의 IOC 입성 기대감은 어느 때보다 높았다.

이제 시선은 한국인 IOC 위원 3명 시대의 지속 가능성으로 향한다.

김재열 회장이 IOC 위원으로 뽑히면, 현재 맡은 ISU 회장직을 계속 유지하는 한 IOC 위원으로 재직할 수 있다.

김재열 회장 가세하면 18년만에 한국 IOC위원 3명…지속가능성은
유승민 위원의 뒤를 이을 한국인 선수위원 후보 박인비(35)의 IOC 위원 당선 가능성에도 관심이 집중된다.

2016 리우 올림픽 골프 여자 금메달리스트인 박인비는 치열한 안방 경쟁을 뚫고 2024 파리 올림픽 기간 펼쳐질 IOC 선수위원 투표에 출마할 한국의 얼굴로 선정됐다.

이제 박인비가 IOC의 최종 후보자 선출 관문을 통과하고 실제 투표에서 당선되면 유 위원의 뒤를 이어 8년 임기의 IOC 선수위원이 된다.

'올림픽에 출전한 선수'라는 뜻과 전 세계 선수와 IOC의 가교 노릇을 강조하는 뜻에서 '선수위원'이라는 수식어가 붙을 뿐 선수위원은 나머지 IOC 위원과 똑같은 '국빈' 대접을 받는다.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의 IOC 위원 유지는 전적으로 그의 뜻에 달렸다.

IOC는 올림픽 헌장에 IOC 위원의 정년을 1999년 이전에 선출된 위원은 80세, 이후는 70세로 규정했다.

올해 68세인 이 회장의 IOC 위원 임기는 정년 제한에 따라 2024년에 끝난다.

다만, IOC는 정년 이후에도 위원 중 최대 5명에 한해 최대 4년간 임기를 IOC 총회 투표에서 연장할 수 있도록 예외 규정을 뒀다.

이 회장이 대한체육회장으로서 NOC 대표 자격으로 IOC 위원이 된 만큼 IOC 위원 정년 연장이 차기 체육회장 선거 전에 이뤄지고, 이 회장이 체육회장 3연임에 성공한다면 올림픽헌장 규정상 74세까지 IOC 위원을 유지할 수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