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또 ‘요소 수출금지’ 카드로 요소수·요소비료 국제 시장을 긴장시키고 있다. 자국 공무원들에게 ‘아이폰 사용 금지령’까지 내리면서 글로벌 산업계에 충격파를 던졌다. 엊그제 하루 새 중국 정부의 이런 비상식적 통상 행보는 사전에 치밀하게 준비했다는 인상을 주기에 충분하다. 최근 7나노 반도체 칩을 사용한 신형 화웨이폰으로 미국을 긴장시킨 데 이어진 것이어서 비상한 관심을 끈다.

요소 수출금지는 반도체산업 대립 와중에 불거진 것이어서 더욱 놀랍다. 2021년 10월 중국의 수출 통제로 국내 요소수값이 최고 10배까지 치솟는 난리를 겪은 우리나라로서는 또 한 번 긴장하지 않을 수 없다. 한국만을 겨냥한 것은 아니라지만, 대중 수입 의존도가 90%에 육박하는 우리 현실에서 한국을 염두에 두지 않았다고 본다면 순진한 판단이다. 롯데정밀화학 KG케미칼 등 국내 기업이 러시아, 일본, 중동 국가로 대체 수입망을 구축해놓은 것으로 알려지지만 가격 불안이 걱정이다. 물량 부족에 바로 대비해야 하고, 요소비료값 인상에 따른 연쇄적 물가 불안도 염두에 둬야 한다. 정부는 “중국의 공식적 수출제한 조치는 없었다”고 하지만, 이 설명 그대로라면 매우 안이한 인식이다. 그간의 행태를 보면 중국의 경우 공식 발표 없이 은연중 빚어지는 반시장·반개방 조치가 더 문제다. 길게 이어져 온 대한국 ‘사드 보복’을 보면 공식·공개적 조치보다 비관세 장벽이 더 거칠고 일방적이었다.

아이폰 금지령은 다른 차원에서 심각한 도발적 조치다. 아이폰과 테슬라 자동차는 ‘개방 중국’의 상징이다. 해당 기업들도 친중국 행보를 보여 왔다. 그런데도 총매출의 19%가량을 자국에서 일으키는 애플에 직격탄을 날렸다. 중국이 미국의 급소를 노린다고 볼 수밖에 없다. 미국 주식시장도 예민하게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글로벌 반도체 대전과 미·중 간 통상·기술·기업 대립이 새 국면에 들어선 것이다.

이쯤에서 중국 정부가 냉철히 돌아봐야 할 게 있다. 특정 제품 전면 수출금지나 차별적 판매금지로 세계무역기구(WTO) 체제를 완전히 흔들어선 안 된다는 점이다. 2차 세계대전 후 냉전시대를 넘어 ‘개방·공정, 자유무역’을 내세운 WTO 체제에서 최대 수혜국은 누가 뭐래도 중국이다. ‘죽의 장막’ 이후 중국이 세계의 공장이란 평가를 들으며 구가한 경제적 성취의 원리원칙을 깬다면 자해적 자충수가 될 것이다. 경제·지역안보 양쪽에서 ‘보편적 이성국가’가 되길 바란다. 우리 통상·산업당국도 긴장할 때다. 화웨이폰에 이 회사와 직접 거래한 적 없는 SK하이닉스 반도체 제품이 들어간 일로 미국의 제재 등 엉뚱한 불똥이 튀지 않게 하는 것도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