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가·고금리·고환율의 3고(高) 우려가 우리 경제에 또다시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당초 정부가 예상한 ‘상저하고’(상반기 침체, 하반기 반등)의 경기 흐름이 물 건너가고 ‘상저하저’가 장기화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국제 유가는 올해 처음으로 배럴당 90달러를 넘어섰다. 산유국 연합체 OPEC+ 회원국인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가 감산을 연장하기로 한 탓이다.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세계 최고 수준인 한국에 직격탄이다. 감산 연장의 주요 이유는 중국 경기의 침체 가능성이다. 중국은 여전히 한국의 최대 무역국이다. 여기에 달러당 1330원을 웃도는 고환율이 기름을 붓고 있다. 지난 6월부터 반전된 무역수지가 다시 적자 전환할 가능성이 커졌다.

고유가는 최근 진정세를 보이던 인플레이션도 자극한다. 안 그래도 추석을 앞두고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석 달 만에 3%대로 치솟은 마당이다. 글로벌 물가상승률이 다시 반등하는 ‘2차 인플레이션 쇼크’ 우려까지 나온다. 미국 중앙은행(Fed)의 연내 피벗(통화정책 전환) 기대가 사그라들고 긴축 기조를 이어가거나 추가 금리 인상마저 불러올 수 있다는 공포가 커지는 것은 그 여파다. 가파른 물가 상승에다 사상 최대로 벌어진 한·미 간 기준금리 격차를 감안하면 한국은행의 금리 인상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고금리와 고물가는 막대한 가계부채에 신음하는 내수를 얼어붙게 할 소지가 크다. 이런 상황에 무역수지까지 적자 전환하면 경기가 급랭할 수 있다. 올해 1%대 성장마저 위태롭다는 우려가 기우만은 아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어제 내놓은 9월 경제동향에서 “최근 국제 유가 상승과 중국 경기 불안 등 대외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며 경기 부진이 완화하고 있다는 지난달 분석에서 태세 전환한 이유다.

더 큰 문제는 이런 상황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국제 유가의 불안한 흐름에는 기약 없이 늘어지는 우크라이나 전쟁 등 지정학적 리스크가 자리 잡고 있다. 미·중 대립 구도 속에 불거진 중국 경제 불안은 이제 시작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최근 연례협의를 통해 “중국발(發) 위험이 내년 한국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런데도 정부는 여전히 상저하고 틀을 고수하고 있다. 물가 안정과 무역 흑자를 전제로 짠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은 용도 폐기하고 최악의 시나리오까지 대비해 면밀한 대응책을 세워야 할 때다. 위기가 상시·고착화하는 국제 환경에서 유연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노동 등 경제 전반의 구조 개혁을 가속화해야 함은 물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