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금리·달러 급등…13일 CPI 발표 분수령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9월 5일 화요일>

◆미국 주식 : 다우 -0.56%, S&P500 -0.42%, 나스닥 -0.88%
◆미국 채권 : 국채 10년물 4.262%(8.9bp), 2년물 4.953%(8.5bp)

미국 시장이 사흘(9월 2~4일) 연휴를 즐기는 사이 세계 다른 지역에서는 우울한 뉴스들이 쏟아졌습니다.

중국에서는 8월 차이신 서비스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51.8로 연중 최저치로 떨어졌습니다. 전달(54.1)은 물론 시장전망치(53.8)를 밑돈 것입니다. 중국 정부가 지속해서 부양책을 내놓으면서 제조업 PMI는 바닥을 다지고 있는 가운데, 버티던 서비스업에서 둔화세가 두드러지고 있는 것입니다.

유럽에서는 4일 S&P 글로벌이 발표한 유로존 8월 종합 PMI가 46.7로 33개월 내 최저로 떨어졌습니다. 전달 48.6보다 더 크게 떨어진 것이죠. 서비스업 PMI가 7월 50.9에서 8월 47.9로 떨어져 위축 국면으로 접어든 여파입니다. 독일, 프랑스 등 유로존의 주축 국가의 PMI가 가장 낮게 나오고 있습니다.
유가·금리·달러 급등…13일 CPI 발표 분수령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한국과 필리핀, 태국 등에서는 물가가 예상보다 높게 나왔습니다. 한국의 8월 소비자물가(CPI)가 3.4%로 7월(2.3%)이나 예상치(2.7%)보다 훨씬 높게 집계됐습니다.

5일(미 동부시간) 아침부터 미국 달러가 크게 상승했습니다. 오늘 ICE달러인덱스는 0.52% 올라 104.8까지 뛰었습니다. 지난 3월 이후 최고치입니다. 최근 7주 연속 상승세를 기록하며 2018년 이래 가장 긴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중국과 유럽의 약세와 비교해 미국 경제는 잘 버티고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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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8월 고용보고서는 미국 경제의 연착륙 시나리오에 부합하는 수준으로 나왔습니다. 신규고용은 18만7000개 늘어 예상을 웃돌았지만 6, 7월 수치가 모두 11만 개나 하향 수정되어 이를 상쇄했습니다. 실업률은 3.8%로 전달보다 0.3%포인트나 뛰었지만, 실업자 증가 탓이 아닌 경제활동 참여인구가 70만 명 이상 늘어난 덕분이었습니다.
유가·금리·달러 급등…13일 CPI 발표 분수령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골드만삭스는 오늘자 보고서에서 "계속되는 긍정적인 인플레이션과 노동시장 뉴스로 인해 향후 12개월 미국의 경기 침체 확률을 기존 20%에서 15%로 더 낮춘다"라고 발표했습니다. 올해 초만 해도 침체 확률을 35%로 추정했는데, 이를 몇 차례 하향 조정해서 통상적인 해의 수준으로 낮춘 것이죠. 미국에서는 세계 2차 대전 이후 평균적으로 7년에 한 번씩 경기 침체가 발생했기 때문에 통상적인 해의 침체 확률이 15% 정도입니다. 골드만삭스는 이렇게 침체 확률을 낮춘 이유로 노동시장이 조금씩 식으면서 채용공고-실업자 격차와 퇴직률은 팬데믹 이전 수준으로 돌아왔고, 시간당 소득 상승률도 둔화하고 있음을 들었습니다. 또 최근 CPI와 PCE(개인소비지출) 물가를 보면, 기저에 깔린 인플레이션은 이미 미 중앙은행(Fed)의 목표치인 2%에 근접해 있을 수 있다고 봤습니다. 골드만삭스는 "우리 추정치는 여전히 60%에 달하고 있는 블룸버그 집계 컨센서스보다 훨씬 낮다"라면서 "우리는 2024년 말까지 GDP 성장률도 평균 2%에 달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는데, 이것도 컨센서스보다 더 낙관적"이라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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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착륙이 가능하다고 느끼는 건 미국 기업도 마찬가지입니다. 팩트셋에 따르면 6월 15일~8월 31일까지 2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경기 침체'라는 단어를 쓴 기업은 62곳에 그쳤습니다. 4개 분기 연속 감소세로 작년 2분기에는 238개 기업이 '침체'라는 단어를 썼었습니다. 1년 만에 4분의 1로 줄어든 것이죠. 62곳은 10년 평균인 60개보다는 살짝 많지만 5년 평균인 82개보다는 훨씬 적습니다. 업종별로는 금융업에서 무려 22곳이 침체라는 말을 써서 가장 두드러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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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경제의 연착륙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데 대한 반응은 채권시장에서 컸습니다. 아침부터 금리가 상승세를 이어갔습니다. 특히 장기 금리 상승세가 거셌습니다. 지난주 금요일 8월 고용보고서가 나온 뒤 10bp 가까이 올랐던 미 국채 10년물 수익률은 종일 오름세를 보였습니다. 결국, 오후 4시께 8.9bp 오른 4.262%에 거래됐습니다. 2년물도 8.5bp 상승해 4.953%를 기록했습니다.
유가·금리·달러 급등…13일 CPI 발표 분수령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사실 금리가 그렇게까지 치솟을 만한 이슈는 별로 없었습니다. Fed 내의 가장 강력한 매파인 크리스토퍼 월러 이사는 둔화하는 인플레이션 등 경제 데이터를 고려했을 때 금리 인상은 신중하게 진행(proceed carefully)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우리가 즉각적 조치를 해야 할 필요는 없다"라며 "그래서 데이터를 기다릴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9월 19~20일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를 유지하겠다는 뜻을 강하게 시사한 것입니다. 물론 그는 "우리가 한 번 더 금리를 올린다고 해서 반드시 경제가 불황에 빠지게 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라며 추가 인상 가능성은 열어놓았습니다. 오늘 시카고 상품거래소 Fed워치 시장에서의 9월 동결 베팅은 93%에 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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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채권 트레이더는 "회사채 발행이 9월에 몰려있고, 다음주 국채 입찰에 대한 물량 부담도 있다. 지난달 말에는 월말 채권펀드 자금 유입으로 금리가 내려갔었지만, 월초부터 회사채와 국채 발행 부담에 올라가고 있다. 이런 수급 상황에 시장이 출렁거리고 있다는 건 시장이 얇다는 뜻이다. 아직 시장이 방향성을 잡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라고 말했습니다. 블룸버그는 오늘 최소 40여 개 기업이 채권 발행에 나서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13일 8월 소비자물가(CPI) 발표와 20일 FOMC 결정 전에 채권을 팔려고 한다는 것입니다. 이에 따라 이달 회사채 발행액은 1200억 달러 규모에 달할 것으로 추정됐습니다. 거기에 미 재무부는 다음주 11일 3년물, 12일 10년물, 13일 30년물 국채를 입찰에 부칩니다.

이런 가운데, Fed의 자산은 양적 긴축(QT)으로 인해 정점이던 작년 4월 8조4000억 달러에서 1조 달러가량 줄어든 7조4000억 달러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국채 금리 상승에도 매달 최대 950억 달러(국채 600억 달러, 모기지 채권 350억 달러) 규모의 채권 감축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죠.
유가·금리·달러 급등…13일 CPI 발표 분수령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유가가 치솟고 있는 것도 금리 상승을 자극하는 요인입니다. 오늘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장보다 1.3% 상승한 배럴당 86.69달러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작년 2022년 11월 15일 이후 최고치입니다. 지난 석 달간 거의 20% 상승했습니다. 브렌트유도 1.17% 오른 90.04달러에 거래됐습니다. 사우디아라비아가 월 100만 배럴의 자발적 감산을 올해 연말까지 이어갈 것이란 발표가 나오면서 급등했습니다. 월가는 감산을 이어가더라도 10월 정도까지만 지속할 것으로 예상했었습니다. 러시아도 월 30만 배럴 수출 감축을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트루이스트의 키스 러너 공동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유가가 오르면 인플레이션이 발생할 수 있다. 그건 Fed의 일을 더욱 어렵게 만든다"라고 말했습니다.
유가·금리·달러 급등…13일 CPI 발표 분수령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뱅크오브아메리카는 "WTI에서는 지난 8월 24일 골든크로스가 발생했다. 가격이 내려가면 저가 매수할 것을 강조한다. WTI의 다음 저항선은 92~93달러 선이며, 배럴당 100달러도 가능하다"라고 주장했습니다. 골드만삭스는 "OPEC의 감산은 길어질 수 있다. 통상 23개월 지속하였고 두 세번 감산량을 늘렸다. 그리고 통상 OPEC의 증산은 OPEC의 재고가 줄어들고 사우디의 시장점유율이 낮을 때 이뤄진다. 역사는 OPEC이 증산을 할 때는 서두르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이를 바탕으로 볼 때 우리는 내년 1월에나 OPEC+가 감산량을 절반으로 줄일 것으로 예측하며 위험은 공급량 감소 쪽으로 기울어져 있다. 우리의 12개월 브렌트유 목표가 배럴당 93달러는 약간 더 올라갈 위험이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뉴욕 증권시장의 투자자들은 종일 상승하는 금리의 눈치를 봤습니다. 혼조세로 출발한 주요 지수는 약보합권에서 오르락내리락하다가 하락세로 거래를 마쳤습니다. 다우는 0.56% 떨어졌고, S&P500 지수는 0.42% 내렸습니다. 나스닥은 0.08% 하락했습니다. 8월 중국 판매가 전년 대비 9.3% 증가했다는 소식에 테슬라가 4.69% 급등하는 등 빅테크 주가가 전반적으로 오름세를 유지한 게 나스닥이 상대적으로 선방한 요인입니다. 그러나 이는 대부분 주식이 내렸다는 얘기이기도 합니다. S&P500 종목 중 114개만이 올랐고 389개는 내렸습니다. 중소형주를 대변하는 러셀2000 지수는 2% 넘게 떨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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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와 유가, 달러 급등세에 비하면 주가는 잘 버티고 있는 편입니다. 베스포크 인베스트먼트는 "지난주 금요일 8월 고용보고서가 나온 뒤 10년물 수익률이 20bp 가까이 뛰었고, 유가는 4% 상승했으며 달러는 1.25%나 올랐다. 그런데도 나스닥100 지수는 거의 내리지 않았다"라고 지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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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룸버그의 MLIV 설문조사를 보면 응답자의 56%가 10년물 수익률이 4.5%까지 상승해도 S&P500 지수의 하락 폭은 10% 미만으로 제한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10% 이상 하락'할 것으로 본 사람은 20%에 그쳤으며, '상승세 지속'을 택한 이가 24%나 됐습니다. 에덴트리자산관리의 크리스토퍼 하이온스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금리와 채권수익률이 높아진다는 것은 거시경제가 상승세로 돌아섰다는 뜻"이라며 "인플레이션(위험)을 피하게 해주는 주식이 채권에 비해 그렇게 나쁘지 않을 수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래도 금리, 유가, 달러가 계속 뛴다면 주가에는 좋지 않을 겁니다. 금리와 유가, 달러 상승은 S&P500 기업 이익에 부정적이기 때문입니다. 찰스 슈왑의 리즈 앤 손더스 전략가는 "유가 상승, 달러 강세, 국채 수익률 상승으로 인해 주식이 압박을 받고 있다. 경제 상황 변화에 더 민감한 경향이 있는 소형 기업은 특히 취약하다"라고 말했습니다.

골드만삭스는 "주식시장은 2023년 대부분의 기간 동안 ‘걱정의 벽’을 넘어 올라왔지만, 지난달에는 긍정적 경제 소식에도 불구하고 모멘텀을 잃었다. 그 이유는 아마도 높은 주가 밸류에이션과 국채 금리 상승이라는 두 가지 제약 때문일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골드만삭스는 "기업 이익이 더 많이 증가하기 시작하거나 혹은 장기 금리가 완만하게 하락할 것이라는 우리 예측이 실현되면 이러한 주가 약세는 완화될 수 있다"라고 주장했습니다. 골드만삭스는 "그렇긴 하지만, 우리의 주식 전략가들은 높아진 연착륙 확률과 AI 붐으로 인한 기대의 대부분이 아마도 이 시점에서 주가에 반영됐다고 보고 있다"라고 덧붙였습니다.

찰스 슈왑은 "기술적으로 보면 S&P500 지수는 지난 8월 18일 저점이던 4335 지지 수준과 7월 초에 정복하지 못하고 후퇴했던 4600 저항 수준에 끼어 있다. 단기적으로 4600선을 다시 넘기려면 10년물 금리가 4% 수준 아래로 떨어지는 게 필요할 것 같다"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S&P500 지수의 주가수익비율(P/E)이 19배로 높고 당분간 주가 강세를 촉발할 단기적인 촉매가 무엇인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이는 금리가 시장의 주요 초점이 될 것을 시사한다"라고 관측했습니다. 찰스 슈왑은 "금리 측면에서 좋은 소식은 10년물 수익률이 지난 8월 22일 4.36%라는 이번 주기 새로운 고점을 기록한 후 하락했다는 것이고 나쁜 소식은 기술적으로 지난 5월에 시작된 수익률 상승 추세가 여전히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는 것"이라면서 "10년물 금리가 앞으로 몇 주 안에 더 높은 수준으로 상승하고 또 다른 고점을 만들면 이것이 주식 매도 압력을 발생시킬 수 있다"라고 내다봤습니다. 역사적으로 채권 수익률은 주식과 역의 상관관계를 보여왔다는 것이죠. 채권 금리가 오르면 시장 측면에서 위험 자산인 주식과 경쟁이 커질 수 있고, 기업 측면에서는 차입비용이 커져 이익에 부정적이기 때문이라는 설명입니다.
유가·금리·달러 급등…13일 CPI 발표 분수령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이에 대해 야데니 리서치는 "9월은 계절적으로 주식에는 좋지 않은 달"이라며 "만약에 이번 달에 주가가 하락한다면 주식을 고르기 좋은 시점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10월부터 연말까지는 통상 주가가 강세를 보이는 기간이고, 올해는 Fed가 금리 인상을 끝내면서 주가에 더 긍정적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야데니 리서치는 "9월의 증시 항뱡은 아마도 13일 발표될 8월 CPI에 달려있을 것 같다. 이는 10년물 금리가 계속 4.25% 미만에서 거래될지 여부, 그리고 FOMC가 금리를 추가 인상할지 동결할지 여부에 영향을 미치는 결정적 요인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