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이빗 도슨트에 석파정까지...두 번 즐기는 '요시다 유니' 전시
"여기 리본으로 만들어진 미키마우스 보이시나요? 이게 바로 작가가 만들기 가장 어려웠던 작품이었다는데요. 코를 만들고 있으면 신발이 풀리고, 신발을 다시 만들고 있으면 머리가 풀려서 엄청 애를 먹었다네요."

9월의 첫 주말인 지난 2일 오전 11시. 서울 부암동 석파정 서울미술관의 요시다 유니 전시장에서 이시연 학예사가 이렇게 설명하자, 곳곳에서 웃음이 터져나왔다. 유니는 일본 광고계에서 '천재'로 불리는 아트 디렉터. 과일 조각으로 만든 모자이크, 서류철을 하나하나 쌓아올려 컴퓨터그래픽(CG) 같은 효과를 낸 포스터 등 독특한 수작업으로 국내에도 이름을 알렸다. 서울미술관 전시는 유니가 해외에서 여는 첫 개인전이다.
프라이빗 도슨트에 석파정까지...두 번 즐기는 '요시다 유니' 전시
이날 서울미술관은 문화예술 플랫폼 '아르떼' 회원 단 20명만을 초청해 유니의 '프라이빗 도슨트(전시해설)'를 진행했다. 서울미술관이 관람객들이 깊이 있게 전시를 즐길 수 있도록 최근 출시한 패키지 프로그램 '아트패스'의 일환이다. 사전 예약을 받아 일정 인원 이상이 모이면 전시 및 석파정 해설과 함께 기념품을 제공한다. 이날 아르떼 이벤트에 당첨된 회원들은 아트패스를 무료로 즐길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그냥 봐도 눈이 즐거운 작품이지만, 전시를 기획한 학예사의 '입담'까지 곁들이니 재미는 두 배가 됐다. 검정 고양이로 가부키의 광택감이 나는 머리를 구현한 작품 앞에서 이 학예사가 "작가에게 '동물을 컨트롤하기가 어렵지 않았느냐'고 묻자, '때로는 사람보다 동물이 더 나아요' 라고 답하더라"라고 하자, 관객들은 웃음을 터뜨렸다.
프라이빗 도슨트에 석파정까지...두 번 즐기는 '요시다 유니' 전시
하이라이트는 전시장 가장 안쪽의 '트럼프 카드' 시리즈였다. 커피잔, 딸기, 크래커 등 일상 속 소품으로 만든 57장의 트럼프 카드 전시 공간에 들어서자 관객들 사이에선 '와~'하는 탄성이 나왔다. 이어지는 비하인드 스토리. "이번 전시를 위해 유니가 만든 신작인데, 시간이 너무 촉박해서 10장도 채 못 만들 거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단 나흘 만에 57장을 가져오더라고요. 그만큼 열정 있는 작가라는 걸 느낄 수 있었죠."

전시 해설이 끝이 아니다. 전시장을 둘러본 아르떼 회원들은 서울미술관 위에 있는 석파정으로 향했다. 회원들은 석파정의 아름다운 경치뿐 아니라, 흥선대원군이 이곳을 어떻게 별장으로 쓰게 됐는지, 석파정 옆의 거대한 너럭바위에는 어떤 전설이 있는지 등 뒷이야기도 함께 즐겼다.
프라이빗 도슨트에 석파정까지...두 번 즐기는 '요시다 유니' 전시
서울미술관의 아트패스는 원래 기관 및 단체 예약만 가능하지만, 9월 한 달간은 개인도 신청할 수 있다. 9월 9일, 10일, 16일, 17일 나흘간 오전 11시, 오후 4시마다 전시 입장권과 함께 석파정 해설을 제공한다. 가격은 인당 2만원으로 네이버를 통해 예약할 수 있다.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