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시경에 들어가는 렌즈 외경의 두께는 약 5마이크로미터(㎛·0.005㎜) 수준입니다. 이러한 정밀한 작업에서는 기계보다 사람의 업무처리 속도가 5배가량 빠릅니다."지난 7일 일본 올림푸스의 내시경 제조 공장인 아이즈 올림푸스에서 만난 회사 관계자는 이같이 말했다. 일본 후쿠시마현 아이즈와카마쓰시에 위치한 아이즈 올림푸스는 올림푸스의 주력 제품 중 하나인 '소화기 내시경' 제조를 맡고 있다. 내시경의 주요 부품 가공과 조립, 최종 검사까지 모두 아이즈 공장에서 이뤄지고 있다.첨단제품을 만들고 있지만, 아이즈 공장은 여전히 '숙련 기술자의 손 기술'을 핵심 제조 역량으로 꼽고 있다. 디지털화 도입도 진행 중이지만, 초정밀 공정에는 숙련된 장인이 기계보다 생산성이 더 뛰어나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마츠오카 켄지 아이즈 올림푸스 대표는 "현재 부품 제작은 100% 자동화가 이뤄졌지만 조립 공정의 자동화 도입율은 약 20% 수준"이라고 밝혔다. 초정밀 공정의 세계...현미경 보며 '한땀한땀'공장 직원들은 광학 현미경을 들여다보며 부품 조립 작업에 열중이었다. 9.8㎜의 내시경 직경 안에는 약 400개의 부품이 탑재된다. 내시경 선단부의 자유로운 움직임을 가능하게 하는 '벤딩(Bending) 유닛', 촬영 주요 장비인 '렌즈 유닛', 이미징 센서가 포함된 '이미징 유닛'에 들어가는 부품은 모두 육안으로 식별하기 어려울 정도로 작다.특히 렌즈 유닛은 세밀 공정의 핵심이다. 하나의 렌즈 유닛에는 약 7개의 렌즈가 들어간다. 유리를 반원 형태로 깎아 렌즈를 만든다. 이때 렌즈의 외경은 약 5㎛까지 정밀하게 깎아낸다. 눈으로 식별하기 어려운 렌즈를 쌓아 렌즈유닛으로 만든다. 렌즈 유닛의 직경은 약 3㎜로, 깨 한 알의 크기와 비슷했다. 공장 관계자는 "신입 직원들은 하루에 3~4개의 유닛을 만들 수 있지만 숙련된 기술자들은 하루에 400개의 유닛을 만들 수 있다"면서 "숙련도에 따른 생산성의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벤딩 유닛에서는 0.2㎜ 크기의 볼트로 부품들을 조립하는 작업과, 이미징 유닛에선 3㎜ 크기의 기판에 10개의 케이블을 납땜하는 정밀 작업도 이어졌다. 아이즈 올림푸스는 직원 교육을 강조하고 있다. 이날도 공장 4층에 마련된 별도의 '기능 스튜디오'에서는 훈련이 진행 중이었다. 숙련된 엔지니어의 주도하에 4명의 신입사원이 눈에 보이지도 않는 작은 렌즈를 흠집 없이 잡아내는 방법 등에 대한 교육을 받고 있었다. 입사 후 약 6개월 동안은 이러한 기초 훈련을 받는다. 이외에도 각 팀 리더에 대한 매뉴얼 교육, 국가 자격증 취득을 위한 교육 등도 진행된다. 공장 관계자는 "의료기기 제조를 위해서는 마음가짐이 중요하다"며 "어느정도 공정에 익숙해진 2~3년차 직원들을 대상으로 초심을 잃지 않기 위한 재교육도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술자 생산성 높이고, '휴먼 에러' 막는 기술도입 아이즈 올림푸스는 공장의 디지털화를 위한 시도도 하고 있다. 대부분의 기술은 작업자를 대체하기보다는 이들의 생산성을 높이는 데 집중하고 있었다. 두대의 로봇과 인공지능(AI) 카메라가 기술자들이 조립 공정을 더 편하게 할 수 있게 부품을 최적 배치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었다.이 밖에도 이미지 센서의 납땜 배선 작업을 영상으로 촬영해 AI가 이를 분석해주는 시스템도 도입됐다. 기술자들의 감각에만 의존하던 작업을 정량적으로 분석해 납땜 기술의 개선점을 알려준다.조립 공정에도 디지털화가 도입됐다. 최종 조립 공정에는 앞서 만들어진 유닛과 부품을 최종 제품으로 만드는 곳이다. 내시경은 '다품종 소량제작'인 만큼, 기술자가 하루에도 다양한 제품을 조립해야 한다.이에 로봇은 작업에 필요한 유닛과 부품을 하나의 키트로 만들어서 보급한다. 또한 작업자에게 다음에 작업할 종류는 어떤 제품인지, 부품을 담아놓은 키트는 어디서 찾을 수 있는 지의 정보도 제공한다. 제품 조립에 필요한 나사도 자동으로 교체해둔다. 조립공정의 생산성을 높이고, 조립 과정의 실수를 줄일 수 있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이를 통해 공정 작업에서는 일 100여대의 생산이 가능해졌다. 켄지 대표는 "인간 베테랑의 작업과 최신 디지털 기술을 조합해 제조를 하고 있다"며 "사람은 부가가치가 더 높은 일에 투입이 되고, 나머지에는 자동화나 디지털 기술의 보급을 고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후쿠시마현=오현아 기자 5hyun@hankyung.com
JP모건 체이스는 전세계 비만 치료제 시장이 2030년까지 약 330억달러(44조원) 규모에 달할 것이며 노보 노디스크(NVO)가 이 시장의 거의 절반을 차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7일(현지시간) 블룸버그에 따르면, JP모건의 분석가들은 이 날 발표한 메모에서 전체 비만 치료제 시장을 2030년 330억달러, 2032년에 710억달러(94조원)로 추산했다. 비만 치료제 시장은 지난해말 약 24억달러(3조2,000억원) 규모로 집계됐다. 또 덴마크 제약회사인 노보 노디스크가 전세계적인 비만과 심혈관 질환 치료 방식의 변화에 따른 최대 수혜자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노보 노디스크는 비만 치료제 오젬픽과 위고비 주사제의 성공으로 시가총액이 이번주초 4,200억달러(560조원)를 넘으면서 현재 유럽 최대 기업이 됐다. JP모건의 분석가 리차드 보서 팀은 비만 치료제 시장의 대부분을 노보 노디스크와 일라이 릴리(LLY)가 점유할 것으로 예상했다. 보서팀은 노보 노디스크에 대해 2030년까지 우수한 성장 프로필을 보유하고 있다며 ‘비중확대’ 등급을 재확인하고 목표 주가를 1,500 덴마크 크로네(215.51달러)로 25% 상향 조정했다. 이와 함께 위고비가 심장마비와 뇌졸중의 위험을 줄였다는 것을 보여주는 지난달 공개된 임상 시험의 초기 데이터와 관련, 임상 시험 결과가 향후 촉매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이 임상시험에서 노보의 약물을 복용한 비만이나 과체중, 심장 병력이 있는 사람들은 위약을 복용한 사람들보다 심혈관 사건을 겪을 가능성이 20%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노보 노디스크의 CEO는 최근 위고비의 미국 등에서의 공급 부족과 관련, 생산 확대에 나섰다고 밝혔다. 위고비가 2021년 5 FDA 승인을 받은 이후로 노보 노디스크의 주가는 약 3배 가까이 상승했다. 김정아 객원기자 kja@hankyung.com
얀센이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리브리반트’(성분명 아미반타맙)의 임상 3상 ‘MARIPOSA-2’에 대한 주요 결과(톱라인)를 발표하고, 1차 유효성 평가 변수를 충족했다고 6일(현지시간) 밝혔다.리브리반트는 상피세포성장인자수용체(EGFR)와 중간엽상피전이인자(MET)를 동시에 표적하는 이중항체 치료제다. 2021년 EGFR 엑손20 삽입 변이가 있는 진행성 혹은 전이성 비소세포폐암에 대해 미국 식품의약품(FDA) 및 유럽의약품청(EMA)으로부터 각각 품목허가를 받았다.MARIPOSA-2는 리브리반트의 적응증을 확장하기 위해 단독 투여 및 '렉라자'(성분명 레이저티닙) 병용 투여 효과를 평가한 임상이다. '타그리소'(성분명 오시머티닙) 치료 이후에도 질병이 진행되는 엑손19 결실 변이 또는 L858R 변이 비소세포폐암 환자 657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임상에서는 리브리반트 단독 투여군 및 3세대 EGFR 티로신키나제억제제(TKI)인 렉라자 병용 투여군을 대조군인 화학요법(카보플라빈·페메트렉시드) 투여군과 비교했다.임상 1차 평가변수는 독립중앙심사위원회(BICR)가 평가한 무진행생존기간(PFS)으로 설정했다. 2차 평가변수는 객관적반응률(ORR), 생존기간(OS), 반응기간(Dor), 후속치료까지의 기간(TTST) 등이다. 임상 결과 리브리반트 단독 및 렉라자 병용 투여군은 각각 화학요법 단독 투여군 대비 1차 평가변수인 PFS에서 통계적 유의성을 충족했다. 얀센은 2차 평가 변수를 포함한 연구 결과를 향후 학술회의를 통해 발표할 계획이다.임상에서는 뇌 전이에 대한 치료 효과를 평가하기 위한 뇌 영상 촬영도 함께 진행됐다. 뇌 전이는 EGFR 변이 폐암 환자에서 흔히 발생하는 합병증이다. EGFR 변이 진행성 비소세포폐암으로 처음 진단된 환자의 20%에서 뇌 전이가 발생하고, 시간이 지나면서 전이 발생 위험은 늘어나는 것으로 알려졌다.피터 리보위츠 얀센 글로벌 종양학 분야 치료책임자는 “MARIPOSA-2는 EGFR 변이 비소세포폐암을 대상으로 치료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는 임상적으로 의미있는 결과”라고 강조했다.얀센은 2018년 유한양행으로부터 렉라자의 한국을 제외한 세계 권리를 12억5500만달러(약 1조6000억원)에 도입했다. MARIPOSA-2 외에도 리브리반트 단독 혹은 렉라자와의 병용 투여 효과를 평가하는 다수의 임상을 진행 중이다. 엑손19 결실 변이 또는 L858R 변이 비소세포폐암 환자 대상의 1차 치료를 위한 임상 3상 ‘MARIPOSA’ 중간 결과는 내달 유럽종양학회(ESMO)에서 공개할 예정이다박인혁 기자 hyu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