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조직권 강화’가 전국 주요 지방자치단체의 하반기 최대 화두가 되고 있다. 인사·조직 강화를 두고 번번이 행정안전부와 충돌하자 올해 32년째를 맞는 지방자치제도의 성숙을 위해서도 ‘더 이상 이대로는 안 된다’는 분위기가 지자체에 팽배하다. 오는 10월 예정된 중앙지방회의가 자치조직권 강화의 중요 분수령이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지자체 "조직 개편마다 행안부 승인받으라니"

정부와의 갈등에 핵심사업 ‘하세월’

경상북도와 대구시는 민선 8기 들어 대구경북신공항 건설을 함께 추진해왔다. 이 과정에서 경상북도는 ‘농업과 교육 혁신을 기반으로 한 지방시대’, 대구시는 ‘미래 50년 계획’을 내걸고 사업을 구체화해왔다. 하지만 중앙정부가 쥐고 있는 인사 조직권의 제약으로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불만이 커지고 있다. 해당 지자체에선 “자치조직권을 강화할 수 있게 해달라”는 목소리가 그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군사시설 이전정책관, 원스톱기업투자센터장 등 한시 조직으로 설치한 4개 조직의 신규 인력을 배치하려고 했지만, 대구시가 요청한 교육 관련 정원 6명 중 2명만 행안부의 인정을 받으면서 갈등을 빚었다.

홍 시장은 “중앙정부와 지자체의 관계가 갑을 관계가 아니라 협력 관계로 발전해야 한다”며 “지자체를 중앙정부의 하급기관으로 보는 갑질 행정이 바뀌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부산시도 ‘2030 엑스포’와 ‘가덕도 신공항’ 등을 핵심 사업으로 추진하고 있지만 정부의 승인 문제로 원하는 만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부산시 관계자는 “조직 하나 넣고 빼는 것 모두 행안부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데, 사실상 허가제나 마찬가지”라며 “총인건비 내에서 실·국의 수나 직급 기준에 관한 운영의 자율성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지자체장들은 10월 중앙지방회의에서 자치조직권 강화를 적극 주장할 계획이다.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장을 맡고 있는 이철우 경북지사는 “지방자치의 본질인 자치조직권 확대를 위해 지자체의 실·국·본부 수와 보조·보좌기관의 직급 기준을 자율화하는 시행령 개정을 연내에 우선적으로 추진할 예정”이라며 “지자체의 행정기구와 정원 기준 등에 관한 규정 폐지 및 부단체장 수 등 법개정 사항은 기간을 두고 적극적으로 추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2월 중앙지방협력회의에서 조속히 자치조직권을 이행할 것을 지시했다.

전남 “동부지역본부에 본부장 둬야”

광역 단위와 도 단위 지자체들의 자치조직권 요구도 거세다. 전라남도는 여수·광양 등 동부권의 역할 및 기능 강화를 위해 4월 순천에 있는 동부지역본부를 일자리투자유치국 등 4개 실·국 체제로 확대 개편했다. 근무 인원도 154명에서 320명으로 두 배 이상으로 늘렸다. 이곳을 전라남도의 실질적인 제2청사로 키울 방침이다. 이를 위해 동부지역본부에 부단체장급의 본부장을 둬야 한다는 것이 전라남도의 입장이다.

일본의 경우 2003년부터 지자체 조직, 2012년부터 공무원 정원을 조례로 위임하고 있다. 미국 독일 프랑스 등 주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도 지방의 자치조직권을 주헌법, 시헌장 등으로 인정하고 있다.

한 광역자치단체 공무원은 “지역 현안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 뉴욕은 보건 복지와 공공 안전, 영국 런던은 문화 창조와 주거 개발, 프랑스 파리는 양성 평등, 독일 베를린은 소비자 보호 등의 분야에서 부단체장을 두고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며 “행안부와 인사교류는 하되 지자체가 조금 더 유연하게 조직을 운영할 수 있는 대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안동=오경묵 기자/광주=임동률 기자 okmoo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