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찬의 호모파덴스] 실패, 회복, 성공의 선순환을 위하여
우리가 각자 쓰는 인생이라는 연극의 시나리오에는 수많은 희로애락이 스며 있다. 소설이나 영화가 그렇듯 결말 자체가 목적이라면 책이나 영화의 맨 마지막 부분만 보면 될 테지만, 우리가 굳이 처음부터 감상하는 이유는 그 과정에서 느끼는 공감과 깨달음 때문이다.

우리 삶의 전체 과정을 생각한다면 성공은 순간이고, 대부분 과정은 수많은 시행착오와 실패의 반복으로 구성돼 있다. 요즘 하계 졸업이 한창인 대학들의 4년 과정만 해도 졸업식은 하루고, 최소 1460일 동안의 배움의 여정이 펼쳐진다. 삶의 여정 속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는 크고 작은 실패들은 안타깝게도 우리에게 반가운 존재가 아니라 부담스럽고, 고통스럽고, 수치스럽고, 숨기고 싶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성공한 사례만 하이라이트를 받고, 나머지 수많은 실패의 사례는 외면받는다면 우리 모두가 겪는 대부분의 과정은 고통의 연속이 될 것이다. 본질적으로 이런 상황을 개선하려면 제대로 실패하는 법과 실패를 극복하는 법을 체계적으로 학습할 필요가 있다. 겨울 스포츠의 대명사인 스키를 배우는 과정을 생각해보자. 우선 안전하게 넘어지는 법을 배우고, 그 뒤 효율적으로 일어서는 법을, 그러고 나서 활강하는 법을 배운다. 또 다른 스포츠 종목인 유도에서도 득점하는 공격법을 가르치기 전에 낙법하는 올바른 자세부터 배운다. 낙법은 경기 중 상대방의 공격으로 바닥에 내동댕이쳐지더라도 부상을 방지하고 다시 일어나 반격할 수 있기 위한 전제조건이기 때문이다.

실패 자체는 꽃이 피고 지는 것과 같이 일련의 과정에서 벌어지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실패를 기반으로 한 성장의 기회는 실패로부터의 회복을 전제로 한다. 실패로부터의 회복탄력성은 내면적 성찰을 기반으로 한 정신력과, 성찰을 통해 수정한 전략을 행동으로 옮길 수 있는 실행력을 요구한다.

감사하게도 우리는 누구나 실패를 극복할 수 있는 회복탄력성을 타고 났다. 어릴 적 걸음마를 시작하면서부터 이미 수없이 많은 넘어짐을 경험했으나, 부모의 애정 어린 격려 속에 넘어지고 일어섬을 반복하며, 한두 걸음씩의 성공에서 오는 기쁨을 원동력으로 결국은 걸음마에 성공한 경험이 있다. 여기서 반복되는 아기의 넘어짐은 실패가 아니라 성공하기 위한 과정임을 우리는 알고 있다. 반복적인 재기의 시도가 결국 성공의 핵심 요인임을 이해하고 있다. 심지어 아기가 걸음마를 늦게 시작한들 아무도 실패한 인생으로 치부하지 않는다. 걸음마를 일찍 시작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개인의 성장과 행복이고, 진행하는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다.

결국 실패는 성공의 반대 개념이 아니라 성공의 선행 조건이기 때문에 안전하게 실패하고 지혜롭게 극복하는 방법을 배우고 공유할 필요가 있다. 당당하게 실패하고 떳떳하게 극복할 수 있도록 응원하고 지지하는 문화가 확산돼야 한다. 실패자들을 나락으로 보내고 사회와 격리하고 은둔형 외톨이로 양산하는 사회는, 그 누구도 행복하고 안심할 수 없는 사회가 된다. 함께 실패하고 같이 극복해 갈 수 있는 지혜가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