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MS 정명석, 법관 기피 신청 이유가…

기독교복음선교회(통칭 JMS) 총재 정명석 씨가 출소한 지 1년이 지난 2019년 2월 18일을 '부활'로 기념해 행사를 열고 정씨를 촬영한 사진. /사진=연합뉴스

여신도 성폭행 혐의로 기독교복음선교회(통칭 JMS) 총재 정명석 씨의 재판이 정씨 측의 법관 기피 신청으로 재판이 한 달 넘게 열리지 못하고 있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정씨 변호인이 지난달 17일 정씨의 준강간 등 혐의 사건을 심리하고 있는 나상훈 재판장에 대해 법관 기피신청을 함에 따라 재판 기일이 현재까지 '추정'으로 남아 있다.

법관 기피신청이란 형사소송법 제18조에 따라 법관이 불공정한 재판을 할 우려가 있을 때 검사 또는 피고인 측에서 그 법관을 직무집행에서 배제할 것을 신청하는 제도다. 기피신청이 접수되면 소송 진행은 정지되며 같은 법원의 다른 재판부가 기피신청을 받아들일지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앞서 법원은 "소송지휘권의 재량 범위 내에 있어 기피 사유가 없다"며 정씨 측이 제출한 법관 기피 신청서를 기각했지만, 정씨의 변호인은 지난 3일 항고장을 제출했다.

나 판사가 앞서 정씨의 여신도 성폭행 사건 재판에서 허위 진술을 한 혐의(위증)로 기소된 여신도 A씨(당시 24)에게 징역형을 선고한 인물이기 때문에 기피신청을 했다는 주장도 나왔지만, 동명이인으로 확인됐다.

A씨는 정씨가 2001년 8월부터 2006년 4월까지 말레이시아 리조트, 홍콩 아파트, 중국 안산 숙소 등에서 A씨를 포함한 20대 여신도 5명을 추행하거나 성폭행한 혐의(강간치상)로 재판받고 있던 2008년 6월 서울중앙지법 법정에서 "옷을 벗은 적도 없고, 정씨가 나는 물론 다른 신도들의 신체를 만지거나 간음한 사실이 없다"며 위증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의 위증은 정씨가 성폭행 혐의로 징역 10년이 확정된 후 재판으로 넘겨졌고, 위증 혐의가 인정돼 징역 4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A씨에게 유죄를 선고한 법관의 이름이 당시 청주지법 영동지원에 근무했던 나상훈 판사였다. 하지만 정씨가 기피 신청을 한 법관은 나 판사와 이름만 같을 뿐 다른 사람이었다.

한편 정씨는 형기를 마친 후 나와 2018년 2월부터 2021년 9월까지 홍콩과 호주 국적 여신도 2명을 준강간한 혐의로 구속기소 됐다. 또 2018년 8월에는 한국인 여신도를 골프 카트에 태워 이동하던 중 허벅지를 쓰다듬는 등 추행한 혐의도 있다.

JMS 교주 정명석. /사진=넷플릭스

특히 올해 초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나는 신이다:신이 배신한 사람들'이 공개된 후 정씨 사건은 더욱 주목받게 됐고, JMS 2인자로 알려진 정조은 씨(44)와 민원국장 등 관계자 8명도 정씨의 범행 과정에 관여했거나 범행을 도운 혐의로 함께 기소돼 재판 결과에 이목이 쏠린 상황이었다.

정씨 측은 "넷플릭스 방영 이후 재판부에 강한 예단이 형성돼 있고, 증인 신청과 녹음파일 복사 요청마저 거부당해 공정한 재판이 이뤄지기 어렵다고 봤다"고 법관 기피 신청을 한 사유를 밝혔다.

하지만 이를 두고 JMS 피해자 모임은 정씨가 재판을 고의로 지연시키려는 의도가 있다고 보고 있다.

재판이 미뤄지는 동안 JMS 신도들은 집회나 1인 시위를 통해 '공정한 재판을 열어달라'며 재판부를 압박하고 있다. 지난 13일에는 서울 중구 숭례문 로터리와 시청역 인근 도로에서 정씨의 무죄 선고를 촉구하는 집회가 진행되기도 했다. 이날 시위에는 JMS 교인 8000여명이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JMS 피해자 모임 관계자는 "기피신청 사건이 길어지면 길수록 성폭행 피해자들의 이름과 얼굴이 JMS 광신도들에 의하여 무차별적으로 공개되는 2차 가해가 계속될 뿐"이라며 "지금 벌어지는 일들은 2차 가해의 수준을 넘어선 보복 범죄의 수준이기에 기피 사건 심리를 조속히 결론 내 달라"고 요청했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