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거래일 연속 하락 멈춘 유가…잭슨홀미팅 앞 '숨고르기' [오늘의 유가]
중국 이어 인도도 원유 수요 감소 신호
베네수엘라·이란 제재 완화 가능성도
OPEC+ 추가감산 가능성은 상승 요인


국제 유가가 세계 최대의 경제정책 심포지움인 '잭슨홀 미팅'을 앞두고 숨고르기에 들어갔다.

24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 따르면 서부텍사스산원유(WTI) 10월물 선물은 전 거래일보다 0.03% 상승한 배럴 당 78.91달러로 거래됐다. 브렌트유는 0.02% 오른 83.23달러에 거래됐다. 3거래일 연속 하락하던 원유가가 하루동안 횡보세를 보인 것이다.
3거래일 연속 하락 멈춘 유가…잭슨홀미팅 앞 '숨고르기' [오늘의 유가]
이날 원유 시장에서는 가격 상승·하락 요인이 모두 있었지만 결정적인 변수는 없었다. 하락 요인으로는 중국·인도 등 신흥국의 수요 성장세 둔화, 베네수엘라·이란 등 미국 제재 대상국의 원유 수출 재개 소식 등이 있었다.

존 켐프 로이터 시장 애널리스트는 "인도의 석유 수요 증가세가 둔화하면서 유가 상승에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인도의 석유 소비량은 지난달까지 하루 약 25만5000배럴 증가해 총 1억3500만t(톤)에 달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1억2800만t에 비해 증가한 수치다. 다만 코로나19 봉쇄조치가 해제된 2021년 석유 소비량이 하루 41만5000배럴 늘어난 것보다는 성장세가 느려졌다는 평가다. 합쳐서 인구가 30억명에 달하는 중국과 인도의 수요가 약화는 유가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



시장은 베네수엘라와 이란의 원유 수출 재개 여부에도 주목하고 있다. 그간 외교·정치적인 이유로 국제 시장에 원유를 판매할 수 없었던 두 나라가 다시 수출에 나설 경우 유가 하락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블룸버그·로이터 등에 따르면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베네수엘라 원유 제재를 대폭 완화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제안서 초안을 작성하고 있다. 백악관 관계자는 23일 로이터에 "베네수엘라가 민주주의를 회복하고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를 위한 구체적인 행동을 취하면 우리는 그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할 것"이라며 제재 완화를 시사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행정부는 2018년 5월 치러진 베네수엘라 대선을 부정선거로 규정하고 경제 제재를 대폭 강화해왔으나 이런 외교관계를 회복하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전 행정부로부터 본격적인 제재를 받은 이란에서도 원유 수출 재개 움직임이 감지된다. 지난 21일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에서 약 70㎞떨어진 바다에서 마샬군도 국적의 화물선 수에즈라잔이 다른 유조선인 MR유프라테스호로 원유를 옮기는 모습이 관측됐다.

AP 통신이 분석한 선박 추적 데이터에 따르면 마샬 군도 국적의 수에즈 라잔은 휴스턴에서 남동쪽으로 약 70km(45마일) 떨어진 갤버스턴 근처에 있는 다른 유조선인 MR 유프라테스 호로 몇 시간 동안 원유를 선박 대 선박으로 옮기기 시작했다. 수에즈라잔호는 지난해 2월까지 이란 하르그 섬에서 석유를 운반한 것으로 추정되는 선박이다. 현재 미국은 자국과 한국에 있는 이란의 동결 제재자금을 해제하는 등 대이란 관계 회복을 노리고 있다.

상승 요인으로는 산유국들의 추가 감산 기대가 살아난 점이 꼽힌다. 애널리스트들은 사우디아라비아가 현재 시행 중인 100만배럴의 자발적 감산을 오는 10월까지 연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에드 모스 씨티그룹 원자재 담당 팀장은 24일 블룸버그와의 "OPEC(석유수출국기구) +(플러스) 회원국들이 추가 감산에 나서야 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공급 취약국으로 꼽혔던 이란, 이라크, 리비아, 나이지리아, 베네수엘라 등이 올해 원유 생산량을 늘렸는데, 이에 OPEC+가 추가 감산 압박을 받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시장은 24일 시작되는 잭슨홀 미팅에 주목하고 있다. 제롬 파월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이 긴축 강도와 기간을 어느 정도로 설정할지에 따라 유가도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수잔 콜린스 보스턴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추가 (금리) 인상이 필요할 수 있으며, 상당한 기간 동안 금리를 유지할 수 있는 지점에 매우 가까이 와있을 수도 있다"고 했다. 같은 날 패트릭 하커 필라델피아 연준 총재는 긴축 정책에 대해 "충분히 할 만큼 했다"라며 금리 상승을 제한적인 수준으로 유지해야한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김인엽 기자 insi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