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예술의전당 여름음악축제서 후배 6명과 실내악 공연
젊은 연주자들 앞세운 대선배 백건우…세대 뛰어넘은 음악 교류
백발의 피아니스트 백건우(77)가 50살 넘게 차이 나는 까마득한 후배 연주자들과 함께 무대에 섰다.

백건우는 지난 23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후배 연주자 6명과 실내악 공연을 선보였다.

예술의전당 여름음악축제 공연 중 하나인 '스페셜 스테이지 위드(with) 백건우' 무대였다.

백건우는 세계 무대에서 활약한 한국 1세대 피아니스트로 '건반 위의 구도자'라는 수식어를 달고 다니는 거장이다.

유명 오케스트라의 협연이나 리사이틀(독주회) 무대에 주로 올랐던 그가 이제 막 콩쿠르 입상 소식을 알리며 주목받고 있는 바이올리니스트 최송하(23), 비올리스트 신경식(25) 등 젊은 연주자들과 합을 맞춘 무대는 특별할 수밖에 없다.

말 그대로 세대를 뛰어넘는 음악적 교류다.

이날 백건우와 젊은 연주자들은 슈만의 피아노 4중주, 쇼송의 바이올린, 피아노, 현악 4중주를 위한 합주곡을 연주했다.

슈만 곡은 바이올린에 송지원(31), 비올라에 신경식, 첼로에 문태국(29)이, 쇼송 곡에는 바이올린에 최송하, 제1바이올린에 이마리솔(36), 제2바이올린에 이소란(40), 비올라에 신경식, 첼로에 문태국이 함께했다.

젊은 연주자들 앞세운 대선배 백건우…세대 뛰어넘은 음악 교류
백건우의 연주는 두 곡 모두에서 피아노를 주인공으로 내세우지 않고 후배들이 연주하는 현악기들을 받쳐주는 듯한 느낌을 줬다.

67년 경력을 지닌 대선배로서 곡을 주도적으로 이끌어갈 법도 하지만, 백건우는 연주 중간중간 현악기 파트를 힐끗 보며 박자를 맞출 뿐 어떠한 제스처도 하지 않았다.

덕분에 현악기들은 각자 음색을 한껏 드러낸 채 서로 섞이면서 풍부한 선율을 만들어냈다.

비장하고 묵직한 분위기의 쇼송 곡에서는 다양하게 바뀌는 악기 조합으로 마치 오케스트라 같은 다채로운 선율을 냈다.

백건우는 이 웅장한 곡을 힘 있고, 강하게 이끌다 어느새 부드럽게 누그러뜨리며 강약 조절을 도왔다.

슈만 곡에서도 백건우의 연주는 튀지 않았다.

바이올린, 첼로, 비올라가 어우러지는 현악기의 애절한 선율에 피아노 특유의 청명한 소리를 녹여내며 슈만 특유의 낭만적인 분위기를 살려냈다.

백건우의 후배들에 대한 애정은 연주가 끝난 뒤에도 엿볼 수 있었다.

연주 내내 무표정이던 얼굴에는 흐뭇한 웃음이 번졌고, 관객들의 박수와 환호에 양팔을 벌려 후배들을 격려하기도 했다.

무대에 들어오고 나갈 때도 후배들을 앞세우고, 자신은 가장 뒤에 섰다.

젊은 연주자들이 좀 더 스포트라이트를 받길 바라는 배려와 나이와 경력과는 무관하게 함께 한 연주자들을 존중하는 거장의 면모가 느껴졌다.

백건우는 오는 27일 예술의전당 여름음악축제 무대에 한 번 더 선다.

안토니오 멘데스가 지휘하는 SAC페스티벌오케스트라 공연의 협연자로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26번을 연주한다.

젊은 연주자들 앞세운 대선배 백건우…세대 뛰어넘은 음악 교류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