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 1억원'에도 재단 운영하며 저소득층 야구용품 지원
흥이 넘치는 키움 도슨이 춤보다 사랑하는 건 '나눔'
애디슨 러셀이 부상으로 팀을 떠난 뒤 지난 달 대체 선수로 프로야구 키움 히어로즈 유니폼을 입은 외국인 타자 로니 도슨(28)은 26경기에서 타율 0.337(98타수 33안타), 3홈런, 16타점으로 맹타를 휘두른다.

안타 하나에 마치 첫눈을 본 아이처럼 즐거워하고, 맛깔나게 케이팝 댄스를 선보여 팬들에게 긍정적인 에너지를 마음껏 전달하고 있다.

도슨은 19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진행한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일부러 과장된 행동을 하는 건 아니다.

태생적으로 성격이 그런 것"이라며 "외야수는 가만히 서 있는 시간이 길어서 지루할 때가 많다.

한국 야구장은 노래가 항상 나와서 좀 더 집중할 수 있다.

안타를 치든 못 치든 긴장감을 높게 유지해야 한다고 믿는다"고 활약의 비결을 설명했다.

흥이 넘치는 키움 도슨이 춤보다 사랑하는 건 '나눔'
도슨이 안타보다, 춤보다 더 즐거워하는 시간은 자신이 가진 것을 나눌 때다.

키움 구단 직원들은 19일 고척 롯데 자이언츠전을 앞두고 도슨이 나눠주는 초콜릿을 선물로 받았다.

"저렇게 사람을 진심으로 대하고 좋은 외국인 선수는 처음"이라는 키움 구단 직원의 말대로, 도슨은 야구뿐만 아니라 행동으로 '선한 영향력'을 보여준다.

시즌 중 키움에 입단한 도슨의 연봉은 8만 달러로 근래의 KBO리그에서 보기 드문 '저연봉' 선수다.

우리 돈으로 따지면 1억원을 조금 넘는 액수로, 세금과 에이전트 수수료를 지급하고 나면 국내 중견기업 직장인 연봉 수준밖에 안 남는다.

흥이 넘치는 키움 도슨이 춤보다 사랑하는 건 '나눔'
한국에 오기 전에는 미국 독립 리그에서 뛰어 재정적으로 풍족하지 않은 상황에서도 그는 자신의 것을 나누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도슨은 올해 '베이스볼 앤 코'(Baseball & CO)라는 이름의 자선 재단을 설립했다.

경제적인 이유로 야구하지 못하는 흑인 청소년에게 용품을 지원하는 게 목적이다.

학창 시절 미식축구와 야구를 병행했던 도슨은 미국 오하이오주립대 출신 흑인 선수로는 최초로 메이저리그에 드래프트 됐다.

그는 자기 고향인 미국 오하이오주 콜럼버스 고등학교 흑인 학생 20여명에게 야구용품을 전달했을 때를 "내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이라고 말한다.

도슨은 "메이저리그에는 흑인 선수가 많지 않고, 나는 운 좋게 부모님이 모두 지원해 주셨지만, 공평하게 기회가 돌아가지 않는다"면서 "부모님은 항상 '받은 걸 돌려줘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선수가 야구를 포기하지 않게끔 환경을 만들고 싶다"고 했다.

이어 "가족 덕분에 야구를 시작했고, 나 역시 (미국에 있는) 아내와 아이에게 더 좋은 삶을 살게끔 해주고자 하는 마음이 원동력이다.

내년에도 키움에서 뛸 수 있다면, 한국에서의 삶을 가족과 나누고 싶다"고 덧붙였다.

흥이 넘치는 키움 도슨이 춤보다 사랑하는 건 '나눔'
도슨은 아직 경제적으로 넉넉한 상황이 아니라 홈페이지(baseeballandco.org)를 통해 모금과 동시에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또한 도슨은 주변의 모든 이들에게 감사할 줄 아는 선수다.

방문 경기를 위해 호텔을 찾았다가 호텔 직원에게 친필로 감사 편지를 남긴 게 알려지며 잠시 화제가 되기도 했다.

도슨은 "사실은 통역이 한글로 써준 걸 옮겨서 적은 것뿐이다.

아직 한글을 잘하지는 못한다"며 웃었다.

흥이 넘치는 키움 도슨이 춤보다 사랑하는 건 '나눔'
기자와 인터뷰하며 서로에게 어린 자녀가 있다는 공통점을 발견하자 그는 잠시 양해를 구한 뒤 갑작스럽게 라커 쪽으로 뛰어갔다.

잠시 후 미소와 함께 등장한 그의 손에는 조금 전까지 자기가 썼던 배팅 장갑이 들려 있었다.

'행복은 나눌 때 더 커진다'는 말이 진실이라는 건 도슨의 표정에서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