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월드컵] 우승 직후 '논란의 키스'…스페인축구협회장에 외신들 뭇매

스페인축구협회의 루이스 루비알레스 회장이 2023 국제축구연맹(FIFA) 여자 월드컵 우승 후 자국 선수에게 기습적으로 입을 맞춰 주요 외신들의 뭇매를 맞고 있다.

스페인 여자축구대표팀은 지난 20일 호주 시드니의 스타디움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열린 대회 결승전에서 잉글랜드를 1-0으로 꺾고 사상 첫 우승의 감격을 누렸다.

경기 직후 시상식 도중 루비알레스 회장은 단상으로 올라온 미드필더 헤니페르 에르모소와 포옹하더니 두 손으로 얼굴을 잡고 입을 맞췄다.

이후 라커룸에서 에르모소가 인스타그램을 통해 진행한 라이브 중 관련 질문에 웃으면서도 "기분이 좋지는 않았다"고 밝히는 장면이 엑스(X·옛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를 통해 공유돼 파장이 일었다.

공격수 살마 파라유엘로가 게재한 또 다른 인스타그램 라이브 영상에서 루비알레스 회장이 라커룸까지 찾아와 농담하는 장면도 도마 위에 올랐다.

기쁨에 찬 루비알레스 회장은 협회가 선수단을 자국 휴양지 이비사섬으로 데려가겠다고 말했다.

그러더니 옆에 서 있던 에르모소와 거기서 결혼식을 진행할 것이라고 말한 후 웃으며 박수쳤다.

이에 선수들을 "이비사! 이비사!"라고 합창하며 기뻐했다.

AFP통신에 따르면 논란이 커지자 에르모소는 스페인축구협회를 통해 "친밀함의 표현이었다"며 루비알레스 회장을 두둔했다.

에르모소는 "월드컵 우승으로 엄청난 기쁨이 몰려왔고 자연스러운 동작이었다"며 "회장과 관계에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루비알레스 회장도 라디오 마르카와 인터뷰에서 "에르모소와 키스? 다들 바보 같은 소리를 한다"며 별다른 뜻이 없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스페인 대표 일간지 엘파이스는 '에르모소는 루비알레스의 키스를 좋아하지 않았다.

우리도 그렇다'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 비판의 날을 세웠다.

엘파이스는 "스페인축구협회 회장은 오해였다고 할 수 있지만, 갑자기 (타인의) 입에다가 키스하는 건 '공격'"이라며 "'도둑 키스'가 항상 놀랍고 유쾌하게 다가오는 건 아니다.

반대로 그건 침해"라고 지적했다.

미국 대표 일간 뉴욕타임스는 한술 더 떠 루비알레스 회장의 행동을 보다 구조적인 성차별 문제로 연결했다.

뉴욕타임스는 "이는 여자축구를 그간 괴롭혔던 불쾌한 성차별적 행동을 떠올리게 한다"며 스페인 여자 대표팀이 겪었던 '어두운 역사'를 짚었다.

이는 1988년부터 스페인 여자 대표팀을 지휘한 이그나시오 케레다 감독을 언급한 대목이다.

자신들을 성숙한 '성인'이 아니라 '어린 여성'으로 대했다며 선수들의 반발이 이어지자 케레다 감독은 2015년 퇴출당했다.

루비알레스 회장은 스페인 여자 대표팀을 둘러싼 여러 논란의 중심에 있는 인물이다.

지난해 9월 스페인 주축 선수 15명이 돌연 현 수장인 호르헤 빌다 감독의 지도 방식이 강압적이라며 반발, '보이콧' 의사를 보였다.

선수들의 반발에도 빌다 감독에게 굳건한 신뢰를 보인 인물이 루비알레스 회장이었다.

협회의 지지를 등에 업은 빌다 감독은 결국 12명의 선수를 대표팀에서 제외했지만, 지도력을 발휘해 우승을 이뤘다.

한편으로 루비알레스 회장은 공식 석상에서 여자 선수들에 대한 지원을 강조해왔다.

그는 지난 3월 방한 당시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2026∼2028년에는 여자팀이 세계 최고로 올라서길 원한다.

남자팀과 같은 수준으로 의료진 등 스태프들도 지원하고 있다"며 "남녀 대표팀이 차별이라고 느끼는 부분 없이 나란히 나아가는 게 스페인 축구의 목표"라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