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장 칼럼] '신축'이 더 불안한 건설강국
‘무량판 구조 확인법.’ 요즘 카카오톡과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급격하게 퍼지고 있는 게시물이다. 내용은 이렇다. “아파트 지하주차장으로 내려간다. 기둥을 찾은 뒤 그 천장을 본다. 만약 기둥이 평평한 천장에 바로 꽂혀 있다면 문제의 그 무량판이다.”

공포는 급격하게 확산하고 있다. 집코노미 유튜브 채널의 임장생활기록부 코너를 진행하면서 아파트 단지 곳곳을 다닌다. 서울 염리동과 둔촌동, 이촌동 등 일부 아파트는 입주민 문의가 빗발치자 자체적으로 공고문을 붙였다. “저희 아파트의 주거동은 벽식 구조, 지하주차장은 라멘(기둥식) 구조로 시공됐습니다. 무량판 구조가 아니니 안심하셔도 됩니다.”

그래도 불안함은 쉽사리 사라지지 않는다. 이런 연락도 받았다. “전 재산을 털어넣어 OO아파트에 내년 입주합니다. 혹시 무량판인지 확인 가능할까요? 기사화하진 말아주세요.”

애먼 무량판에 화살이

지난 4월 인천 검단 LH 아파트 지하주차장 붕괴 사고로 촉발된 ‘무량판 공포’가 사그라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정부는 전수 조사 대상을 민간 아파트로도 대폭 확대했다. 결과는 10월께 나온다. 이른바 ‘영혼까지 끌어모아’ 산 아파트가 부실시공으로 낙인찍히는 절망과 충격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억 소리 나던 집값이 무너지고 억장은 더 무너진다.

사실 무량판 구조 자체엔 아무런 문제가 없다. 무량판은 슬래브(상판) 밑에 보가 없이 기둥으로 하중을 지탱하는 구조다. 무량판 복합구조 아파트가 많아진 건 2017년 문재인 정부 이후 부활한 분양가 상한제 영향이 컸다. 완전 무량판은 5%, 벽식과 무량판 복합 구조엔 3%의 가산점이 주어지면서 재건축 조합의 선호도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무량판 구조는 장점이 꽤 많은 공법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하지만 벽식이나 라멘 구조에 비해 하중에 취약하기 때문에 구조 보강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면 후폭풍은 상당하다. 검단 LH 아파트 사고 역시 설계상 전단보강근 시공 지시가 빠졌거나, 설계에 있는데도 전단보강근을 누락한 점이 붕괴 원인이었다. 정부가 애꿎은 무량판만 강조하다 보니 다른 잘못된 부분을 깊게 검토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하청, 재하청 '고질적 병폐'

한국의 건설기술 자체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광복 이후 미군의 고물 장비를 빌려 시작한 건설산업은 빠른 시간 안에 기술력과 노하우를 쌓았고, 초고층 빌딩 부르즈 칼리파와 세계 최장 현수교인 차나칼레 대교로 상징되는 ‘K건설’로 자리잡았다. 하지만 업계 관행은 여전히 후진적이다.

하도급에 재하도급을 주는 현행 도급 구조 아래서 부실시공과 공사비 빼먹기, 책임 떠넘기기 등의 고질적인 병폐가 끊이질 않는다. 돈은 전문 구조기술사에게 지급하는데 실제 도면은 자회사 아르바이트생이 그리는 일도 허다하다. 부실 감리와 이권 카르텔도 문제다.

이번 사태를 건설업계의 후진적인 관행을 대대적으로 손보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건설의 기본은 규격과 기준을 준수하는 것이다. 화려한 신기록으로 해외에서 K건설의 위용을 떨치는 것도 좋지만, 흔하디흔한 우리의 아파트부터 제대로 지어주길 바란다. 적어도 집만은 아무 걱정 없는 안전한 공간이 될 수 있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