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문화재단·콘텐츠진흥원, '제2회 게임문화포럼' 개최
한국 찾은 해외 게임전문가 "범죄원인 게임 지목은 쉬운 일반화"
"살인 사건의 원인을 게임에 돌리는 것은 '쉬운 일반화'입니다"(블라단 스타서빅 호주 시드니대 정신의학과 교수)
17일 서울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제2회 게임문화포럼'에 참석한 해외 게임 연구 분야 석학들이 최근 국내에서 게임을 강력 범죄와 연관 지으려는 경향에 대해 입을 모아 부적절하다고 비판했다.

게임문화재단과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주최하는 게임문화포럼은 세계보건기구(WHO)의 게임 과몰입 질병코드 분류 시도에 대한 대응 역량을 높이고, 건전한 게임문화 진흥을 도모하고자 열린 국제 심포지엄이다.

앞서 서울중앙지검은 지난 11일 '신림동 흉기 난동 사건' 피의자 조선(33)을 구속기소 하면서 조씨가 일인칭 슈팅게임에 중독된 상태에서 이를 모방해 범행했다고 강조했다.

에스펜 올세트 덴마크 코펜하겐IT대 게임학과 교수는 관련 질문에 "대부분의 청소년과 젊은 층은 일상적으로 게임을 즐긴다"며 "문제행동이 있는 사람이 게임을 많이 한다고, 이를 곧바로 원인으로 삼을 수는 없다"고 답했다.

강력 범죄가 발생하는 사회적 맥락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쥬노 김 덴마크예술대 시각예술학과 교수는 "관계 맺기에 어려움을 겪는 고립된 청년들은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만족감을 찾으려는 경향이 강하다"며 "사회적 원인에 좀 더 초점을 맞춰야 한다"라고도 강조했다.

한국 찾은 해외 게임전문가 "범죄원인 게임 지목은 쉬운 일반화"
게임 과몰입 문제 전문가인 한덕현 중앙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도 "사건의 본질은 게임을 많이 한 사람이 게임을 흉내 내 사람을 죽인 게 아니다"라며 "환자임에도 불구하고 진단이나 치료를 제대로 받지 못하고 문제를 일으켰고, 국민들이 불안해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범인이 과거에 게임을 했다는 작은 요인이 침소봉대된 것인데, 정신과 의사로서는 아쉬운 일"이라고 덧붙였다.

세계보건기구(WHO)가 2019년 게임이용장애를 질병으로 규제하고 국제질병분류(ICD)에 반영한 것도 언급됐다.

스타서빅 교수는 "게임이용장애에 대한 진단 기준의 정확성은 논란의 여지가 있고, 단순히 게임 이용 시간이 많은 사람도 게임이용장애로 진단받을 수 있는 등 과진단·오진단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