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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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적인 인플레이션을 겪고 있는 남미 아르헨티나가 14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세 자릿수로 올리고 페소화를 약 18% 평가절하했다. 극우 성향 야당 후보가 전날 예비 대선에서 돌풍을 일으키면서 궁지에 몰린 현 정부가 ‘인플레이션과의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고육지책을 택했다는 평가다.

아르헨티나 중앙은행(BCRA)은 이날 기준금리를 기존 연 97%에서 연 118%로 21%포인트 인상하기로 했다. 기준금리가 연 100%를 넘긴 것은 2000년대 들어 처음이다. 세 자릿수 기준금리는 천정부지로 치솟는 물가를 잡고, 외환 고갈 사태에 대응하기 위한 고육지책이라는 분석이다. 현재 아르헨티나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은 6월 기준 115%를 넘어서며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기준금리를 한 번에 21%포인트 인상한 것도 21년 만에 처음이다.

BCRA는 또 아르헨티나 페소의 공식환율을 달러당 365.5페소로 10월 대통령선거 전까지 고정하기로 했다. 지난 11일 공식환율은 달러당 298.5페소였다. 절하율은 약 18%다. BCRA는 이번 조치가 환율 안정과 페소 수요 확보 등을 목표로 마련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아르헨티나에서 광범위하게 적용되는 비공식 환율은 달러당 700페소까지 뛰었기 때문에 공식환율 고정에 큰 의미가 없다는 게 중론이다.

정치적 의도가 반영됐다는 추측도 나온다. 예비 대선에서는 페소화를 달러화로 대체하고, BCRA를 폐지하자고 주장하는 극우 성향 하비에르 밀레이 후보가 30.1%(개표율 96% 기준)를 득표해 1위에 올랐다. 득표율이 20% 안팎에 불과할 것이라는 조사업체의 관측을 뒤집고 돌풍을 일으킨 것이다. 재집권을 노리는 좌파 정권은 극약 처방을 해서라도 물가를 잡아야 하는 상황이 됐다.

아르헨티나 정치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예비대선 결과가 나온 뒤인 14일 달러 표시 아르헨티나 국채 가격은 떨어졌고, 아르헨티나 주요 기업 주가를 추종하는 글로벌X MSCI 아르헨티나 상장지수펀드(ETF) 주가는 2.9% 내렸다.

김인엽 기자 insi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