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가전·자동차 공식 수입 희망"…현지 리알화 환율도 안정세
[테헤란 르포] "한국 가전 들어오나요?"…동결자금 해제 소식에 들뜬 이란
"동결 자금 문제가 해결됐다고요? 그럼, 한국 가전제품 수입되는 것인가요?"
11일(현지시간) 이란의 수도 테헤란 중심가 샤리아티 거리에서 만난 사바(44)씨가 한국 내 이란 동결 자금 해제 소식을 접하자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

그는 한국산 자동차와 전자 제품이 다시 정식으로 수입되고 이란 내 사후관리(AS)도 재개됐으면 좋겠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이란에서는 한국산 가전과 자동차 인기가 높다.

이란 신혼부부가 혼수를 장만할 때 삼성이나 LG전자 제품은 최고로 여겨진다.

가장 인기 있는 웨딩카 역시 현대차나 기아에서 나온 승용차다.

한국에 묶였던 수출대금이 해제됐다는 소식은 현지에서도 크게 다뤄져 테헤란 시민은 대부분 알고 있었다.

테헤란의 전자제품 판매점이 밀집한 샤리아티에서 만난 상인들은 동결자금 해제를 계기로 한·이란 관계가 회복되고 양국의 무역이 활성화되기를 희망했다.

미국과 이란의 이번 합의에 대이란 제재 완화나 대외 교역 정상화는 포함되지 않았다는 점도 보도됐지만 상인들은 동결 자금 해소가 긍정적으로 작용해 핵협상 타결로 이어지고, 오랫동안 경제를 옥죄어 왔던 제재가 해제되기를 바란다고 입을 모았다.

[테헤란 르포] "한국 가전 들어오나요?"…동결자금 해제 소식에 들뜬 이란
이 거리에서 25년간 전자제품 상점을 운영한 알리레자(58)씨는 "이란 사람들은 한국제품에 대한 좋은 인상과 평가를 갖고 있다"며 "한국 제품이 들어온다면 이란 가전 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많은 손님이 오래전에 구입한 한국 제품을 수리하려고 해도 부품이 들어오지 않아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많은 이란인들이 한국과 무역이 다시 활성화되기를 기다리고 있다"고 전했다.

이 거리에 위치한 상가에서는 비공식 경로로 수입된 한국산 가전이 많이 팔리고 있었다.

2018년 8월 미국의 대이란 제재 복원 후 대부분의 한국 기업은 이란에서 철수했다.

이때 삼성전자와 LG전자도 이란 사업을 사실상 접었다.

이후 이란은 '삼'(SAM), '지플러스'(Gplus) 등 자국 기업을 육성했다.

중고 자동차 판매업자인 쿠로쉬(33)씨는 "이란에서 한국 자동차들은 중고 시장에서도 비싼 값에 팔리고 있다"며 "제재가 풀리고 수입이 재개된다면 이란의 서민들도 양질의 자동차를 많이 탈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샤리아티 거리에서 만난 운전자 나비드(44)씨는 "이란에서 자동차 부품을 구하기가 너무 어렵고, 연식이 얼마 되지 않은 차들은 너무 비싼 값에 거래되기 때문에 서민들은 도저히 살 수가 없다"고 토로했다.

[테헤란 르포] "한국 가전 들어오나요?"…동결자금 해제 소식에 들뜬 이란
그가 모는 차는 한눈에도 20년 이상 된 것으로 보였고, 에어컨이 없는 모델이었다.

화폐 가치가 안정적이지 못한 이란에서 자동차는 귀중한 자산이다.

자동차에 대한 투자 수요도 상당한 탓에 같은 모델이라도 이란에서는 높은 가격에 팔린다.

동결 자금 해제 소식에 현지 환율 시장도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이란 리알화 시장 환율을 고시하는 사이트인 '본바스트'에 따르면 이날 매매 환율은 미국 달러당 48만 리알 수준으로 전날보다 4%가량 하락했다.

이란에 사는 교민들도 동결 자금 해제 소식을 반겼다.

한 교민은 "그동안 동결 자금 문제로 이란과의 관계가 좋지 않아서 불편한 점이 많았는데, 이제 걸림돌이 사라졌으니 양국의 교류가 활성화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현재 이란에 있는 교민은 170명 수준이다.

테헤란에 사는 한 한국 기업 주재원은 "동결자금 해제가 분명 좋은 소식은 맞지만, 대이란 제재가 여전히 존재하기 때문에 단시간에 큰 변화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신중한 입장을 밝혔다.

원유 매장량 세계 4위, 인구 9천만명인 이란은 국내총생산(GDP) 기준으로 사우디아라비아에 이은 중동 제2의 경제 대국이다.

[테헤란 르포] "한국 가전 들어오나요?"…동결자금 해제 소식에 들뜬 이란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