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이어 상표 다시 출원…세기말·세기초 복고 유행 타
플랫폼 제공업·금융거래업 등 사업목적 제시…"구체적 활용 방안 정해지지 않아"
TTL, Na, 홀맨까지…잠에서 깨는 Y2K 통신 브랜드
1990년대 말에서 2000년대 초반을 풍미한 이동통신 3사 브랜드가 복고 열풍을 타고 기지개를 켜고 있다.

이동통신사들이 '와이투케이'(Y2K)로 불리는 세기말·세기초 복고 유행 흐름에 맞춰 티티엘(TTL), 나(Na), 홀맨 등 2000년 전후로 유행했던 브랜드의 활용방안을 다시 모색하면서, 이를 이용한 새로운 형태의 상품 또는 사업을 준비한다는 전망이 나온다.

13일 정보통신기술(ICT) 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은 1999년 선보인 만 18∼23세 전용 브랜드 'TTL'에 대한 상표를 지난 7일 특허청에 출원했다.

회사는 TTL 브랜드를 내놓았을 때도 상표 등록을 마쳤으나, 사업 목적을 뜻하는 지정상품으로 서비스형 플랫폼 제공업, 인터넷검색엔진제공업, 컴퓨터 프로그래밍업 등을 더해 상표등록출원서를 새롭게 제출했다.

'스무살의 011', '메이드 인 20' 등을 기치로 내걸었던 TTL은 당시 신비주의 전략을 앞세운 광고와 대학가 주변에 있는 문화공간 'TTL존'으로 숱한 화제를 모은 바 있다.

KT도 2000년 공개한 한국통신프리텔(KTF)의 신세대 브랜드 '나'(Na)에 대한 상표를 다시 출원하고 등록을 위한 절차를 밟고 있다.

지정상품으로는 금융거래업, 금융 또는 재무에 관한 정보제공업, 금융신용평가서비스업, 신용 및 융자서비스업 등을 제시했다.

과거 TTL에 맞서 한국통신프리텔이 야심 차게 공개한 Na는 '아버지 나는 누구에요'라는 광고 카피로 2000년대 초반 '엽기' 열풍을 이끌었다.

PC방, 카페, 영화관 등에서 무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당시로선 파격적인 요금제 조건을 내걸기도 했다.

TTL, Na, 홀맨까지…잠에서 깨는 Y2K 통신 브랜드
통신사들은 과거에도 시장이 불황이거나 전환 국면을 맞았을 때 히트상품을 시대감각에 맞게 해석한 '리메이크' 상품으로 쏠쏠한 재미를 봤다.

LG유플러스는 2000년대 초반 사용하던 문화 브랜드 '홀맨'을 2020년 부활시켰는데, 소셜미디어(SNS) 중심으로 마케팅을 전개하고, 유동 인구가 많은 곳에 팝업스토어를 열면서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의 폭넓은 호응을 얻었다.

SK텔레콤도 2009년 KT·KTF 합병에 맞서 'TTL 요금제'를 다시 꺼냈는데, 당시 금융위기 등 외부 변수에도 출시 2주 만에 가입자 10만 명을 확보했다.

원본 TTL 요금제도 가입자 150만 명을 유치한 '대박 요금제'였던 까닭에 "통신상품에 성공 DNA가 존재하는 것 같다"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Y2K 브랜드들이 2000년대 초반 10∼20대였던 이용자들에겐 익숙하지만, 브랜드를 잘 모르는 젊은 고객에게는 신선하게 느껴진다는 점에서 매력 있다고 분석했다.

TTL, Na, 홀맨까지…잠에서 깨는 Y2K 통신 브랜드
다만 통신사들이 이들 브랜드로 사업에 나설 유인이 적다는 지적도 만만찮다.

SK텔레콤은 '0', KT는 '와이'(Y), LG유플러스는 '유쓰'(Uth)를 현재 청년 브랜드로 밀고 있는 데다, 과거 해당 브랜드 혜택을 본 40∼50대는 통신사 선호도가 쉽게 변하지 않는다는 데이터가 있기 때문이다.

한 통신업계 관계자는 "자체적으로 볼 때 10∼20대 젊은 층의 선호도 고정이 상대적으로 덜하다"면서 "수익으로 직결되지 않더라도 청년층을 대상으로 수요를 넓히려고 하고 있으며, 다른 이통사들도 비슷하게 생각하지 않을까 싶다"고 바라봤다.

최근 상표권 등록에 나선 두 이동통신사도 구체적인 사업 계획을 밝히지는 않고 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자산 보호 차원에서 기존 통신 분야에 이어 소프트웨어나 애플리케이션 쪽에서도 TTL 상표권을 등록했다"면서도 "사업에 대해 구체적으로 정해진 바는 없다"고 설명했다.

KT 관계자도 "활용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면서도 "어디에 쓸지는 결정이 된 것이 없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