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서울시가 젊은 층의 주거난을 해소하기 위해 공급하는 청년 안심주택에 사행성 PC방이 들어서며 입주자들이 불안에 떨고 있습니다.

언제는 안심하고 살라더니, 정작 관리와 감독을 해야 할 서울시와 해당 구청은 책임을 회피하는 데 급급한 모습입니다.

양현주 기자가 단독 보도합니다.

<기자>

서울 중심지에 위치한 한 청년 안심주택.

최근 2층 상가에 PC방이 들어섰습니다.

겉보기엔 일반 PC방이지만, 안으로 들어가면 사실상 도박장이나 다름없어 보입니다.

긴 세로형 스크린엔 무작위로 숫자가 돌아가고 게임을 하려면 5분에 1만 원을 내야 합니다.

일부 게임들은 일반 PC방에서 제공하지 못하는 사행성이 짙은 종류입니다.

심지어 돈을 따면 QR코드 안에 게임머니를 넣어주고, 이어진 계단을 따라 내려가면 환전기로 추정되는 기기까지 있습니다.

모두 불법입니다.

환전기 옆엔 '돌아온 바다이야기'라고 적힌 광고 문구가 적혀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전형적인 사행성, 불법 PC방의 모습이라고 말합니다.

[정정원 대구가톨릭대학교 경찰행정학과 교수: QR코드라든지 형태는 다양할 수 있겠습니다만 돈을 벌 수 있거나 잃을 수 있는 구조로 컴퓨터 프로그램을 사용하게 하는 것은 불법성을 갖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청년 안심주택이라는 이름과는 달리 입주민들은 오히려 불안감을 호소합니다.

[거주자 A씨: 안정적인 부분을 믿고 입주하게 됐는데 청년들을 위한 공간도 아니고 오락이나 사행성을 다루는 시설이 들어온 거니까 굉장히 곤란하고 걱정이 되더라고요.]

[거주자 B씨: 살짝 봤는데 덩치 큰 성인 남성분들이 계신 게 솔직히 무서웠어요. (청년안심주택) 사업이 정말 청년들을 위해 지원되고 있는지 투명성이라든지. 믿기가 어려운 부분이 있어요.]

사행성 PC방은 청년안심주택에 관한 서울시 조례상 허가되지 않는 '위락시설'에 해당합니다.

상가 입점 허가 여부를 담당하는 종로구청은 해당 PC방이 '인터넷컴퓨터게임시설'이라고 등록돼 있고, 환전하는 장면을 보지 못해 절차상 문제는 없다는 입장입니다.

[종로구청 관계자: 막을 수 있는 근거가 없어요. 절차상 하자가 없기 때문에 등록은 해주는데…]

청년 안심주택을 책임지는 서울시 역시 입주자 모집은 시의 역할이지만 상가 입점은 구청 소관이라며 책임을 피했습니다.

전문가들은 도박을 할 수 있는 장소가 주거지와 가까울수록 중독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합니다.

안심하고 살라더니 서로 책임을 미루는 지자체.

그 사이 2030 청년들의 주거 환경은 오히려 위험에 노출되고 있습니다.

한국경제TV 양현주입니다.


양현주 기자·정호진 기자 hjyang@wowtv.co.kr
[단독] 청년안심주택에 들어선 도박장…지자체는 '모르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