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지자체에 잼버리 관리 떠넘긴 정부
“같은 공무원이지만 잼버리 참가자 입국자 수를 파악하지 못한 건 좀 심하지 않나요?”

지난 8일 전북 부안 새만금 야영장을 떠난 세계잼버리대회 참가자들을 맞이했던 경기 고양시 공무원들이 한 말이다. 조직위원회는 이날 오전 고양시에 페루·시리아 등의 대원들을 맞이할 수 있도록 준비하라고 통보했다. 공무원 10여 명이 임시 숙소로 쓰일 NH 인재개발원에서 시리아 대원 80명을 기다렸다. 하지만 조직위는 오후 10시가 다 돼서야 “애초 한국에 입국하지 않았다”는 황당한 답변을 내놨다. 공무원들은 허탈함 속에서 퇴근할 수밖에 없었다. 다른 나라 입소자들의 상황도 마찬가지. 조직위가 파악한 인원과 숙소에 도착한 실제 인원수가 달라 공무원들이 당황하는 일이 이어진 것이다.

새만금 야영장을 갑작스럽게 폐쇄한 정부가 이후의 모든 관리를 전국 기초단체에 떠넘기면서 지방자치단체 공무원들 사이에서 볼멘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알아서 잘 돌보라”고만 할 뿐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라는 가이드라인이 없어 애꿎은 현장 공무원들의 속앓이가 깊어지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대원 130명을 담당하는 경기 포천시는 ‘할랄 음식’(이슬람교인 전용 음식)에 대한 지식이 없어 어떻게 음식을 만들지 곤란해하고 있다. 사우디 대원들은 이슬람 신자로 율법상 육류를 먹는 데 정해진 규칙을 지켜야 한다. ‘할랄 인증 마크’까지 따로 있을 만큼 이슬람 음식은 조리 과정 자체가 매우 까다롭다. 포천시 관계자는 “혹시라도 음식이 잘못됐을 경우 국제 문제로 이어질까 답답하다”고 털어놨다.

국가 비상 상황이 닥칠 때마다 공무원들을 마구잡이로 동원하는 모습은 익숙하다. 이럴 때마다 동원된 공무원들은 불안하기만 하다.

예상치 못한 문제가 터져 나왔을 때 정부가 나서서 감싸줄지 확신이 들지 않아서다. 공무원 노조가 정부의 행태에 강하게 반발하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좌충우돌하는 상황 속에 실수할 경우 책임을 고스란히 떠안게 될 거라는 게 지역 공무원들의 솔직한 생각이다.

잼버리대회는 이번주 마무리된다. 일단 지금은 세계 청소년들에게 한국의 좋은 인상을 심어주는 것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남은 숙제는 왜 이런 비극이 발생했는지 분석하고 원인을 찾아 발본색원하는 일이다. 책임 소재도 명확히 가려야 한다.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는 게 국가의 능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