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 살림을 보여주는 관리재정수지가 상반기 83조원 적자를 냈다. 정부가 당초 잡았던 예상치(58조2000억원 적자)를 43% 초과했다. 올해 역대 최대 규모의 세수 결손이 확실시돼 국가재정에 비상이 걸렸다. 상반기 총수입은 296조2000억원, 총지출은 351조7000억원으로 총수입에서 총지출을 뺀 통합재정수지가 55조4000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실질적인 재정 상태를 보여주는 관리재정수지는 83조원 적자였다. 경기 악화로 국세 수입이 1년 전보다 39조7000억원 줄어든 것이 주요 원인이다.

정부는 추가경정예산 편성이나 적자국채 발행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세계잉여금과 여유기금 활용을 통해 세수 부족분을 메우겠다는 것이다. 어려운 때일수록 재정 긴축의 고삐를 늦춰선 안 된다. 하반기 경기 전망도 안갯속이어서 수입이 늘어날 기대를 하기 어렵다. 무엇보다 중국 경제가 심상치 않다. 리오프닝 효과는커녕 디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하락) 우려와 함께 이른바 ‘일본형 장기불황’ 경고까지 나오는 마당이다. 중국 의존도가 심한 한국 경제에 직격탄이다. 한국 반도체 수출의 절반을 차지하는 만큼 우리 경제의 회복이 더딜 수밖에 없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 7월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4%로 하향 조정하면서 중국 경기 부진을 주요인으로 꼽았다. 세계 3대 신용평가사인 피치가 미국의 신용등급을 낮춘 것도 반면교사로 삼을 필요가 있다. 피치는 미국 연방정부의 재정 악화, 부채 부담 증가를 하향 조정의 이유로 들었다.

국가재정이 악화하고 있음에도 야당은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해 나랏돈을 풀자고 한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틈만 나면 “이렇게 어려운 시기에 아껴서 뭘 하겠다는 거냐”고 하지만, 나랏빚을 내는 현금 살포 포퓰리즘은 미래 세대에 부담을 떠넘기는 ‘세대 약탈’이다. 야당은 이제라도 추경 편성 요구를 멈춰야 한다. 아껴야 필요할 때 쓸 수 있는 것이다. 여야 이견으로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위조차 넘지 못하고 있는 재정준칙 도입도 서둘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