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때 강릉 시내 물바다…산간 계곡 마을 휩쓸어 최대 피해 발생
"루사, 매미 당시 아픈 기억…피해 최소화를 위해 철저히 대비해야"
[태풍 카눈] 870㎜ 물폭탄 겪은 주민들…"'루사' 같은 피해 없기를"
제6호 태풍 카눈이 북상하면서 강원 영동지역에 최고 600㎜의 물 폭탄이 예보되자 2002년과 2003년 태풍 '루사'와 '매미'를 겪은 지역 주민들이 과거 악몽이 재연되는 게 아닌지 크게 우려하고 있다.

이번 태풍 카눈이 과거 루사 때처럼 엄청난 양의 비가 내릴 것으로 예보된 데다 천천히 내륙을 통과할 것으로 예보됐기 때문이다.

9일 기상청에 따르면 카눈이 강한 세력을 유지한 채 10일 아침 전남과 경남 사이 남해안으로 상륙 후 오후 3시 청주 남동쪽 20㎞ 지점, 오후 9시 서울 동쪽 30㎞ 지점을 지나서 11일 오전 3시 북한 평양 남동쪽 120㎞ 지점에 이르겠다고 예보했다.

특히 카눈의 영향으로 강원 영동 강수량은 200∼400㎜(많은 곳 600㎜ 이상), 10일 오전까지 시간당 60∼80㎜, 최대 100㎜ 이상의 물 폭탄이 쏟아질 때가 있겠다고 전망했다.

이 때문에 과거 태풍 루사로 엄청난 피해를 겪은 주민들이 불안해하고 있다.

2002년 8월 31일 태풍 루사 때 강릉에는 기상관측 이후 최대 일일 강수량인 870.5㎜의 기록적인 폭우가 내려 지역을 초토화했다.

[태풍 카눈] 870㎜ 물폭탄 겪은 주민들…"'루사' 같은 피해 없기를"
루사가 몰고 온 엄청난 강수량으로 강릉 시내 한복판을 흐르는 남대천의 물이 둑을 넘어 시내는 온통 물바다가 됐고 산간 계곡에서 넘친 물은 계곡과 하천을 끼고 있는 마을을 휩쓸어 가옥은 흔적조차 남기지 않았으며 농경지는 진흙 속에 파묻혀 시민 전체가 시름에 빠져 지내야 했다.

루사에 이어 이듬해 발생한 태풍 매미로 연속 수해를 입어 2∼3년이 지나서야 겨우 마무리돼 제모습을 되찾았다.

이런 아픈 기억을 가진 강릉 등 영동지역 주민은 양동이로 쏟아붓듯이 비가 내릴 때면 루사 악몽을 떠올리곤 한다.

루사로 강릉에서는 사망 46명, 실종 5명, 부상 17명 등 68명의 인명피해와 8천억원의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국가 전체적으로도 5조1천479억원이라는 금세기 최고의 재산 피해는 물론 사망·실종자 246명, 이재민 6만3천85명이라는 엄청난 인명피해가 났다.

엄청난 피해로 태풍이 발생할 때마다 루사는 대표적인 태풍으로 언급되고 있다.

루사 피해를 잊지 말자며 강릉에서는 '리멤버 루사 2002'라는 행사도 열렸다.

그래서 강릉을 비롯한 영동지역 주민들은 큰 태풍이 발생할 때마다 루사를 떠올리곤 한다.

김모(67·강릉시 홍제동)씨는 "루사 때 강릉은 온 시내가 물바다였고 계곡과 하천은 마을을 휩쓸어 엄청난 피해가 발생했던 아픈 기억이 있다"며 "이번 태풍 카눈 피해 최소화를 위해 철저하게 대비해 무사히 지나가기만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태풍 카눈] 870㎜ 물폭탄 겪은 주민들…"'루사' 같은 피해 없기를"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