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정부가 특정 국가에서 전기차를 만들 때 발생하는 탄소 배출량을 평가해 보조금에 반영하는 내용의 환경법 개정안을 내놨다. 자국 시장을 파고드는 중국 전기차를 막으려는 조치라는 분석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전기차도 유럽과 미국산보다 탄소 배출량이 많은 것으로 평가돼 유탄을 맞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글로벌 패권 경쟁이 가열되면서 중국을 겨냥한 무역 규제가 쏟아지는 상황이다. 미국의 반도체지원법(칩스법)과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은 시작에 불과했다. 유럽연합(EU)은 올해 들어 ‘유럽판 IRA’로 불리는 핵심원자재법(CRMA) 초안을 공개한 데 이어 2차전지 산업에 대한 광범위한 규제를 담은 배터리법도 조만간 시행하기로 했다. 문제는 이들 법안이 특정 국가만을 구체적으로 언급한 것이 아니어서 한국도 예기치 못한 피해를 볼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이런 비관세 장벽은 첨단 산업을 중심으로 더욱 다양해지고 있다.

중국은 ‘자원 무기화’로 맞불을 놓고 있다. 이달부터 고성능 반도체와 전기차에 쓰이는 갈륨과 게르마늄 수출 제한에 나섰다. 그러면서 “대중국 수출 통제에 참여한 국가들은 대가가 뒤따른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라고 노골적으로 압박했다. 10대 전략 핵심 광물 대부분을 중국에 의존하는 한국에는 위협이 아닐 수 없다.

우리는 서방과 가치 기반 협력을 강화하는 동시에 중국과는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실리를 확보해야 하는 어려운 시험대에 섰다. 미국 및 유럽과의 격상된 관계를 바탕으로 규제 동향을 면밀히 파악해 입법 전에 국익을 지킬 수 있는 윈윈 해법을 찾는 촘촘한 외교력이 요구된다. 지난해 미국 IRA 제정 때처럼 실기해 후속 대응에 진땀을 빼는 상황이 재연돼선 안 된다. 글로벌 패권 경쟁 속에서 전략적 자율성을 확보하는 길은 ‘기술 초격차’뿐이다. 기업에 대한 더 과감한 규제 혁신과 지원이 절실한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