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기어의 유혹 '제기랄, 이런'
[신간] 깊고도 가벼웠던 그 시절 '90년대'
송광호 기자 ▲ 90년대 = 척 클로스터만 지음. 임경은 옮김.
냉전은 종식됐고, 호황은 정점을 찍었다.

이제 사람들은 집에서 비디오로 영화를 봤다.

정치적 올바름에 대한 목소리가 커졌고, 대중문화에서 표현의 자유는 황금기를 맞았다.

1990년대는 여러 목소리가 합창하듯, 한꺼번에 터져 나온 시기였다.

미국 베스트셀러 작가인 저자가 90년대 속을 파고들어 그 시대 정신을 들춰냈다.

저자는 "현재의 프리즘을 통해 과거를 바라보면 실제 경험이 왜곡될 수 있다"며 그 시대의 질감을 살리는 데 집중한다.

90년대는 새로운 디지털 기술이 막 움트는 시기였다.

인터넷이 대중화되기 시작하면서 각종 온라인 동호회가 잇달았다.

그러면서도 전화번호부를 이용해 마음만 먹으면 누군가의 전화번호를 찾을 수 있는 시절이기도 했다.

요컨대 디지털과 아날로그가 묘하게 섞여 있던 시절이었다.

당대에는 통 넓은 바지와 빈티지 룩이, 너바나 같은 얼터너티브 록부터 시티팝까지 다양한 장르의 대중문화가 꽃피웠다.

'농구 황제' 마이클 조던은 시카고 불스를 이끌고 미국프로농구(NBA) 3연패 금자탑을 쌓은 뒤 야구에 도전했다가 다시 코트로 복귀해 NBA 3연패를 일궈내는 기염을 토했고, '핵 주먹' 마이크 타이슨은 복싱 경기 중 상대 선수였던 에반더 홀리필드의 귀를 물어뜯는 엽기적 행각을 벌이기도 했다.

저자는 이를 포함해 90년대의 수많은 사건을 소환한다.

그는 미국의 정치·경제·사회·문화를 가로지르고 재구성하며 그 시대를 규정하는 핵심 정서에 다가간다.

그러면서 그리움을 불러일으키는 것이 진정 무엇인지, 어떻게 한 시대가 그토록 사람들의 기억에서 빠르게 사라졌는지, 그 명멸의 순간과 감정들을 포착해 낸다.

"이 시기의 정서는 자기도취(narcissism)보다 자기중심주의(solipsism)가 대세였다.

도덕성을 판단하거나 생활 방식을 트집 잡아 생면부지의 남을 비판하는 것은 주제넘고 무례하다고 인식되었다.

대신 스스로 불행하다 싶은 사람은 그저 어깨 한 번 으쓱하고 자신의 불행을 체념하듯 받아들이면 그만이었다.

모호한 좌절감은 썩 나쁘지 않았다.

"
온워드. 528쪽.
[신간] 깊고도 가벼웠던 그 시절 '90년대'
▲ 제기랄, 이런 = 벤저민 케이 비건 지음. 나익주·나경식 옮김.
아기의 미소를 보고 있으면 흐뭇하다.

옹알이하는 모습은 치명적일 정도로 귀엽다.

하지만 아기를 귀여워하는 게 부모의 역할 전부는 아니다.

아기의 부모는 때론 더러움도 감수해야 한다.

아기 기저귀를 잘 살펴봐야 하기 때문이다.

갓난아기의 변 색깔이 변했다는 것은 아이가 아프다는 사실을 방증한다.

비슷한 이유로 아기의 토사물도 잘 관찰해야 한다.

우리는 기저귀를 들여다보면서 갓난아기에 대해 더 많은 것을 알게 된다.

언어도 마찬가지다.

상스러운 말속에 언어에 관한 다양한 비밀이 숨어있다.

미국의 언어학자인 저자가 모멸적 별칭, 폭언, 폄훼 표현, 비하 표현 등 영어의 다양한 금기어들을 살펴본다.

책에 따르면 미국과 영국, 뉴질랜드에서 통용되는 상스러운 말은 비슷한 듯 다르다.

각국의 언중(言衆)은 그 말의 의미를 각각 다른 뉘앙스로 받아들인다.

영어를 모국어로 쓰고 있지만 이들 세 국가에서 불쾌한 욕설 순위는 조금씩 차이가 난다.

또한 나라별로 손가락 욕설도 달라진다.

미국은 중지를, 영국은 검지와 중지를 이용해 기분 나쁨을 표현한다.

또 다른 국가는 주먹을 활용해 욕설을 드러내기도 한다.

저자는 욕설을 계속 무시하거나 외면하는 것은 인간에게 해롭다고 주장한다.

아울러 욕설이 인간의 언어와 뇌, 그리고 우리 자아에 대해 많은 것을 알려주는 통로라고 강조한다.

한울아카데미. 392쪽.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