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이첩 명령 번복하려면 수정명령이 문서로 존재해야"
"인지통보서 서식에 죄명·범죄사실 적시하게 돼 있어"
'집단항명' 혐의 해병 수사단장 변호인 "항명은 성립 불가"
고(故) 채수근 상병 순직 사건의 자체 수사 결과를 경찰에 이첩한 후 '집단항명 수괴' 혐의로 입건된 해병대 수사단장의 법률대리인이 "항명은 성립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해병대 수사단장 A대령의 변호를 맡은 김경호 변호사는 7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수사 결과의 경찰 이첩을 지시한 국방부 장관의 원명령이 존재하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수정 명령은 반드시 문서로 해야 하는데 수정 명령의 문서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앞서 해병대 수사단은 지난 달 30일 이종섭 국방부 장관에게 채 상병이 복무한 해병 1사단의 지휘관인 임성근 사단장 등 8명에 과실치사 혐의 등을 적용해 경찰에 이첩하겠다고 보고했다.

범죄 혐의점이 있는 군내 사망 사건은 지난해 개정된 군사법원법에 따라 민간 수사기관이 수사를 담당하게 돼 있기 때문이다.

당시 이 장관은 해병대 수사단의 보고서에 결재까지 했지만, 다음날 우즈베키스탄 출장에 앞서서는 수사 결과 이첩을 보류하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국방부는 밝혔다.

그러나 해병대 수사단은 지난 2일 오전 경북경찰청에 사건을 이첩했고, 국방부는 같은 날 오후 경찰로부터 사건을 회수하는 한편, 수사단장 A대령을 '집단항명 수괴' 혐의로 입건했다.

김 변호사는 A대령에게 사건 이첩 보류 명령을 통보한 사람은 해병대 사령관과 국방부 법무관리관이라고 전했다.

해병대 사령관은 수사단장에게 국방부 차관이 보낸 "일요일 결재본은 중간결재이고, 장관 귀국 시 수정해서 다시 보고해라. 혐의자 및 혐의사실을 빼라, 죄명을 빼라 해병대는 왜 말을 하면 안 듣나?"라는 문자메시지를 읽어줬다고 김 변호사는 말했다.

또 "국방부 법무관리관이 수사단장에게 5차례 이상 통화에서 강조한 내용을 정리하면 '최초 보고서에서 죄명을 빼라, 혐의자 및 혐의사실을 빼라, 장관 귀국 후 재보고 후 경찰에 이첩하라'로 정리된다"며 "법무관리관도 장관의 수정명령을 전달한 것이 아니라 개인 의견을 강요한 것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보고서에서 혐의자 및 혐의사실을 빼라는 명령에 대해서는 "명백한 과실치사의 혐의가 있는지 구체적 개별적으로 조사한 후 피의자의 죄명, 인지경위 및 범죄사실 등을 적시해 경찰에 인계하는 것은 적법한 활동"이라고 강조했다.

김 변호사에 따르면 '법원이 재판권을 가지는 군인 등의 범죄에 대한 수사절차 등에 관한 훈령' 제7조에는 '군검사 또는 군사법경찰관은 영 제7조 제1항에 따라 사건을 이첩하는 경우에는 별지 제5호 서식의 인지통보서를 작성하여 검찰청,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또는 경찰청에 송부해야 한다'고 돼 있다.

별지 제5호 서식의 인지통보서에는 피의자의 죄명, 인지경위 및 범죄사실 등을 적시하도록 규정돼 있다.

김 변호사는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국방부 장관도 자신이 정한 수사절차와 방식에 관한 명령인 동 훈령을 준수해야 하며, 특별한 사정이 있다면 별도 반드시 문서로 수정 명령을 발령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