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희미한 빛으로도
[신간] 말 없는 자들의 목소리·도망치는 연인
▲ 말 없는 자들의 목소리 = 황모과 지음.
역사적 사건의 진상 조사를 위해 타임슬립 기술을 사용하는 국제기구 '인터내셔널 싱크로놀로지'. 정반대의 정치적 입장을 가진 조직에서 사람을 선발해 과거로 조사단을 보내는 조직이다.

이번에도 이 기구는 두 명의 청년을 선발해 1923년 9월 일본의 관동대지진 시기로 파견한다.

과거로 돌아간 홀로코스트 진상규명위원회의 한국인 청년 민호와 우익재단에서 장학금을 받는 일본인 다카야의 모험을 통해 작가는 재난의 공포가 불러온 비틀린 분노와 악의 민낯을 세밀하게 그려낸다.

관동대지진 후 벌어진 조선인 학살 사건 100주기에 맞춰 작가가 치밀한 자료조사와 답사, 인터뷰 등을 통해 잊혔던 희생자들의 목소리를 소설로 되살려냈다.

래빗홀. 282쪽.
[신간] 말 없는 자들의 목소리·도망치는 연인
▲ 도망치는 연인 = 이승은 지음.
지긋지긋한 가난에 쫓기던 청년 커플 태오와 지수는 지방의 한 주유소에서 일하고 숙식하며 근근이 삶을 이어간다.

지독한 가난 속에서도 서로에 대한 사랑에 소박한 행복을 꿈꾸던 이들은 어느 날 눈보라를 헤매던 부유한 워킹맘 영인을 구해 도와주고 인연을 맺는다.

서울, 금수저, 고학력, 정상 가족, 기득권 세대를 상징하는 영인은 이들의 도움 덕에 원래 자신이 속했던 부유한 세계로 귀환하지만, 태오와 지수는 여전히 매 순간 생존을 위한 사투를 벌여야만 한다.

'도망치는 연인'은 2014년 단편 '소파'로 문예중앙 신인상을 받으며 등단한 이승은의 첫 장편이다.

작가는 이 작품에서 우리 시대 청년들이 직면한 현실을 스릴러와 로맨스 요소를 버무려 핍진하고도 강렬하게 그려냈다.

탄탄한 서사 구조와 간결한 문장이 돋보이는 소설이다.

창비. 196쪽.
[신간] 말 없는 자들의 목소리·도망치는 연인
▲ 아주 희미한 빛으로도 = 최은영 지음.
사람 사이의 관계에서 나타나는 미묘한 심리와 감정 변화를 그리는 데 특별한 감각을 발휘해온 작가가 관계와 사회, 글쓰기라는 키워드로 쓴 7편의 중단편을 모았다.

관계의 변화 위에 비정규직 문제를 겹쳐놓은 '일 년', 복잡한 어긋남과 화해의 과정을 그려 2020 젊은 작가상을 받은 표제작, '정상 가족'으로 여겨지는 통념과는 다른 가족의 모습을 보여주는 '파종', '이모에게', '사라지는, 사라지지 않는' 등이 수록됐다.

사람 사이의 관계가 시작되고 부서지는 순간을 치밀하게 들여다보면서 관계의 양상을 사회적 맥락에서 헤아린 섬세한 소설들이다.

문학동네. 352쪽.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