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정 노력에도 좀처럼 근절 안 돼…과도한 경쟁 탓
[현장] 을왕리해변 상가 '호객' 여전…피서객은 '짜증'
인천 해수욕장의 고질적 문제인 호객행위가 상인들의 자정 노력에도 불구하고 여전한 것으로 확인됐다.

본격적인 피서철을 맞은 2일 낮 12시께 찾은 인천시 중구 을왕리 해수욕장은 평일임에도 바다를 찾아온 피서객들로 북적였다.

물이 빠진 갯벌이나 바다에서 놀던 피서객들은 점심때가 되자 하나둘씩 식사를 하기 위해 식당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바다 앞 도로변에는 조개구이나 회, 칼국수 등을 파는 음식점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었다.

피서객들이 식당 앞을 지나가자 여기저기서 경쟁적으로 호객행위가 이어졌다.

식당마다 입구에 한 명씩 서 있는 직원들은 지나가는 이들에게 "여기가 제일 푸짐하다", "어떤 걸 먹을거냐", "잘해줄 테니 여기로 와라" 등 말을 걸기 시작했다.

일부 가게에선 직원들이 해변 주차장에 차를 대는 손님을 발견하고 차 뒤를 봐주겠다며 주차를 돕기도 했다.

손님을 끌어오기 위한 일종의 전략인 셈이다.

주차를 도와준 직원이 자신의 가게에 들어오라고 권유하자 차에서 내린 이들은 머리를 긁적이며 직원의 손에 이끌려 갔다.

식당에 올 경우 '발렛 주차'까지 해준다는 가게들도 여럿 눈에 띄었다.

손님이 몰릴 땐 '피서객 쟁탈전'이 한층 치열해졌다.

교통체증으로 바다 앞 도로가 꽉 막히자 차량을 향해서도 호객행위가 이어졌다.

호객행위를 하는 직원들은 창문을 내려 보라며 차량에 가까이 접근하는가 하면 팔을 크게 휘젓거나 손뼉을 치고 소리를 치며 시선을 끌기도 했다.

[현장] 을왕리해변 상가 '호객' 여전…피서객은 '짜증'
과거처럼 피서객을 대상으로 이른바 '바가지'를 씌우는 행위는 크게 줄어들었지만 이 같은 호객행위는 여전히 그대로다.

이런 상황이 매년 반복되면서 피서객들이 불쾌감을 보이자 상인들은 자정 노력을 하겠다고 여러 번 결의했었다.

앞서 지난 5월 피서철을 앞두고 하나개해수욕장과 을왕리해수욕장 왕산해수욕장 등 3곳에선 바가지요금과 호객행위 근절 등에 동참하는 결의대회도 열렸다.

을왕리해수욕장 번영회도 지난 6월 인천중부경찰서와 간담회를 하고 호객행위 등 무질서 행위 근절을 위한 자정 노력에 팔을 걷어붙이겠다고 약속했다.

호객행위는 엄연한 불법이기도 하다.

현행 식품위생법에 따르면 식품접객업자가 호객행위를 할 경우 영업정지 등의 행정 처분이 내려질 수 있다.

1차 위반 시엔 15일, 2차는 1개월, 3차는 3개월까지 영업이 정지될 수 있다.

그런데도 호객행위가 여전히 이어지는 것은 손님을 끌기 위한 경쟁이 과열된 측면이 크다.

한 식당 직원은 "처음엔 다들 호객행위를 안 하는가 싶더니 피서철이 되고 하나둘 바깥으로 나오기 시작하면서 이렇게 됐다"며 "다른 집도 하는데 우리만 안 할 순 없는 노릇 아니겠느냐"고 반문했다.

실제로 호객행위의 효과가 무시 못 할 수준인 탓도 있다.

이날 약 2시간 가까이 지켜본 해수욕장 앞 식당 거리에선 호객 행위에 이끌려 식당으로 들어가는 이들의 모습이 종종 보였다.

중구 관계자는 "피서철을 맞아 단속을 강화하고 있으며 소비자 식품위생감시원 등을 활용해 평일과 주말 불시에 점검도 하고 있다"면서 "계도를 우선하고 정도가 심할 경우 행정처분을 하고 있지만 올해는 아직 행정처분을 받은 사례는 없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