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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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노동부가 전국 지방관서에 직장 내 괴롭힘 신고사건 처리를 자문하는 전문위원회를 설치한다. 괴롭힘 신고를 받고 현장에 나간 근로감독관이 혼자 괴롭힘 여부를 판단하는 현행 구조가 감독업무 과중과 행정서비스의 질 저하를 부른다는 지적을 반영한 것이다.

고용부는 지난달 23일 근로감독관 집무 규정을 개정해 전국의 고용부 지방관서의 장은 관서 내에 5~7명 규모의 전문위원회를 설치할 수 있는 근거 규정을 신설한 것으로 1일 확인됐다. 위원회에는 외부 위원을 3명 이상 포함해야 한다.

위원회 규모를 감안하면 근로감독관이 판단하기 애매하거나 사회적 파장이 큰 사건의 경우 전문위원회를 거쳐 괴롭힘 여부를 최종 판단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위원회 설치는 괴롭힘 신고 사건 급증과 괴롭힘 판단 기준이 명확하지 않은 현행법 탓에 일선 근로감독관들이 감당 못할 업무 과중에 몰렸기 때문이다.

박대수 의원실이 고용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직장 내 괴롭힘 신고는 매년 증가세다. 2020년 5823건→2021년 7774건→2022년 8961건→2023년 6월까지 4043건을 기록했다.

다만 행정력이 개입할 정도로 심각한 경우는 상대적으로 많지 않다. 고용부가 개입하거나 검찰 송치된 사건 비중은 14% 수준이며, 전체 기소 건수도 211건에 불과해 기소율은 0.7%에 그친다. 나머지는 대부분 법 위반 없음, 취하로 결론이 났다.

이런 '신고 급증'에는 모호한 직장 내 괴롭힘 판단 기준이 한몫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행 근로기준법은 '괴롭힘'을 "직장에서의 지위·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해…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라고 규정하고 있다. 빈도나 강도 등과 관련된 객관적 기준은 없다.

결국 짧은 시간 안에 신고 사건을 검토하고 혼자 결론을 내야 하는 일선 근로감독관 입장에선 제대로 된 조사가 어렵다. 감정이 극단으로 치달은 가해자와 피해자로부터 불만을 사는 사례도 급증하고 있다.

전문위원회가 설치될 경우 근로감독관들이 지는 '판단 부담'이 일정 정도는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한편 고용부는 민간기관이나 노동위원회 등 외부 기관에 괴롭힘 조사 및 판단을 맡기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이를 위해 최근 ‘직장 내 괴롭힘 금지제도 개선 방안 연구’도 발주했다. 고용부는 연구용역 개요에서 △근로감독관이 직장 내 괴롭힘 판단을 단독으로 하는 어려움 해소 및 전문성 제고 필요 △전문 민간기관, 노동위원회, 공사·공단 등 업무의 전문성 제고를 위한 조직 등 분쟁 해결 방안 △조정·중재, 구제명령 등 효율적 사건 처리 방안에 대한 검토를 연구진에 요구했다.

한편, 고용부는 개정 집무규정에서 신고 사건을 '내사 종결' 처리할 때 신고인에게 구체적인 사유와 근거를 기재해서 회신하도록 의무화한다. 이전까지는 종결 사유만 간략하게 회신하면 됐다.

또 사건 조사 시 정당한 사유가 없는 한 변호인을 참여하게 해야 한다는 의무 규정도 신설한다. 수사 대상자의 방어권 보장 차원에서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