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많은 감독이 따라 한 영화 <너무 많은 것을 안 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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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e] 허남웅의 씨네마틱 유로버스



마리오 바바 영화에 처음 입문하는 이라면 이번 시네바캉스의 상영작 중 <너무 많은 것을 안 여자>(사진)를 추천한다. <너무 많은 것을 안 여자>는 할리우드의 로맨틱코미디 <로마의 휴일>(1953)의 호러 버전이라 할만하다. 그레고리 펙과 오드리 햅번이 스쿠터를 타고 아이스크림을 핥아먹으며 노닥거리던 스페인 광장은 살인의 현장으로 변모했다. 로맨틱한 휴가를 기대하며 로마행 비행기에 오른 노라(레티샤 로만)는 도착하자마자 살인이 벌어지는 광경을 목격하면서 정체불명의 살인자에게 차기 희생자로 지목받는다. 휴가가 악몽으로 변모한 것이다.
<너무 많은 것을 안 여자>가 영화사적으로 중요한 건 ‘지알로 Giallo’의 출발점인 까닭이다. 지알로, 그것은 또 무엇인가? ‘노랑’을 뜻하는 지알로는 1920년대 중반 이탈리아의 한 출판사가 노란색을 표지로 한 저가의 장르 소설을 발표하고 이게 큰 인기를 얻으면서 싸구려 가판 소설을 일컫는 말이 되었다. 미술을 전공한 마리오 바바는 사실 영화감독을 할 생각이 없었는데 촬영감독 일을 맡던 중 해고된 감독을 대신해 메가폰을 잡으면서 46세의 늦은 나이에 연출자로 데뷔했다.


허남웅 (영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