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덴차로 겨루는 진검승부, 조성진 vs 임윤찬 '깨알 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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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e] 임성우의 클래식을 변호하다
베토벤의 피아노 협주곡 3번의 1악장은 작곡가의 시그너쳐 조성이라고도 할 수 있는 C단조에 의한 것으로 소위 하일리겐슈타트의 유서 사건 이후의 다소 비장한 감정이 묻어 있어 많은 클래식 애호가들의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이 악장의 카덴차는 베토벤이 직접 작곡한 것을 필두로 알캉, 바우어, 비치, 부조니, 포레, 리스트, 모셸레스, 루빈스타인, 생상스, 클라라 슈만 등 많은 작곡가들이 다양한 카덴차를 작곡하였고 연주자에 따라서는 자신이 직접 즉흥성을 가미한 버전을 사용하기도 합니다(아래 파질 세이 참조).
그러나 실제 연주에서는 아무래도 작곡가 자신의 카덴차가 가장 널리 사용되고 있는데, 마침 유튜브에는 최근 우리나라의 젊은 피아니스트 가운데 가장 주목을 많이 받고 있는 조성진, 임윤찬 두 피아니스트의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3번 연주가 올라와 있어서 들어보니 (이 두 피아니스트 역시 모두 베토벤의 카덴차를 사용하고 있지만) 연주에 서로 미묘한 차이를 보입니다.
베토벤의 카덴차는 1악장의 기본 템포를 그대로 이어받아 핵심 주제를 제시하는 부분(Allegro con brio)에 이어서 알레그로보다 좀 더 템포를 여유있게 가져가면서 단호하게(Poco meno Allegro e risoluto) 연주되는 부분, 아주 빠른(presto) 부분, 원래 빠르기(Tempo I)로 돌아가는 부분 등의 순서로 진행됩니다. 이하에서는 조성진, 임윤찬 두 피아니스트가 각각의 부분을 어떻게 연주했는지 비교해보겠습니다.
우선 이 부분은 다이나믹스의 지시가 특이한데, forte로 핵심 동기를 제시하지만 곧 fp에 의해 밑으로 내려가는 하행 음형들이 반복 제시됩니다. 이 하행 음형(아래 악보의 파란색 밑줄 부분)은 페달이 사용되지 않은 논레가토의 울림, 즉 한 음 한 음 분명히 울리는 음이기도 하지만 반복되는 fp 지시가 따릅니다(아래 악보의 형광펜 부분). 이 fp는 첫 음만 세게 연주하고 나머지는 (고전주의 양식의 특징인) subito piano(갑작스럽게 여리게)로 연주하라는 것인데, 예리하게 파고드는 고통스런 심정을 표현할 때 자주 사용됩니다. 이 부분에서 미세하게나마 조성진이 논레가토의 느낌을 더 살리기는 하지만, 둘 다 위에서 설명 드린 fp의 느낌을 충분히 살리지는 못하는 것 같습니다.
이 부분은 후반에 꿈결같이 여린(p) 아르페지오에 이어지는 트릴을 통해 우아하고(dolce) 서정적인 노래와 아주 농밀한 표현(espressivo)으로 이어집니다. 이 부분 역시 조성진도 좋지만 그 보다는 임윤찬이 좀 더 세부 다이나믹스가 정밀합니다. 하지만 둘 다 아티클레이션에 있어서는 아무래도 미켈란젤리의 노련한 연주가 표현하는 군더더기 없는 서정미에는 다소 못 미치는 것 같습니다.
우아하게 흐르던 음악은 이 부분에서 갑자기 격렬하게 호흡이 가빠지는데, 적지 않은 연주자들이 이 presto에서 초반(아래 파란색 밑줄 부분)에서 너무 몰아치다가 뒤에 이어지는 부분(아래 빨간색 밑줄 부분)에서 다소 엉키거나 아니면 이를 피하기 위하여 템포를 늦춥니다. 그러나 같은 presto 내에서 템포의 일관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처음부터 너무 빠르게 몰아치는 것은 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됩니다. 이 점에서는 조성진보다는 역시 임윤찬에게 점수를 더 주고 싶습니다.
이어지는 셋잇단음 리듬을 기반으로 한 아래와 같은 진행에서도 역시 프레스토 템포의 일관성 있는 적용이 구조적 안정감에서 매우 중요합니다. 특히 왼손이 연주하는 4분음표의 상승 음형(아래 파란색 밑줄 부분)은 전체게 결쳐 안정되게 표현되어야 하는데, 음악적으로 클라이막스에 해당하는 부분(아래 파란색 2중 밑줄 부분)은 강조를 위해 템포를 약간 늘어트리드라도 마지막 두 음(빨간색 밑줄 부분)을 너무 조급하게 처리하는 것은 곤란합니다. 조성진과 임윤찬 모두 클라이막스 처리가 강렬하지만, dimin.(점점 여리게)가 시작되는 마지막 두 음(위의 악보상의 빨간색 밑줄 부분)의 조급한 처리는 약간 아쉬움을 남기네요.
참고로, 조성진이나 임윤찬은 원래 악보의 dim.이 시작되는 마지막 두 음에 더하여 (아래 악보의 빨간색 밑줄 부분과 같이) 왼손 피아노가 추가된 버전을 연주하고 있습니다.
다시 긴 트릴 이후 카덴차는 다시 원래의 빠르기를 회복하면서 마무리에 접어듭니다. 여기서는 매우 까다로운 양손 트릴 이후 이어지는 하행 음형의 처리가 중요한데, 이 하행 음형들을 묶는 이음줄(slur)과 그 사이 사이에 있는 쉼표 기재를 충실히 따르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러한 아티큘레이션 표현이나 쉼표를 제대로 표현하지 못할 경우 자칫 하행 음형이 상승 음형처럼 들릴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측면에서 임윤찬의 경우 어느 정도 침묵의 공간을 잘 살리는 반면, 조성진의 연주는 약간 아쉬움을 남깁니다.
특히 임윤찬은 이 양손 트릴 부분에서도 악보에 없는 크레센도를 가하고 또 이어지는 하행 음형들도 다소 즉흥적인 느낌을 가미하여 점점 느리게 및 점점 여리게(rallentado e diminuendo) 연주함으로써 분위기를 살리지만 미켈란젤리는 어떤 조미료도 가미하지 않고 악보 그대로 가져가는 것이 좀 특이합니다.
이상과 같이 베토벤이 쓴 피아노 협주곡 3번 1악장의 카덴차에 관하여 조성진과 임윤찬의 연주를 서로 비교하며 살펴보았는데, 여러분들이 좋아하시는 연주자들이 이 카덴차를 어떻게 연주했는지도 한 번 살펴보시면 비교 감상의 재미가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 악장의 카덴차는 베토벤이 직접 작곡한 것을 필두로 알캉, 바우어, 비치, 부조니, 포레, 리스트, 모셸레스, 루빈스타인, 생상스, 클라라 슈만 등 많은 작곡가들이 다양한 카덴차를 작곡하였고 연주자에 따라서는 자신이 직접 즉흥성을 가미한 버전을 사용하기도 합니다(아래 파질 세이 참조).
파질 세이 (카덴차)
그러나 실제 연주에서는 아무래도 작곡가 자신의 카덴차가 가장 널리 사용되고 있는데, 마침 유튜브에는 최근 우리나라의 젊은 피아니스트 가운데 가장 주목을 많이 받고 있는 조성진, 임윤찬 두 피아니스트의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3번 연주가 올라와 있어서 들어보니 (이 두 피아니스트 역시 모두 베토벤의 카덴차를 사용하고 있지만) 연주에 서로 미묘한 차이를 보입니다.
베토벤의 카덴차는 1악장의 기본 템포를 그대로 이어받아 핵심 주제를 제시하는 부분(Allegro con brio)에 이어서 알레그로보다 좀 더 템포를 여유있게 가져가면서 단호하게(Poco meno Allegro e risoluto) 연주되는 부분, 아주 빠른(presto) 부분, 원래 빠르기(Tempo I)로 돌아가는 부분 등의 순서로 진행됩니다. 이하에서는 조성진, 임윤찬 두 피아니스트가 각각의 부분을 어떻게 연주했는지 비교해보겠습니다.
Allegro con brio
우선 이 부분은 다이나믹스의 지시가 특이한데, forte로 핵심 동기를 제시하지만 곧 fp에 의해 밑으로 내려가는 하행 음형들이 반복 제시됩니다. 이 하행 음형(아래 악보의 파란색 밑줄 부분)은 페달이 사용되지 않은 논레가토의 울림, 즉 한 음 한 음 분명히 울리는 음이기도 하지만 반복되는 fp 지시가 따릅니다(아래 악보의 형광펜 부분). 이 fp는 첫 음만 세게 연주하고 나머지는 (고전주의 양식의 특징인) subito piano(갑작스럽게 여리게)로 연주하라는 것인데, 예리하게 파고드는 고통스런 심정을 표현할 때 자주 사용됩니다. 이 부분에서 미세하게나마 조성진이 논레가토의 느낌을 더 살리기는 하지만, 둘 다 위에서 설명 드린 fp의 느낌을 충분히 살리지는 못하는 것 같습니다.
임윤찬
조성진
그나마 아래 치메르만의 연주에서는 fp의 느낌을 좀 더 분명히 살리고 있는데, 전설의 피아니스트 미켈란젤리는 이 부분에서 맨 아래 음들을 동시에 울리지 않고 분리하는 것이 특이합니다.
치메르만
미켈란젤리
Poco meno Allegro e risoluto
이 부분은 핵심 동기의 첫 두 음을 골격으로 진행되는데, 템포는 좀 더 신중하게 바뀝니다. 아래 악보에서와 같이 f로 울리는 두 음 아래로 왼손 피아노가 페달없이 논레가토로 연주하는 부분(파란줄 부분)을 이어지는 페달에 의한 아르페지오 부분(빨간줄 부분)과 대조시키는 것이 중요합니다.
미켈란젤리의 연주는 이러한 대조를 아주 분명히 연출해내는데, 이 부분 표현에 있어서는 조성진보다는 임윤찬이 좀 더 분명하고 강렬합니다.
미켈란젤리
조성진
임윤찬
이 부분은 후반에 꿈결같이 여린(p) 아르페지오에 이어지는 트릴을 통해 우아하고(dolce) 서정적인 노래와 아주 농밀한 표현(espressivo)으로 이어집니다. 이 부분 역시 조성진도 좋지만 그 보다는 임윤찬이 좀 더 세부 다이나믹스가 정밀합니다. 하지만 둘 다 아티클레이션에 있어서는 아무래도 미켈란젤리의 노련한 연주가 표현하는 군더더기 없는 서정미에는 다소 못 미치는 것 같습니다.
조성진
임윤찬
미켈란젤리
Presto
우아하게 흐르던 음악은 이 부분에서 갑자기 격렬하게 호흡이 가빠지는데, 적지 않은 연주자들이 이 presto에서 초반(아래 파란색 밑줄 부분)에서 너무 몰아치다가 뒤에 이어지는 부분(아래 빨간색 밑줄 부분)에서 다소 엉키거나 아니면 이를 피하기 위하여 템포를 늦춥니다. 그러나 같은 presto 내에서 템포의 일관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처음부터 너무 빠르게 몰아치는 것은 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됩니다. 이 점에서는 조성진보다는 역시 임윤찬에게 점수를 더 주고 싶습니다.
조성진
임윤찬
이어지는 셋잇단음 리듬을 기반으로 한 아래와 같은 진행에서도 역시 프레스토 템포의 일관성 있는 적용이 구조적 안정감에서 매우 중요합니다. 특히 왼손이 연주하는 4분음표의 상승 음형(아래 파란색 밑줄 부분)은 전체게 결쳐 안정되게 표현되어야 하는데, 음악적으로 클라이막스에 해당하는 부분(아래 파란색 2중 밑줄 부분)은 강조를 위해 템포를 약간 늘어트리드라도 마지막 두 음(빨간색 밑줄 부분)을 너무 조급하게 처리하는 것은 곤란합니다. 조성진과 임윤찬 모두 클라이막스 처리가 강렬하지만, dimin.(점점 여리게)가 시작되는 마지막 두 음(위의 악보상의 빨간색 밑줄 부분)의 조급한 처리는 약간 아쉬움을 남기네요.
조성진
임윤찬
참고로, 조성진이나 임윤찬은 원래 악보의 dim.이 시작되는 마지막 두 음에 더하여 (아래 악보의 빨간색 밑줄 부분과 같이) 왼손 피아노가 추가된 버전을 연주하고 있습니다.
Tempo I
다시 긴 트릴 이후 카덴차는 다시 원래의 빠르기를 회복하면서 마무리에 접어듭니다. 여기서는 매우 까다로운 양손 트릴 이후 이어지는 하행 음형의 처리가 중요한데, 이 하행 음형들을 묶는 이음줄(slur)과 그 사이 사이에 있는 쉼표 기재를 충실히 따르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러한 아티큘레이션 표현이나 쉼표를 제대로 표현하지 못할 경우 자칫 하행 음형이 상승 음형처럼 들릴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측면에서 임윤찬의 경우 어느 정도 침묵의 공간을 잘 살리는 반면, 조성진의 연주는 약간 아쉬움을 남깁니다.
임윤찬
조성진
특히 임윤찬은 이 양손 트릴 부분에서도 악보에 없는 크레센도를 가하고 또 이어지는 하행 음형들도 다소 즉흥적인 느낌을 가미하여 점점 느리게 및 점점 여리게(rallentado e diminuendo) 연주함으로써 분위기를 살리지만 미켈란젤리는 어떤 조미료도 가미하지 않고 악보 그대로 가져가는 것이 좀 특이합니다.
미켈란젤리
이상과 같이 베토벤이 쓴 피아노 협주곡 3번 1악장의 카덴차에 관하여 조성진과 임윤찬의 연주를 서로 비교하며 살펴보았는데, 여러분들이 좋아하시는 연주자들이 이 카덴차를 어떻게 연주했는지도 한 번 살펴보시면 비교 감상의 재미가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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