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 vs 44.3%. 지난 주말을 전후로 정치권의 ‘양대 조사업체’로 불리는 한국갤럽과 리얼미터가 각각 발표한 더불어민주당의 지지율이다. 상반된 두 결과를 두고 야권 내부에서는 ‘이재명 대표 위기론’과 ‘안정론’이 동시에 제기되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전문가들은 두 업체가 채택한 조사 방식으로 인해 결과가 달라졌기 때문에 정확도를 비교하기보단 각 조사의 추이와 응답자의 특성을 참고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29%? 44%?…민주당 지지율 '여론조사 미스터리'
31일 리얼미터가 발표한 정당 지지도 조사에서 민주당은 직전 조사 대비 0.1%포인트 오른 44.3%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국민의힘 지지율은 같은 기간 0.7%포인트 하락한 36.3%로 나타났다. 양당 간 격차는 오차범위(±3.1%포인트) 밖인 8.0%포인트다.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 지지율이 안정적으로 국민의힘을 웃돌고 있다는 해석이 나왔다. 이번 조사는 지난 27~28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3명을 대상으로 시행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다.

불과 사흘 전 발표된 갤럽 조사 결과는 크게 달랐다. 한국갤럽은 25~27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2명을 대상으로 정당별 지지율을 조사한 결과, 국민의힘이 35%, 민주당은 29%로 집계됐다고 28일 발표했다. 이에 야권 내부에서 ‘이재명 대표 사퇴설’까지 제기됐다.

이같이 차이가 나는 건 각 업체가 표본을 추출하고 조사하는 방식이 다르기 때문이다. 갤럽은 100% 사람이 진행하는 전화 면접 방식으로 조사하는 데 비해 리얼미터는 기계가 질문하는 자동응답(ARS) 방식이다. 자연히 갤럽의 응답률이 리얼미터에 비해 월등히 높다. 7월 4주차 기준 갤럽 조사의 응답률은 14.1%, 리얼미터는 2.7%였다.

결과적으로 ARS로 이뤄지는 리얼미터 조사는 설문 참여 의지가 강한 정치 고관여층이 주로 응답한다. 전화 면접으로 이뤄지는 갤럽 조사는 중도층의 표심이 반영되기 쉬운 구조다. 전문가들은 “양당 강성 지지층의 결집 수준을 보려면 리얼미터를, 중도층을 포함한 전체 그림을 보려면 갤럽 조사를 참고하라”고 권유한다.

응답자를 선정하는 방식도 다르다. 갤럽은 통신3사가 가입자의 연령과 지역, 성별 등 특성을 기반으로 제공한 가상번호로 전화를 돌려 답변을 모은다. 리얼미터는 무작위로 산출한 휴대폰 번호로 ARS가 전화를 걸어 응답자들이 직접 입력하게 한다. 표본의 특성상 갤럽의 정확도가 월등히 높을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갤럽이 리얼미터보다 반드시 정확한 조사라고 보기는 어렵다. 주관식 전화면접 방식으로 지지 정당을 물어보기 때문에 실제 성향을 숨기고 ‘지지 정당이 없다’고 응답하는 비율이 매우 높다. 직전 갤럽 조사에서는 ‘지지 정당이 없다’는 응답자가 31%로 민주당 지지율(29%)보다 높게 나왔다.

여론조사업체 출신인 한 민주당 보좌관은 “어느 쪽이 정확한지를 따지기보다 각각 고관여층과 중도층의 표심을 해석할 지표로 보고 추이를 따져야 한다”고 말했다.

전범진 기자 forwar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