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혼부부가 결혼 자금을 증여받을 경우 최대 3억원(양가 합산)까지 증여세를 공제하는 정부의 세법개정안에 대해 더불어민주당이 “소득 상위 10%에만 혜택이 집중되는 초부자 감세 정책”이라고 비판하고 나섰다. 국민의힘은 결혼과 출산 유도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정책인데 민주당이 또다시 ‘국민 갈라치기’를 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이재명 “초부자 특권 감세”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31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정부의 자녀 혼인 공제 확대안을 두고 “‘또 초부자 감세냐’는 한탄이 나오고 있다”고 공세에 나섰다. 그는 “증여를 못 받아서 결혼 못 하는 게 아니다”며 “혜택을 볼 계층은 극히 적고, 많은 청년에게 상실감과 소외감을 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정부가 “초부자 감세로 나라 곳간에 구멍을 내고 있다”고도 했다.

민주당은 손질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정부안은 신혼부부가 혼인신고 전후 2년씩 총 4년 동안 부모·조부모 등 직계존속으로부터 증여받는 경우, 현행 기본공제 5000만원(10년간)에 더해 1억원을 추가 공제해주는 게 골자다. 양가 합산 3억원까지 증여세를 내지 않는다는 얘기다.

민주당은 이를 두고 양가에서 자녀에게 3억원을 줄 수 있는 가정은 소위 ‘잘 사는 집’일 가능성이 높고, 이는 부의 대물림을 야기한다고 보고 있다. 민주당 소속 기획재정위원회 관계자는 “결혼은 한 성인이 독립해 자기 두 발로 당당히 서는 과정이기도 한데, 부모의 지원을 정부가 부추긴다는 측면에서도 맞지 않다”고 말했다.

민주당 기재위 의원들은 최근 비공개 회의를 열고 ‘야당안’을 논의했다. 부모가 증여하는 재산의 기본공제 한도를 현재 5000만원(성인 자녀 기준)에서 7000만원으로 높이는 안이 유력하게 거론된 것으로 전해졌다. 5000만원 기준은 2013년 세법 개정에 따른 것이라 10년간의 물가 상승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에서다.

정부가 제시한 ‘혼인 공제’를 ‘출산 공제’로 하자는 의견도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서라면 결혼이 아닌, 출생 신고 시 5000만원을 추가로 공제해주자는 아이디어다. 기본 공제를 7000만원으로 상향하고, 아이를 낳을 경우 추가 공제해주면 양가 합산 총 2억4000만원까지 증여세를 물지 않게 된다. 민주당 관계자는 “혼인신고를 기준으로 하면 미혼모의 경우 형평성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與 “출산율 정책도 빈부 갈라치기”

여당은 “출산율 반등을 위해 결혼 자체에 대한 인센티브를 강화해야 한다”며 원안대로 처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기재위 여당 간사인 류성걸 의원은 “현재로선 결혼해야 출산으로 이어지는 구조이니, 이 제도 아래서 최대한 출생이 늘어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의 ‘초부자 감세’ 주장에 대해 국민의힘은 “빈부 갈라치기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기재위 소속 한 여당 의원은 “결혼과 출산을 유도하기 위해선 없는 거라도 다 만들어서 해야 할 판인데 또 갈라치기를 하고 있다”며 “문재인 정부나 이재명 대표나 이념적 편향 속에서만 세상만사를 보겠다는 잘못된 시각”이라고 맹비난했다.

설지연/고재연 기자 sj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