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지난주 정전협정 70주년 기념일 기간 방북한 중국과 러시아 대표단 중 러시아 대표를 중국에 비해 눈에 띄게 많이 부각해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북한의 대외용 주간지 통일신보는 30일자 신문에서 평양을 찾은 외빈 중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을 담은 사진을 중국 대표단장인 리훙중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 부위원장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이 배치했다. 지면 4면 하단에 배치된 8장의 사진 중 절반 이상을 쇼이구 장관이 차지했다. 6~7면은 아예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쇼이구 장관이 함께한 일정 사진으로 채워졌다. 반면 리 부위원장이 담긴 사진은 김정은과 악수하는 뒷모습을 먼 거리에서 찍거나 김정은과 쇼이구 장관이 악수하는 모습을 바라보는 정도가 전부다.

전문가들은 중국과 러시아의 현 상황이 반영된 결과라고 해석하고 있다. 미·중 갈등 속에서도 미국과의 관계를 신경 써야 하는 중국은 대북 관계에 신중할 수밖에 없는 반면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서방과 정면으로 대립하는 러시아는 대놓고 북한과 밀착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북한 입장에서 중국보다 러시아에 편승하기 좋은 상황인 셈이다.

북한과 러시아의 밀착은 특히 군사분야 교류에서 나타나고 있다. 두진호 한국국방연구원(KIDA) 연구위원은 쇼이구 장관의 방북에 대해 “보리스 옐친 전 러시아 대통령 시기 파기된 북·러 간 동맹관계의 심리적 복원 의미가 있다”며 “북·러 간 군사협력이 단계적으로 재개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방북한 중국 대표단장의) 급이 낮다 보니 시진핑 국가주석의 친서를 김정은에게 전달하는 것 외에는 공식 활동 범위가 제한될 수밖에 없었다”고 풀이했다.

김동현 기자 3co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