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싱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우크라이나 선수가 러시아 선수와의 경기에서 승리하고도 악수를 거부했다는 이유로 실격 처리돼 논란이다.

27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린 2023 세계선수권대회 여자 사브르 64강전에서 우크라이나의 '올하 하를란'과 러시아 출신 선수 '안나 스미르노바'가 대결을 펼쳤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각종 국제스포츠대회 참가 금지 등 제재를 받아 스미르노바는 중립국 소속의 개인 자격으로 대회에 출전했다.

이날 경기에서 하를란은 스미르노바를 15대 7로 꺾었다. 경기를 마친 뒤 스미르노바가 하를란에게 다가가 악수를 청했다. 그러나 하를란은 자신의 세이버(펜싱용 검)를 내민 채 스미르노바와 거리를 뒀고 끝내 악수를 하지 않은 채 자리를 떴다. 이후 스미르노바는 하를란의 행동에 약 45분간 항의했고, 결국 하를란은 실격 처리됐다.
경기 후 스미르노바 쪽으로 검 내밀며 악수 거부하는 하를란(왼쪽). / 사진=AFP,연합뉴스
경기 후 스미르노바 쪽으로 검 내밀며 악수 거부하는 하를란(왼쪽). / 사진=AFP,연합뉴스
국제펜싱연맹(FIE) 경기 규정에는 경기 결과가 나온 뒤 두 선수가 악수를 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는데, 하를란이 이를 어겼다는 것이다. 실격된 하를란은 세계선수권대회 개인전에서만 4차례 우승을 차지했고, 2008 베이징 올림픽 땐 조국에 금메달을 안겨준 우크라이나 유명 펜싱 스타다.

실격 후 하를란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오늘은 무척 힘들면서도 중요한 날이었다. 오늘 일어난 일은 많은 의문을 갖게 한다"며 "그 선수와 악수하고 싶지 않았고, 그 마음대로 행동했다. 그들이 저를 실격시키려 한다고 들었을 땐 비명을 지를 정도로 너무 고통스러웠다"고 고백했다. AFP 통신 등과 인터뷰에서는 "우리는 절대 그들과 악수하지 않을 것"이라고 못을 박았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